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코리아 이여울 씨

경영학 수업에서 1등 기업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제너럴 일렉트릭(GE). 이 세계적인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다른 회화 실력? 해외 대학 학위? 독특한 자격증? 혹시 전부 다 필요한 건 아닐까.

GE코리아가 직접 추천한 인터뷰이, 이여울 씨를 만나면 그 답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씨는 인턴십을 통해 취업문을 뚫은 케이스. 그것도 인턴 과정 중에 정규직 채용이 된 보기 드문 사례다.

하지만 수치로 표현되는 스펙에선 여타 취업준비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 마침내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펙이 말해주지 않는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해 대안을 내놓는 ‘적극성’이 그것이었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차이’를 만들어냈죠”
취업문을 뚫는 경로는 여러 가지다. 대규모 공개 채용에서 필기·면접 전형을 통과하는 것, 인턴십을 통해 실무형 인재임을 입증하는 것, 호시탐탐 수시채용을 노려 공략하는 것 등이 있다.

이여울 씨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GE코리아가 진행하는 URP(University Relations Program)를 통해 발탁됐다. URP는 인턴십과 교육 과정, 프로젝트 활동이 혼합된 형태로 GE가 대학생을 위해 마련한 기업연수 프로그램.

매년 상·하반기 40여 명씩 선발해 6개월간 진행하는 과정이다. 이 씨는 지난해 하반기 URP 2기로 지원해 인턴 생활 2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취업계를 제출하고 여름 코스모스 졸업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아직 졸업 전이죠. 현재 하는 일은 GE코리아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업무상 사용하는 비용을 감사하고 환급하는 서비스입니다.”

회사보다 ‘직무’를, 취업보다 ‘비전’을

이 씨는 일찍이 취업 희망 분야를 정한 편이다. 그는 대학 1~2학년 때 회계사를 꿈꿨다. 학교 수업을 통해 그 꿈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경영학 수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꼭 회계사가 아니어도 회계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에 관심이 많았다. 이 씨는 회화 실력을 키우기 위해 수강신청을 할 때 영어 강의를 선택했다.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뗐고 학교에서 모집한 해외인턴십에도 참여했다.

“미국 LA18이라는 방송국 한국 뉴스팀에서 번역을 하고 세일즈, 마케팅 어시스턴트를 했어요. 실제로 미국에 도착하니 학위가 없는 인턴이라는 이유로 생각만큼 하고 싶었던 재무 업무를 할 수 없었어요. 그 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과 도전 의식이 생겼죠.”

아르바이트와 해외인턴십 체험을 했지만 정작 원했던 ‘실무’를 경험하지 못한 이 씨. 대학 4학년, 다시 한 번 인턴십에 도전했다. GE의 URP는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취업 자체보다는 비전을 생각했다.

“URP에 지원할 때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주변에서 ‘교육만 받고 끝나는 것 아니냐, 6개월씩이나 해야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는 그것보다 평생 경력 차원에서 회계 업무가 정말 나에게 잘 맞는지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업무 역량을 실제로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다 보니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해외인턴십을 할 때는 뭔가 더 하고 싶어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었는데 GE에서는 기회가 마음껏 주어졌어요. 업무량은 많았지만 재밌었어요. 파이낸스는 꼼꼼해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인턴 생활하는 두 달 동안 직속 매니저에게 꾸중을 듣거나 일 처리가 늦는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듣지 않았죠.”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주말 근무도 자처했다. 야근을 야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맡은 바를 제때 끝내서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자기소개서에 열심히 하겠다고 쓴 것을 증명하는 길은 책임감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렇게 일한 지 두 달여, 이 씨의 업무 태도를 좋게 본 상사는 그에게 정규직을 제안했다. 갑자기 전임자가 퇴사를 하면서 이 씨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차이’를 만들어냈죠”
“전임자가 대리급이었어요. 제가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하지만 두 배로 열심히 하면되지 않을까 용기를 냈지요. 무엇보다 GE코리아의 근무 환경이 확신을 줬어요. 모르는 것을 선배에게 물어보면 검색 포털처럼 술술 얘기하고 도와주는 것이 놀라웠고 나도 그렇게 전문성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GE를 비롯한 외국계 회사는 주로 경력직 채용을 한다. URP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GE의 인재풀에 등록이 되긴 하지만 인턴 활동 중에 발탁이 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남달랐을까.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고쳐나가는 점을 좋게 평가하셨대요. 가령 회계부서에서 자료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는 단순 반복 작업이 많았는데요, 이를 간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주변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의 조언을 구해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씨는 “나의 스펙은 특출하지 않다”고 했다. 금융 관련 자격증에 도전했지만 획득하지 못했고 토플 점수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숫자’를 능가하는 내면의 스펙이 그에게 있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뒤에서 따라가기보다는 앞장서서 이끌었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자발적으로 팀장을 하고, 동아리에서 임원도 했다.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인을 위해 여행팀을 꾸린 경험도 있다.

이런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는 계량화할 수 있는 덕목이 아니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것도 스펙이 아닌 역량이다. 이 씨의 경우 GE에 합격하기 이전에 다른 기업 인턴십에 여러 번 지원해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자신을 알아봐주는 기회를 만났고, 이것을 실력으로 거머쥐었다. 40여 명의 인턴사원 중에서 눈에 띄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차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입사원 입장에서 인턴사원을 보면 예전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뭐든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인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과 똑같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업무상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나만의 차이’를 만들어보세요.”

GE코리아 인재상

● 21세기 세계가 당면한 도전과제 해결에 기여하고픈 꿈과 야망이 있는 인재
● 철저한 준법과 높은 청렴성을 지키며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재
● 전문성과 창의성 및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
● 늘 배우고 듣는 노력과 자세를 갖춘 겸손하고 열린 사고를 보유한 인재
●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내적 추진력이 강한 인재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차이’를 만들어냈죠”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