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는 조금 특별한(?) 절차를 거쳤다. 기자가 직접 이랜드 신입사원 3명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최종 1명과 인터뷰하기로 한 것이다. 여의도 벚꽃 축제가 한창인 4월 중순, 윤중로를 지나 도착한 한 호텔에 갓 신입연수를 마친 사원 3명이 앉아 있었다. 순간 면접관이 된 듯한 기자. “취업 스토리를 얘기해달라”는 질문을 모두에게 던졌다.

유독 기자의 눈을 또렷하게 바라보던 한 명이 있었다. 정자세로 앉아 다부지게 얘기하는 김예진 씨. 말을 마치자 이랜드 인사팀 직원조차 “저렇게까지 준비한 줄은 몰랐다”며 감탄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뷰이가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이랜드가 날 뽑아줄 거라 굳게 믿었죠”
스펙의 기본은 무엇일까. 학벌? 학점? 공모전? 다른 건 몰라도 ‘외국어 점수’ 하나쯤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예진 씨는 그 흔한 토익 점수 하나 없이 취업문을 뚫었다. “불안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날 뽑아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별한 무기가 있는 것일까. 함께 동행한 홍보실 직원은 김 씨를 ‘실무형 인재’라고 표현했다. 그 시작은 대학 1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왕이면 전공을 살려서 해보자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류 매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최저 임금 수준의 시급에 몸은 고되기만 했지만 일하는 재미가 있었다. 꿈이 있었으니까.

“전공을 선택할 때도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거예요. 미대가 아니라서 주로 마케팅을 다뤘는데 감각적인 면에선 부족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일을 하면서 이론으로만 접한 의류를 눈으로 볼 수 있었어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이랜드가 날 뽑아줄 거라 굳게 믿었죠”
처음엔 일 때문에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 일을 학업과 연계시키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이론을 배우면 저녁에 가서 써먹는 연습을 했어요. 소재학 수업 시간에 시폰 재질과 특성에 대해 배우면 고객에게 소재를 설명하면서 세탁 요령 같은 걸 말해주는 거예요.

이런 소재는 이 컬러와 잘 어울린다고 추천을 해주면 고객도 좋아했어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학교 과제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일하면서 느낀 것을 반영했어요.”

그렇게 일한 기간이 무려 3년. 김 씨는 그만의 원칙이 하나 있었다. ‘어딜 가도 6개월 이상은 일하자’는 것.

“그래야 배울 수 있다고 봤어요. 그 원칙을 지키느라고 한번에 두 개 브랜드에서 일할 때도 있었어요. 일자리를 구할 때는 무조건 그 당시 가장 유행하는 브랜드를 찾아갔어요. 한 번은 꼭 일해보고 싶은 캐주얼 브랜드가 있었는데 제가 있는 청주에서는 사람을 뽑지 않는 거예요. 충주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청주에서 충주는 차로 한 시간 반 거리. 캐주얼 브랜드의 인기 요인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주말 아침 6시 30분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김 씨는 3년 동안 6개 브랜드를 거치면서 MD가 갖춰야 할 기초 체력을 튼튼히 다져 놓았다. 전공 이론에 실무를 결합하며 학과에서 교수의 인정도 받았다. 무엇보다도 패션마케팅 MD라는 ‘목표’를 확고히 했다.

전액 장학금 포기하고 이랜드에서 아르바이트

꿈을 펼칠 회사를 알아보던 중 학교에서 ‘이랜드 실무자 초청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김 씨는 결심을 했다.

“‘이랜드는 꿈을 이루게 하는 회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행동하라는 말이 와닿았죠. 무조건 들어가야겠다 생각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부터 알아봤어요.”

‘뭐든 부딪치며 겪어봐야 안다’는 것이 김 씨의 소신. 수소문 끝에 이랜드유통의 PB브랜드 ‘신디’에서 MD보조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았다. 학과 교수는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휴학을 결정했다. 혈혈단신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8개월을 일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확신을 했어요. 기업 문화를 알기 때문에 스펙이 좀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살아온 것을 강력히 어필하면 뽑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말에는 마케팅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매주 2개씩 마케팅 관련 과제를 했다. 복학을 한 후에는 모든 수업을 이랜드에 맞춰서 들었다. ‘이랜드 해외 진출’ 기사를 보고 “포트폴리오를 두 배로 하겠다”며 교수에게 직접 자신의 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랜드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도 출전했다.

또한 학교 취업정보실을 이틀에 한 번꼴로 다니며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해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친구들이 나의 장점은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관련 사람들한테 가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외면하면 두세 번씩 쫓아가서 물어봐요. 내 단점까지 다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아무도 손길을 내밀지 않아요. 필요한 사람이 가서 끌어당겨야 하지 않을까요.”

4학년 2학기. 특별한 스펙을 쌓은 것도, 남다른 자격증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지만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영어 점수가 없어도 열심히 살았으니까 부끄럽지 않았어요. 이랜드가 그것을 높게 평가해줄 기업이라고 생각했고, 날 뽑아줄 거라 믿었어요.”

패션에만 ‘브랜드’가 필요한 건 아니다. 개인에게도 ‘셀프 브랜딩’이 요구되는 시대다. 김 씨는 서류·면접 전형을 거치며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입증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를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통해 회사가 혹할 만한 경력으로 만든 것은 김 씨의 ‘브랜딩’ 실력이리라.

“이랜드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집중했던 게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드는 발판이 됐어요. 취업준비생에게 먼저 ‘자신만의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스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준비할 때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이랜드가 날 뽑아줄 거라 굳게 믿었죠”

이랜드 채용의 특징

전공,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열린 채용을 실시한다. 서류 전형은 블라인드 심사이다. 전공과 경력, 동아리 이외에 모든 정보는 가린 채 자기소개서만으로 기업적합성과 직무준비성을 평가한다. 이후 직무적성평가, 면접 전형 등을 거친다.

신입사원은 상반기·하반기 공채, 동계·하계 인턴십을 통해 모집한다. 인턴십을 마친 사람 중 50% 정도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