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업무상 미팅 약속이 잡힐 때마다 크고 작은 불만을 토로한다. “중요한 일이라고 해서 만나보면 전화나 이메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일 때가 많고, 만나서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면 될 일도 식사를 곁들여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프리랜서와 직장인 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둘은 업무시간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Book] 직장인 정신 VS 기업가 정신
프리랜서의 경우는 고정된 마감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최종 성과물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작업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까지 결과물을 제출하기만 하면 그때까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약속한 시간보다 빨리 일을 끝낼수록 유리하다는 점이다. 남은 시간 동안 재충전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진행해 추가 수입을 노릴 수도 있다. 따라서 프리랜서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결과물을 얼마나 빨리 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진다.

직장인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흔히 월급을 일한 만큼 받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것이라면 현행법상 월급은 후불제이므로 한 달 동안 이뤄낸 성과에 따라서 받는 금액도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한 달 동안 휴일이나 휴가 일수에 상관없이 사전에 약속한 고정된 월급을 받는다. 왜냐하면 직장인은 회사에 자신의 시간을 판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판 시간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고, 일을 마쳐도 정해진 시간까지 퇴근하지 못한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약속된 업무시간을 초과하거나 휴일에 출근한다면 그에 따른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성과가 아니라 고정된 시간을 회사에 팔았다는 점에서 몇몇 직장인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티가 나지 않는 한도에서 속된 말로 농땡이를 치고 싶다는 유혹 말이다. 가령 출근한 뒤 업무 시작 시간부터 맹렬히 업무에 몰입하기보다는 책상 정리하고 신문 보고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모닝커피를 즐기고 싶다는 유혹, 점심시간 30분 전부터 메뉴를 토의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유혹 같은 것은 일종의 적극적인 농땡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소극적인 농땡이도 있다. ‘업무는 그것을 완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채울 만큼 확대하기 마련이다’라는 파킨슨의 법칙처럼 말이다. 교수님이 과제를 한 달 안에 제출하라고 하든 일주일 안에 제출하라고 하든 대부분의 학생이 마감 며칠 전에야 시작하는 것처럼, 직장인들 역시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할지라도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일을 빨리 끝내면 다른 일이 추가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한들 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둘째, 일단 업무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놓으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처리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는 앞에서 말한 내 지인의 불만이 이해가 됐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안 들키고 농땡이를 칠 수 있는지가 아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사라진 마당에 직장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가질 수 있는지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동료들보다 ‘더 빨리, 더 오래, 더 멀리’ 정신을 가진다고 해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도 뚫고 나온다’는 말처럼 마음가짐이 다르고 태도가 다른 직장인은 직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머지않아 두각을 내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피터 드러커 지음, 한경비피)’ ‘혼창통(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경영자를 위한 변명(권영설 지음, 프런티어)’이다.
[Book] 직장인 정신 VS 기업가 정신
권윤구 좋은 책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북코치. 인터넷 북카페(www.bookcoach.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