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곤의 잡 멘토링] 내가 만난 배우 김형수
올해 초 국군TV 출연 요청을 받고 필자의 연구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 스태프와 작가, 현역 군인 MC가 함께 왔다. 인터뷰 중간에 잠시 휴식시간이 있어서 군인 MC에게 물었다.

“군대 오기 전에 전공이 무엇이었나요?”

“스포츠를 전공했습니다.”

“그렇군요. 복학한 후 진로는 결정했나요?”

“저는 연기자로 살고 싶습니다.”

“연기자의 길이 쉽지 않을 텐데,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네,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그 친구는 잠시 화장실을 갔다. 그런데 작가가 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 친구는 이미 사회에서 연기자를 하고 왔어요.”

배우 ‘이완’이라고 했다. 그가 잠시 다른 방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필자는 컴퓨터로 그의 이름을 검색해봤다. 가족사항에 ‘누나 김태희’라고 떴다. 필자는 녹화 쉬는 시간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유명한 배우였네요. 몰라봤어요. 내가 TV를 자주 안 봐서 몰랐어요. 그런데 누나가 김태희 씨예요?”

그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네. 그런데 제대 후에 선생님 말씀대로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녹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문득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저 친구는 김태희 씨 동생으로 사는 것보다는 배우 이완으로 살고 싶어해요. 워낙 김태희 씨가 유명해서 자신이 극복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죠. 사실 누나보다 먼저 데뷔를 했는데 누나가 관심을 더 받게 돼서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나봐요.”

그렇겠다. 김태희 동생으로 기억되는 것이 그에겐 의도하지 않았던 고민이 될 수 있겠다. 그의 상황을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어 전치사 ‘of’처럼 소유격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돼서는 결코 인생의 주연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 누구의 동생, 누구의 자식, 누구의 친척으로 기억되는 삶은 주인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당당히 인생의 ‘주어(主語)’가 될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 특히 20대는 그런 삶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어느 대학에 속한 누구로 살지 말고, 토익 900점의 누구로 불리지 않고, 부모 직업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름에 자신이 붙이고 싶은 것을 붙여서 살 수 있는 젊음.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배우 김형수. 그가 김태희의 동생이 아닌 ‘연기파 배우 이완’으로 불리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 우리 젊음도 소속에 얽매이기보다는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유기체가 되길 바란다.
[이우곤의 잡 멘토링] 내가 만난 배우 김형수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