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_이효복 인토외식산업 대표 - 창업동아리연합 PEUM

세계맥주 전문점 ‘WABAR(와바)’. 맥주와 양주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토외식산업의 이효복 대표는 10년 전 이 ‘세계맥주 전문점’에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엔 새로운 콘셉트의 주점이었지만 2011년 현재 와바의 매장 수는 국내외 280여 개에 이른다.
[CEO 탐방] “비록 실패해도 도전은 아름다운 것”
인토외식산업은 이후 화로구이, 전통주, 한식 등 여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3월에는 셀프형 세계맥주 할인점 ‘맥주바켓’을 론칭, 또 하나의 새로운 카드를 주류 업계에 내밀고 있다.

이 대표에게 처음부터 사업가 기질이 넘쳤던 것일까. 그는 처음 장사를 시작한 대학 시절부터 크고 작은 사업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한때는 모든 것을 잃고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이 대표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창업동아리연합회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창업 계기, 비즈니스 모델, 해외 진출 노하우, 외식업계 뒷이야기까지. 1시간 반 남짓 진행된 간담회는 꽤 구체적이고 진지했다. 특히 도전 정신을 언급하는 시점에서 이 대표의 눈빛은 빛났고, 듣는 이는 탄성을 내뱉었다.
[CEO 탐방] “비록 실패해도 도전은 아름다운 것”
PEUM ‘맥주바켓’에서는 안주를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매출이 걱정되지 않나?

이효복
브랜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대학생 중 30%만 와바를 알고 있더라. 20대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와바는 프리미엄, 레귤러, 주니어 등 총 3개 버전으로 구성돼 있다. 상권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

‘맥주바켓’은 와바의 주니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맥주바켓에선 안주 비용이 줄어든 대신 맥주가 더 많이 판매된다. 또 임대료와 인건비를 절감했다. 투자비 역시 와바보다 훨씬 적게 든다. 보통 주류업계는 2월에 매출이 좋지 않은 편인데 맥주바켓은 3000만 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이다. 이전에 했던 사업보다 사업계획서에 충실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CEO 탐방] “비록 실패해도 도전은 아름다운 것”
PEUM 셀프 방식이라고 하면 고객이 다 알아서 하는 것인가?

이효복 테이블마다 바구니가 있다. 냉장고에서 원하는 맥주를 가지고 와서 이 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보통 고객 접점이 없는 업종이 영업이 쉬운 편이다. 대표적으로 DVD방, 노래방, PC방 등이 있다. 고객에게 인사하고 나중에 계산 한 번 하면 끝이다. 매뉴얼이 간단하다.

반면 의류 매장, 레스토랑 등은 고객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 맥주바켓은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만 있으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최소한의 안주만 판매한다. 주방장이 없어도 된다. 그래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PEUM 대학 시절부터 군고구마 장사, 남대문 옷가게 점원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것으로 안다. ‘와바’ 창업 계기는?

이효복 학창 시절부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는데 첫 시간에 ‘옴의 법칙’을 배우는 순간 ‘내 길이 아니다’는 걸 알았다. 대학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장사가 잘되지 않는 곳에 들어가서 수익이 나면 되파는 식으로 운영을 했다. 그때는 그게 장사의 기술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돌파구를 찾으려고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IMF가 오면서 사업이 망했다. 집도 없이 헤매는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된 걸까 과거를 반추해봤다. 권리금 몇 천만 원을 버는 것보다 매장 하나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웨스턴바 사업을 했을 때 칵테일 위주의 영업을 했는데 경쟁 업체끼리 유능한 바텐더를 뺏고 뺏기는 일이 반복됐다. 매출을 분석해보니 칵테일은 매출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바텐더가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했고 맥주를 골라서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와바’다.

[CEO 탐방] “비록 실패해도 도전은 아름다운 것”
PEUM
‘칵테일 막걸리’처럼 막걸리를 가지고 사업을 한다면 어떨 것 같나?

이효복 지금 유통되는 막걸리는 우리 고유의 막걸리가 아니다. 우리 전통주는 가양주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수하는 식으로 유지돼 왔는데 일본의 말살정책으로 맥이 끊겼다. 이를 복원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 전통주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이다.

인토외식산업에서도 ‘창작’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해외에서도 달라고 요청하는 곳이 있지만 모두 생주이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 멸균주로 만들어야 수출을 하는데 멸균주는 맛이 없다. 이런 어려움이 해결되고 좀 더 전통주가 알려지면 해볼 만한 사업이다.

PEUM ‘와바’가 각종 브랜드상을 휩쓸고 있다. 브랜드를 구축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

이효복 프랜차이즈 본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 외엔 없다고 본다. 브랜드 가치에 집중하지 않는 회사, 브랜드 로열티를 유지하지 않는 회사는 가맹사업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것을 할 때 그것이 우리 브랜드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1차 소비자인 가맹점주가 있고 2차 소비자인 고객이 있다. 와바는 가맹점 모집을 위한 마케팅은 하지 않았다. 최종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만 했다. 각종 문화 공연, 행사에 계속 후원하는 것이 좋은 예다.

[CEO 탐방] “비록 실패해도 도전은 아름다운 것”
PEUM
해외에도 진출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좌우명이 있나?

이효복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것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전형적인 인물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은 친구, 부모 등 주변 사람 10명에게 ‘이효복 하면 떠오르는 장점 세 가지를 문자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취합을 해보니 그중에 ‘도전’이 가장 많았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갑돌이’와 ‘을돌이’다. 갑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을은 그것을 따라하는 사람이다. 계약서에도 갑이 먼저 나온다. 와바의 경우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초창기에 선택한 가맹점주가 돈을 많이 벌었다.

여러분은 창업동아리를 할 정도면 대부분 갑돌이일 것이라고 본다. 생각만 하지 말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해도 청년 시기에 하면 그 도전만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