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진 않지만 쌓이면 병이 되는 스트레스.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마침 5월. 봄 햇살 아래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에도 좋은 때다. 이쯤에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심리처방전을 받아보자. 스트레스의 변형&증상
의욕상실형 취업 실패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일에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는 유형이다. 스스로를 무능력한 존재로 바라보고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린다. 경쟁에서 지는 것은 스스로 시간 관리를 못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자아상에 손상을 입다 보니 현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진짜 게으름이 나타난다. 미래를 과도하게 불안해하면서 당장 주어진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대신 게임, TV, 술 등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려고 한다.
남과비교형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동경한다. 일찍 취직한 친구, 나에게 없는 자질을 갖춘 친구 등을 부러워하면서 ‘나 아닌 남’이 되고 싶어한다. 비교는 필수다. 그리고 ‘나는 열등하고 뒤처진 존재’라고 인식한다.
또한 완벽한 존재가 돼야만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람,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항상 자기를 짓누르며 산다. 끝없는 갈증을 느끼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불만을 가지는 유형이다.
스트레스가 신체적 이상으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폭식증, 불면증, 탈모, 소화불량, 두통 등이다.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가 많다. ‘마음이 울지 못하면 몸이 운다’는 옛말처럼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때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면 우울증’이라고도 부른다.
어른아이형 만성적 무력감이 극대화될 때 나타나는 유형이다. ‘세상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고 무언가에 의존하려는 성향을 드러낸다. 위험천만한 현실에서 나를 보호해줄 울타리 안에 계속 머물려고 한다. 대표적인 존재가 부모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을 회피하고 어떠한 책임과 의무도 지지 않으려 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분노표출형 ‘세상이 나를 몰라준다’고 분노하고 반항하는 유형이다. 의욕상실형과는 달리 모든 문제를 사회나 부모에게 투사하면서 나타난다. 이들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이보다 많은 경우는 분노를 스스로에게 푸는 형태다.
자기를 파괴하는 ‘메조키스트’형이다. 자신을 고통이나 불행에 빠트림으로써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나 세상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감정과 불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유형에 빠질 수 있다.
대인기피형 우울함이 대인관계 단절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미취업 상태에서는 친구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본다.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점차 사람들로부터 멀어진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몇 년째 고시원에서 살기도 한다. TV, 신문 등에 나오는 몇 가지 성공 사례를 보면서 ‘나도 그 주인공이 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고립된 생활을 이어간다.
심리처방전
1. 실패를 하면 지는 것일까?
취업 실패에는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것, 경쟁을 이기고 지는 것으로 보는 것, 출발점이 다른데 똑같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등이 사회적 문제다. 취업준비생은 이 모든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고 실패를 하면 지는 것으로 여긴다. 인생에선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에 의미가 있으면 성공하는 것인데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개인의 부담이 더 커진다.
2. 지금이 아니더라도 에너지는 반드시 돌아온다
세상을 살면서 깨달은 진리가 있다. 첫째, 세상과 시간은 정직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따라 에너지는 쓰면 언젠가 돌아온다. 따라서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가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얻는 것이 꼭 있다. 둘째, 세상에는 최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차선이 있다. 시야를 넓게 봐라.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나가면 못할 게 없다. 차선이라고 생각해도 나중에는 그 길이 최선이었다는 것을 밝힐 날이 올 것이다. 셋째, ‘마인드’가 중요하다. ‘싫어’를 외치면 일이 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면 된다, 해버리자’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실제로 좋아지기도 한다. 넷째, 인간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을 꾸준히 만나고 진정성으로 대하면 때에 따라 어떤 기회가 오고 그 길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생긴다.
3. ‘왜 나만 우울한 걸까’라고 생각한다면?
중요한 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울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넘어져서 다치고, 병에 걸리기도 한다. 항상 즐거울 수만 없는 현실을 알아야 피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우울해할 수 있는 것도 건강한 것이다.
우울하지 않은 것처럼 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우울증에 걸렸을 땐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창피해하지 말고 뇌에 감기 몸살이 걸렸다 생각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5명 중 1명꼴로 우울증을 앓는다. 이미 우울한 사람에게 자꾸 ‘자신감을 가져라, 운동을 해라’ 하면 ‘나는 그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책하면서 더 우울해한다.
4.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일 땐 ‘남이야’ 해라
상담을 할 때 ‘당신 친구가 일을 잘하지 못하거나 실패할 때 어떻게 보느냐’고 묻는다. 대부분 ‘힘든 일이 있나 보다. 도와줄까’ 하거나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기적이라서 자기 일이 아니면 곧 잊어버린다.
세상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의 실패에 주목하고 있지 않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듯이 타인도 나를 그렇게 바라본다. 설령 무능력하게 본다 하더라도 그게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정말 나를 잘 알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5. 이 길이 아니면 어떻게 하냐고? 일단 가보라!
무기력해지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어린 시절의 상처와 깊게 연관돼 있다. 성공해야만 사랑을 주던 부모, 어린 시절 실패의 기억 등이 있다. 사회나 부모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안경을 벗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내가 넘어지면 짓밟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넘어졌을 때 80%는 누군가가 손을 잡아준다. 넘어졌을 때 짓밟는 사람은 사이코패스다.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이것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면 어떻게 하느냐’고 상담하는 환자에겐 ‘일단 가보라’고 한다. 길을 걸어야 내 길일지 아닐지 생각할 기회가 생기는데 걷지 않으면 그 길조차 찾지 못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정작 선택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집 밖을 나가지 못한다.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움직여라.
6. 스트레스는 다루기 나름이야
스트레스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있어야 이기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면 큰 성취감이 따른다. 지금은 책을 쓰고 강연도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불안해서 책도 못 읽었다.
학회에서 세미나를 할 때도 많이 떨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읽어보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나를 발전시켰다. 스트레스가 오면 ‘그래?’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불안이 따른다. 그럴 때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면 포기하면 된다. 포기도 선택이다.
7.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라
20대 이후에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행복도 성공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것의 기본은 인간관계다. 출발점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자기 안에 있는 진주를 찾아라.
충분한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데 갈등, 혹은 트라우마로 인해서 찌부러져 있다. 주입된 모습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행복은 비교할 수 없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열등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잘해도 ‘한국에서 1등 하는 게 뭐가 잘하는 거냐’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공허해한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 것.
심리처방전 ‘어른으로 산다는 것’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의 저자로 유명한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에게 도움말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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