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에게 필요한 건 뭐?

“요즘 애들은 참….”

많이 들어본 소리일 것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듣지 않아도 뻔하다. 아이유의 ‘잔소리’가 아닌 다음에야 모든 잔소리는 귀찮고 불편할 확률이 99%.

그래도 이번만큼은 귀를 열어보자. 오늘의 20대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학교, 직장, 사회에서 만나는 20대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기 위해서다.

20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20대가 꼭 버려야 할 것, 그리고 갖춰야 할 것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했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간혹 가슴이 ‘뜨끔’할지도 모른다.

여기 귀 담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가 있다. 물론 잔소리가 아니라 ‘100만 불짜리 금과옥조’로 듣는다면 효과가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진행 학교, 직장 등에서 만나는 오늘의 20대는 어떤 모습입니까? 걱정스러운 부분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김홍유
자립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행동하고 책임져야 하는데, 행동만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요. 부모에게 떠넘기거나 스스로를 숨긴 채 익명으로 대응하거나.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 시험지와 성적을 비교·체크하는 일도 있어요.

원인을 찾아보면 아무래도 핵가족화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예전엔 형제가 많아서 자연스레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웠지만, 요즘은 ‘골드 키즈’가 대세잖아요. 혼자 자라면서 사회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죠.

조건영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요즘 입사 지원자의 개인 역량은 최고 수준이에요. 외국어 등 스펙이 대단히 우수하지요. 대학 1학년 때부터 공부와 취업을 같이 준비하는 모범생도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회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풀기보다 어디엔가 의존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엄마와 네이버에 의존한 탓이 아닌가 싶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우수한 인재를 뽑아서 현업 부서에 보내면 가끔 ‘진짜 우수한 인재 맞느냐’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어요.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노양희
요즘 20대는 영민하고 준비가 잘돼 있지요. 그게 모두 학교에서 단련된 경쟁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스펙 쌓기 열풍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애쓰는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애처로워 보여요. 일류대건 아니건 마찬가지예요.

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취업에 성공해도 그게 끝이 아니죠. 어느 시점에 어느 단계로 올라갈 것인가, 다음 커리어를 고민합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하죠.

이렇다 보니 반대급부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예컨대 지나치게 조급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단점을 가진 이가 많아요. 참 똑똑하지만 차분히 인문학을 읽는 여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어려운 문제죠.

진행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인사담당자와 20대의 생각 사이에 다소 괴리가 있는 게 보입니다. 인사담당자들은 책임감, 인내심 등을 20대의 단점으로 많이 꼽았어요. 한 조사에 따르면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정규직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이 평균 29%나 된다고 합니다. 이 역시 책임감이나 인내심 부족이 문제일까요?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조건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신입사원 퇴사율이 5% 미만으로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대기업 전반적으로 퇴사율이 높은 게 사실이죠. 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적성이 맞지 않다거나 보상이 기대보다 낮다고 합니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까요. 저 역시 신입사원 시절엔 조바심이 나곤 했습니다. 일 잘하는 선배들이 부러웠죠.

하지만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그런 성과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길게 보았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꼭 말해주고 싶어요.

김홍유 산업사회의 인재상과 정보·지식사회의 인재상은 확실히 다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산업사회의 인식을 가진 부모가 ‘기획’한 아이들은 오늘날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죠. 가까운 예가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계획대로 자란 아이는 사회에 진출해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제대로 풀 능력이 없어요. 스펙으로 대표되는 양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적 능력은 크게 뒤떨어지죠. 책임감, 인내심이 강할 수가 없어요.

이런 점에 주목해서 경희대는 교양과목 전문학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만들었어요. 모든 신입생이 이 학부 강좌 35학점 이상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나는 여기에 왜 있는가’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누구인가’ 등 인성을 주제로 한 강좌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성이니까요.

노양희 헤드헌터가 인재를 선별할 때 인성을 무척 중요시합니다. 비슷한 양적 능력을 가진 이가 여럿 있다면 당연히 인성이나 사회성을 우선으로 보지요. 회사는 스펙이 좋은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 기여할 사람을 찾아요.

이 부분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한 명의 스페셜리스트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 조직에서 기존 직원과 협업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낼 사람을 찾지요.

뛰어난 솔로이스트보다 팀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인성과 자질을 보지 않을 수 없죠. 요즘 기업들이 2중, 3중의 면접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진행 맹목적인 취업 준비도 큰 문제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20대가 생각하는 모습과 좀 다른 것 같은데요.

김홍유 문과 학생들이 찾아와서 전과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합니다. 이유를 물으면 취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요. 무엇을 전공하고 싶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경영 아니면 경제라고 답해요.

그게 자기 자신의 꿈일까요? 경영대에 마케팅 과목이 16강좌나 열리고 700~800명이 수강을 합니다. 굳이 전과를 하지 않아도 경영·경제 수업을 듣는 겁니다. 마케팅 강의를 들었느냐 듣지 않았느냐가 채용에 중요한 조건이 아닌데 말이죠.

조건영 맞습니다. 경영학 수강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죠. 지원자의 표면적인 스펙은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에요. 인성, 다양성 등 속에 숨겨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죠. 경영학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없는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해요. 대학 때 남과 다른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플러스 알파’를 내보이기에 유리하겠죠.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노양희
합숙 면접 등 많은 지원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자리에서 ‘10명 중 1등에서 10등까지 순위를 매겨보라’고 하면 그건 정말 어려운 주문입니다. 하지만 ‘10명 중 가장 뛰어난 사람 2명을 꼽아보라’고 하면 그건 쉬워요.

여러 사람이 모여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팀의 구심점이 나타나고 리더인 사람이 드러나죠.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에서 차이가 확연해요. 그들에겐 사고의 논리성, 상대방 얘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 그리고 주제에 적합한 답을 내놓는 능력이 있지요. 특히 글로벌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합니다.

진행 계량화된 수치보다 내면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오늘의 20대가 꼭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일까요?

김홍유 ‘네트워크’입니다. 늘 강조합니다. 20대에게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네트워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온라인에선 참 잘하는데 오프라인에선 잘 못해요. 사회생활의 기본은 오프라인입니다.

네트워크는 비교적 단시일에도 실현 가능해요. 동아리 활동, 지역 동창회 등 도움이 되는 모임이 주변에 많아요. 앞으로 취업 시장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몰라보게 높아질 겁니다.

조건영 ‘매너’가 필요합니다. 요즘 20대는 다양한 종류의 집단생활을 경험하지 못해서 매너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회사 생활도 오해를 하곤 합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 대해 ‘자율적’이라고 보는 인식이 많은데, 그것은 내부에 튼튼한 규범이 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죠.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리고 ‘회사가 무엇을 원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으면 합니다.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건 열정과 매너 아닐까요. 일을 하다가 실수하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매너로 점수를 잃으면 돌이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잊지 마세요.

노양희 ‘긴 호흡’을 가지세요. 사회에 나와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 제2의 커리어를 개발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인생 전반전과는 또 다른 길을 후반전에 걸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전반전의 경험이 후반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눈앞의 성패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죠. 그런 의미에서 ‘꿈’을 꼭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긴 호흡도 가능해요. 무엇보다 ‘인기남 인기녀’가 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성뿐 아니라 동료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아요. 언제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존재라는 뜻이죠. 인기남 인기녀가 되는 법을 안다면 사회생활 잘하는 법, 인생을 알차게 사는 법은 저절로 알게 되지요.

간담회 뒷이야기
“엄마에게 물어볼까…” 당신의 자립도는 몇 점입니까?

“어 떤 언론사 신입기자의 엄마는 아들이 경찰서를 도는 수습 기간 동안 운전기사를 자처하며 이곳저곳 실어 날랐답니다.” “성적 이의신청을 문자로 하는 건 양반이죠. 엄마를 대동하고 나타나서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신임 판사는 판결을 고민하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는군요.”
[전문가 3인의 고언(苦言)] “자립심·사회생활 매너 갖추고 내면의 스펙을 키워라”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이야기 주제가 ‘엄마’에게 모아졌다.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부모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오늘의 20대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엄마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

자녀가 성장한 후에도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 맘(mom)’ 때문에 자립심, 인내심, 책임감, 사회생활 매너 등이 부족한 20대가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에 참석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20대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는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들과 자주 만난다. 상담을 위해서다. 산학협력을 담당하고 있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잘 알고 있다. 양쪽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부모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좌중을 긴장케 했다.

“기획은 때로 극과 극의 결과를 낳아요. 김연아 같은 성공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카이스트의 자살 학생 같은 사례도 있죠. 부모와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양희 전무는 국내 최대 서치펌 커리어케어의 대표 컨설턴트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아주는 베테랑 헤드헌터. 늘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을 찾고, 그들을 요모조모 살핀다. 그렇다 보니 인재를 보는 눈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 생각의 깊이, 가치관 등을 대부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면의 스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20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기업은 지원자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어해요. 면접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걸 막기 위해 집단 면접을 하기도 하죠. 보통 2~3차에 걸쳐 면접을 하고 점심 식사, 술자리 등 좀 더 편하고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직위라면 평판 조회도 필수죠. 수치로 나오는 표면의 스펙이 전부라면 이렇게까지 할까요?”

조건영 팀장이 몸담고 있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20대에게 인기가 높은 ‘선망의 직장’이다. 서울 여의도 사옥은 회사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울 만큼 톡톡 튀는 개성으로 가득하다. 사우나, 피트니스 클럽, 골프장, 레일 바이크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휴식·편의시설이 직원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입사경쟁률은 늘 하늘을 찌른다. 조 팀장에게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살짝 물어봤다. 그는 “지적 역량, 창의성, 조직 적응성 등 세 가지에 주목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조직 적응성은 이날 간담회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키워드’였다.

“신입사원다운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같은 사안을 놓고도 강한 열정을 가지고 개선 방안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 이것이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잘하길 기대한다면 경력 사원을 뽑겠지요.”


진행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정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