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턴십 체험기] "카드를 팔고 싶습니다. 영업부로 보내주세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광주은행 영업부에서 인턴십을 했다. 지금도 별로 다를 바 없지만 그때는 사회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 군대는 마쳤지만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하나 해본 적 없었다.

부모님은 “사회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 학교와 직장은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해주셨다. 하지만 말로만 들어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짧은 인턴생활을 통해서 부모님의 말씀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조직에 융화돼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회사에 적응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마지막 날의 아쉬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실 광주은행 인턴십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 선배들의 반대가 많았다. “단순히 영업점에서 인사만 할 것이다” “시간 낭비다” “4학년도 아닌데 여행 다니며 놀아라” 등 다소 부정적인 조언 일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꿈꾸던 업종에서 하루빨리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은행의 꽃은 영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산업은행 같은 공기업에서도 개인 여신을 확보하기 위한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영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신입행원은 영업을 배우며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은행 업무의 기본이면서 가장 힘들다는 영업. 나는 영업부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업부에서는 인턴사원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무작정 인사부로 찾아갔다. “카드를 많이 팔아 오겠습니다. 무조건 영업부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몇몇 직원이 웃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지만 결국 영업부에서 일할 수 있었다.

고백하건대 나는 일을 잘하진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한다. 항상 7시 반까지 출근해서 오후 7~8시에 퇴근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수발 업무와 개인 고객 바인더를 찾는 업무 등을 했다.

하지만 일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양한 업무를 하게 해주었다. 5년에 한 번씩 하는 회계감사 기간이 겹쳐서 주말을 반납한 채 일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부동산 중도금 대출상담, 학자금 대출 관련 처리, 각종 민원 처리 등을 도맡아 했다.
[인턴십 체험기] "카드를 팔고 싶습니다. 영업부로 보내주세요!"
일이 그리 수월하진 않았다. 경기도 지역의 부동산 대출 관련 문제 때문에 수도권 고객들과 통화한 적이 있는데 지방은행이라고 대놓고 무시했다. 까다로운 고객도 많았다. 하지만 ‘사회’를 배우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학교 이름을 걸고 인턴십을 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일하기로 다짐했다. 단순한 업무라 해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은 항상 일찍 출근해서 늦게까지 업무를 처리했다.

까다롭고 거친 고객도 많은데 항상 웃으면서 따뜻하게 고객을 대했다. ‘인격적으로, 업무적으로 대단한 내공을 쌓은 분들이구나’라고 느끼며 ‘프로의 세계’를 실감했다. 더불어 내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고객 입장이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인턴십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매뉴얼이 부족했다. 인턴에게 매뉴얼화된 주기적인 업무가 있으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부서마다 인턴이 하는 일이 확연하게 다른데 교육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아쉬웠다. 또 직원들은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인턴을 교육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어떤 직원은 인턴에게 일을 맡기기 껄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에서 원하는 취지에 어긋나는 소모적인 행동을 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인턴을 선발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여러분들도 대학 생활 동안 인턴십에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어느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