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구직자라면 이렇게 질문해보자. 회사에서 나를 채용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인이라면 이렇게 질문해보자. 회사에서 나를 고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이 ‘품질’이라면 당신의 미래는 밝다.같은 시간 동안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과물을 내고 있다는 얘기인데, 그런 인재는 누구라도 탐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대답은 아마도 ‘시간’일 것이다. 같은 성과를 내는 데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적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당신의 경쟁력이 품질도 시간도 아니라면 미래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그저 ‘싼 맛’에 고용돼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되니까. 이 이야기를 신입사원의 성장기로 다시 풀어보자. 회사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력자보다 일도 제대로 못하는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는 싼 맛에 이런저런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신입사원은 두 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성실함이다. 사실 신입사원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성실함밖에 없다. 스스로 업무 시간을 늘려서라도 평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두 배 걸리더라도 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고용했는데 어찌되었든 남들만큼 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다. 어차피 열심히 해봐야 금방 달라질 것도 없고, 회사 입장에서도 기대한 만큼은 해주니 특별히 눈 밖에 날 일이 없다. 적어도 더 싸게 부르는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급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열심히 일하다 보면 경험이 쌓인다. 봉급도 예전보다 조금 더 오를 것이다. 이때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시간을 경쟁력으로 가질 수 있게끔 더 노력하는 것이다.
남들이 8시간 걸릴 일을 6시간 만에 해치우면 뛰어난 수준이다. 더 나아가 4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면 놀라운 수준이라고 하겠다. 당신의 입지는 점점 더 굳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다. 이제 남들 평균만큼 일하고 평균만큼 벌게 됐으니 마음이라도 편하게 가져보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평균적인 직원이 가지는 안정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젠 웬만큼 해도 남들만큼은 하고, 집중하면 누구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때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남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다.
궁리하고 시행착오를 하다 보면 여유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못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쌓일 때마다 당신은 특별해진다. 넘버원에서 온리원(only one)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도달했을 때의 열매는 무엇보다 달콤할 것이다. 두 번째는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다. 8시간 걸릴 일을 6시간에 끝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을 빨리 끝내면 다른 일이 추가될 수 있는데 더 일한다고 해서 당장 돈을 더 받는 게 아니다. 둘째, 일단 업무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놓으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처리할 여유가 있을뿐더러, 조금이라도 일찍 끝내면 유능하다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전혀 유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전문가, 그들만의 법칙’을 쓴 손영우 교수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재투자에서 찾았다. 수행에 익숙해져서 남아도는 지적 자원을 그냥 낭비하느냐, 더 나은 수행을 위해 재투자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후자를 선택해야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 업무 시간에 농땡이 치는 데 성공했다고 회사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정작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당신의 경쟁력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 더난출판)’ ‘10미터만 더 뛰어봐(김영식 지음, 중앙북스)’ ‘똑바로 일하라(제이슨 프라이드 외 지음, 21세기북스)’.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 (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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