젊은 날의 특권, 워킹홀리데이

이지메 견디며 악바리처럼 일해… “정식 취업 제안 받았죠”
고수가 들려주는 ‘워킹홀리데이 실전’
“내 나이 서른 전에 일본, 캐나다, 호주를 종횡무진 누빌 테다!”

지난 2009년 9월부터 11개월 동안 일본 오사카의 미용실에서 인턴십을 했던 고유미 씨는 올 연말 캐나다로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예정이다. 돌아온 후의 계획도 이미 서 있다.

호주로 세 번째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는 것. 올해 스물다섯 살인 그는 서른이 되기 전에 3개 나라에서 ‘일하며 여행하며 공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빈틈없이 실행 중이다.

‘독한’ 워홀러를 자처하는 그는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무역회사에서 2년 동안 일하다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라는 회의에 빠졌다고. 고민 끝에 “세상을 충분히 둘러본 후 평생 직업을 가져도 늦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언어가 친숙한 일본을 첫 번째 나라로 택했다.

고 씨는 어학과 일, 여행을 병행하는 보통 워홀러와는 좀 다른 선택을 했다. 500개 이상의 직영점을 갖고 있는 플라쥬 미용실 인턴사원으로 바로 입사한 것. 미용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지만, 세계 최고라는 서비스 정신과 첨단 유행의 창조 현장을 직접 경험하겠다는 복안이 있었다. 하지만 미용실 인턴사원 업무는 체력적으로 무척 고된 일이었다.

“청소부터 했어요. 그 뒤엔 하루 80명의 머리를 감겼죠.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 동안 일했어요. 점심시간 20분, 쉬는 시간 15분이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어요.

또래의 이지메도 견뎌야 했고요. 하지만 힘든 내색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일했더니 나중엔 인정을 해주더군요. 회화 실력을 키우고 목돈도 모았죠. 일본 문화를 속속들이 알게 된 것도 큰 성과입니다.”

인턴십이 끝나갈 때쯤 그는 회사에서 정식 취업을 제안받았다. 일본 유수 미용학원 입학을 권유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건너온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끝’까지 버틴 이는 고 씨가 유일했기 때문. 그러나 그는 원래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누구보다 알찬 워킹홀리데이를 완수한 그에게 ‘후배를 위한 도움말’을 청했다. 고 씨는 “첫 번째는 무조건 회화 능력”이라고 말했다. “책으로만 공부하지 말고 실전 회화를 익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독특한 일본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가야 한다는 것.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일본인들의 사고·행동방식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되도록 많은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고 가라”고 주문했다.

세 번째는 비상약을 챙겨가라는 것.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팁”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약품 가격이 비싼 데다 효과가 덜하기 때문이라고.

고 씨는 요즘 캐나다로 떠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9월에 먼저 필리핀으로 가 3개월 동안 어학연수를 한 뒤 캐나다로 넘어갈 예정이다. 국비지원 프로그램 등 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선 영어 공부에 온 힘을 쏟을 작정이에요. 어학 실력을 키워놓고 세 번째 나라 호주에 가서 ‘결판’을 내려고요. 호주에서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제가 떠나는 이유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하기 위해서죠!”


고유미
한국관광대 일본어과 졸업
1986년 생
2009년 9월~2010년 9월 일본 ‘플라쥬 미용실’ 인턴십
2011년 12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출국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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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의 성공 비결? 목표 하나를 끝까지 붙드는 것”

고수가 들려주는 ‘워킹홀리데이 실전’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이 비교적 쉽고, 인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많은 이가 떠나고 있다. 하지만 괜히 돈 버리고 시간 낭비했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진수 씨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호주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놀기만 하는 친구가 많았어요. 자율권이 주어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데 목표가 없으면 실패하기 쉽죠.”

박 씨의 경우 ‘1. 영어 공부를 한다. 2. 돈을 모아서 여행을 떠나고 봉사활동을 한다’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처음 두 달은 영어 공부에 매진했고, 이후 6개월 동안 돈을 모아 3개월에 걸쳐 유럽 13개국과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다. 직접 꾸린 자원봉사단과 함께 캄보디아로 자원봉사도 떠났다. 결국은 다 이루었다.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다행히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가서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어요.”

초기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언어’다. 언어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호주에 가면 저절로 늘 것이다’는 생각으로 갔다가는 현지인에게 무시만 당할 뿐이라고.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어요. 그러면 한국인끼리 어울리다가 1년 후 돌아오는 거죠. 한국인과 방을 쓰고, 한국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고, 호주이지만 한국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어학원 레벨테스트 3 이상을 통과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대부분 1~2단계에서 시작하는데 배정된 반에 가면 거의 한국인과 일본인이에요. 어학원 10주를 다녀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욕하고 나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한국에서 문법책 한 권 정도는 제대로 떼고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일부러 외국인 비율이 높은 어학원에 등록했어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가고 싶은 어학원을 찜해놓은 후 현지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등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집을 구할 때는 요령이 필요하다.

“호주는 교통비가 비싸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 집을 구하는 게 좋고요. 제가 있었던 호주 퍼스에는 무료 버스가 있거든요. 그 노선 안에서 어학원도 다니고 집도 계약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죠.”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다름 아닌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은 방법 같아요. ‘캐시잡’이라고 해서 세금을 제하고 현금으로 임금을 주는 곳이 많아요. 보통 최저임금 이하로 지급하죠.”

남들 다 가는 곳에 지원하기보다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지인의 소개를 받을 것을 박 씨는 추천했다.

“제가 아는 친구는 동네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을 해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일자리도 얻었어요.”

박 씨는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한 인쇄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주말을 이용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렇게 1000만 원을 모아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직접 NGO단체에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 캄보디아로 봉사활동도 갔다.

“워킹홀리데이는 나 자신에 대한 도전이에요. 새벽부터 청소하고 설거지하면서 서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무엇이든 내 손으로 하면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기쁨을 얻었죠.”

박진수
인제대 임상병리 4
1986년 생
2010년 3~11월 호주 워킹홀리데이
2010년 12월~2011년 2월 여행 및 봉사활동
2011년 2월~현재 청와대 ‘G20세대 사이버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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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업체 도움 없이 혼자 준비했더니 보람도 더 크더라”
고수가 들려주는 ‘워킹홀리데이 실전’
군 제대 후 돌아온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경제 공부 겸 투자 삼아 주식투자를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뛰어봤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만 확인했을 뿐. 때마침 ‘150만 원으로 가는 캐나다 영어정복’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의 도전하는 모습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5개월 준비해서 캐나다로 떠났다. 생선 싫어하는데도 스시집 주방에서 롤을 말고 연어를 손질했다.

혼자서 두 달 가까이 캐나다와 미국을 종횡무진 여행하기도 했다. 1년 3개월이 지난 후, 잊고 지내던 어릴 적 꿈 하나를 꺼내 들고 밝은 얼굴로 한국에 돌아왔다.

전북대 경영학과 4학년 최인성 씨의 이야기다. 비록 2년간 휴학으로 남들보다 늦은 졸업을 하게 됐지만 워킹홀리데이 덕분에 누구보다 값진 소득을 얻었다고.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게 됐기 때문.

“어릴 때 꿈이 비행기 조종사였어요. 집 근처 비행장에 매일같이 나가서 구경하곤 했죠. 하지만 자라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공부 방향도 달라져 그런 꿈이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캐나다에 가서야 ‘비행기’가 여전히 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지금은 스튜어드로 진로를 잡았답니다.”

최 씨는 워킹홀리데이 준비 과정을 혼자 해냈다.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교류했을 뿐, 지원서 컨설팅 등 외부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에 나가 자립하려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면서 첫 단계부터 남의 도움을 받을 순 없다”는 것.

“꼭 합격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대행업체를 찾는데, 웬만하면 혼자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낸다면 그만큼 보람되지 않을까요?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아요.”

그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의 장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학 공부와 세상 경험, 여행을 하기에 최상의 선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비자 유효기간 동안 무상 의료 등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년짜리 캐나다 자유이용권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소득층 보조금(월 60달러)까지 지원되니 한결 안심이 되지요. 학생 비자나 코업 비자(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를 동시에 받는 것)보다 한결 운신의 폭이 큽니다.”

최 씨는 캐나다 워홀러 지망생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 번째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라는 것.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알찬 시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어학 공부부터 하라는 것이다. 그는 “정착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더 열심인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현지에서 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어학 공부를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혼자 힘’으로 준비해보라는 것. 이 원칙은 캐나다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비싼 홈스테이보다 유스호스텔에 묵으면서 발품 팔아보세요. 어차피 새로운 땅을 탐험하러 온 것 아니에요? 자립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최 씨의 워킹홀리데이 뒷이야기는 그의 블로그(www.cyworld.com/ronworld)에도 담겨 있다.

최인성
전북대 경영 4
1984년 생
2009년 10월~2011년 1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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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워킹홀리데이를 위한 5계명

언어 능력·서류 등 ‘기본 중의 기본’부터 갖춰라

고수가 들려주는 ‘워킹홀리데이 실전’
30세가 넘으면 가고 싶어도 못 간다, 1개 나라에 딱 1번 1년만 가능하다, 공부·일·여행 등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는 그 어떤 비자와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 장점이 많기에 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자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베스트 워홀러’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 낭비, 돈 낭비 했다’고 자책하며 귀국길에 오르는 이가 의외로 많다. 큰 꿈을 가지고 떠났지만 막상 현지 학원에서 비슷한 어학 수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집, 학교, 도서관의 일상을 반복한 경우가 그렇다.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를 완수하려면 어떤 자세와 조건이 필요할까.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www.whic.kr)와 경험자들이 알려주는 다섯 가지 도움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1. 언어가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연한 소리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워킹홀리데이는 1년간 남의 나라에서 맨몸으로 사는 것이다. 언어는 기본 중의 기본. 기본이 안 돼 있으면 무시당하거나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그런데도 언어 능력보다 비용 마련에 더 신경을 쓰는 이가 적지 않다.

2. 서류 작성에 정성을 기울여라

워킹홀리데이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인기 국가는 비자 취득 경쟁이 치열하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인기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지원서 작성부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선 ‘사실’에 기반을 둔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것.

오탈자, 마감시간 등 사소한 것 같은 부분도 엄격하게 체크해야 한다. 캐나다에 다녀온 최인성 씨는 “서류를 오탈자 없이 성실하고 진솔하게 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말하면서 “서명을 빼먹어 탈락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3. 갖가지 사기 수법에 유의하라

서글픈 이야기지만,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이 한국인을 속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현지 물정을 잘 모르는 워홀러를 대상으로 한 숙소·어학원 사기 수법이 빈번하게 보고된다.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올라 있는 ‘시세보다 싼 집’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또 유학원이나 중개업체들의 과대과장 광고도 조심해야 한다.

4. 목표를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세워라

언어면 언어, 일이면 일, 어느 분야에 가중치를 두고 생활할 것인지 미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떠나야 실패가 없다. 어학원, 3D 업종을 전전하다 별 소득 없이 귀국길에 오르는 경우도 꽤 많다.

언어, 일, 여행 등 세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을 수는 없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끝을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안전한 범위에서 고른 경험을 하겠다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

5.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두 번 다시 올 일 없다’는 식으로 방문 국가의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는 워홀러 자신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불성실한 직장 생활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휴대폰 등 생활 요금을 내지 않고 출국해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또 해당국의 관행을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예컨대 관공서의 행정업무 처리 속도, 사생활에 대한 관여 등 현지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