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채용시장 5대 트렌드

레드 퀸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뛴다. 하지만 앨리스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느낀다. “열심히 뛰는데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죠?” 레드 퀸이 대답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단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 장면은 오늘날 쫓고 쫓기는 생태계나 기업의 경쟁구조를 설명하는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로 불린다. 거울 속에 비친 것처럼 모든 것이 반대로 가는 거울 나라에선 단지 제자리에 서 있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만약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두 배 더 뛰어야 한다.

그런데 이 거울 나라,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한민국과 많이 닮았다. 뛰어도 뛰어도 제자리 신세인 앨리스 역시 그리 낯설지 않은 존재.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조건 두 배 더 열심히 뛸 텐가? 혹시 어딘가 지름길이 숨어 있거나 힘들이지 않고 앞서가는 요령이 있는 건 아닐까?

힌트는 올해 채용시장을 지배할 키워드에 숨어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2011년에도 채용 트렌드에 숨 가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템포 놓치면 눈 뜬 장님 되기 십상. 지금부터 눈 크게 뜨고 거울 나라를 탈출할 묘수를 찾아보자.
[Special Report] “스토리·SNS·인턴십·경험·직무에 주목하라”
레드 퀸 효과를 설명하는 예로 아프리카 초원의 영양과 치타의 공진화(共進化)가 있다. 치타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영양의 스피드가 점점 빨라지고, 치타 역시 스피드를 높이며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Special Report] “스토리·SNS·인턴십·경험·직무에 주목하라”
대한민국 채용시장도 비슷한 형국이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취업준비생의 스펙이 점점 강해지자 기업들은 새로운 채용 시스템으로 즉각 응수한다. 구직자와 기업 모두 공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에는 공진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게 채용시장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취업 포털과 취업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인턴십’이 대세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또 숫자로 이뤄진 ‘스펙의 시대’가 지났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한다. ▷직무 중심 채용시장의 도래 ▷웹에서 SNS 기반으로 전환 ▷세대 간 경쟁 본격화 등 다양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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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1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스펙이 지고 스토리가 뜬다는 의미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된 데다 실제 성과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자각이 이어지면서 스펙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삼성 등 대기업 상당수가 이미 스펙을 기본적인 지원 요건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면서 “학점, 영어 점수 등 스펙 항목을 가린 채 자기소개서 중심으로 심사하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확산 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脫) 스펙의 자리에 새로 들어선 게 ‘스토리’다. 기업들이 이력서 대신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보기 시작하면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구직자라면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직접 겪은 얘기로 실증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지어낸 스토리’는 아무것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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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 SNS가 취업시장 주도한다

인터넷 기반의 채용 시스템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로 옮겨가고 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취업시장의 키워드로 ‘소셜 네트워크 구인·구직 활동’을 첫손에 꼽았다.

실제로 삼성, SK, KT, CJ 등은 구직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채용 및 HR 트위터를 각각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채용 트위터는 팔로어만 7000명이 넘는다. 김정철 잡코리아 취업컨설팅 고문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 SNS를 통해 소통하는 새로운 채용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 역시 기업 인사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보를 얻기도 한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얼마나 신뢰할 만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느냐가 취업 성공의 열쇠. SNS의 활용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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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3 인턴십 강세 이어진다

지난해 채용시장을 강타했던 인턴십이 올해도 위력을 뽐낼 전망이다. 정규직 전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인턴사원 채용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인이 32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1%가 ‘인턴사원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미정’이라고 답한 22.5%의 기업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절반가량의 기업이 인턴십 제도를 도입하는 셈. 특히 인턴사원 채용 규모에 대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대답이 48.2%로 가장 많았다.

가장 중요한 지수라 할 수 있는 정규직 전환 비율 역시 상향 추세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인턴사원을 채용했던 기업의 94.6%가 정규직 전환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정규직 전환 비율은 평균 75.6%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턴십을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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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4 ‘경력 있는 신입’ 뜬다

말 그대로다. ‘경력 같은 신입’이 아니라 ‘실제로 경력이 있는 신입’이 각광받는다는 의미다. 인턴십 확대로 재학 중 또는 졸업 후 실무 경력을 쌓는 구직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게다가 신입사원 지원 시 나이 제한을 없애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원하는 직장을 타깃으로 도전을 계속하는 ‘노장’까지 합세,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나이가 조금 더 많아도 경력이 탄탄한 검증된 인재를 원할 수밖에 없다. ‘세대 간 경쟁’으로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경력’은 거창한 게 아니기 때문.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일관된 경력을 쌓았다면 훌륭한 경쟁력으로 삼아 도전해볼 만하다”면서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채용 트렌드 영향으로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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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5 직무 중심 채용이 대세다

경력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일맥상통하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구직자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레 대두된 게 ‘직무’다. 자신이 몸담을 직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 직무에 대한 특성과 내용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 단순히 ‘그 회사에 많이 지원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인식은 탈락의 지름길.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직무 중심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인사담당자는 입사지원서와 면접을 통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집중 검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2011 채용시장 이렇게 흘러간다 ★

방대한 채용시장에 5가지 트렌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종별, 분야별로 다양한 흐름이 나왔다 사라지기 마련. 비록 ‘순위권’에 들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적지 않다. 기억해두면 약이 되리라.

★ 전기전자·정보통신 ‘채용 늘어난다’

작년 채용시장의 주인공이 물류·운수, 기계·철강·조선 업종이었다면 올해는 정보통신 등 IT 계열과 전기전자 분야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앱 개발자, 콘텐츠 기획자 등 관련 업종의 수요가 늘었고 삼성, LG 등에서 대규모 인원을 채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12월 인크루트가 조사한 결과 정보통신·전기전자 업종에서 전년 대비 각각 24.8%, 8.9% 규모의 채용증가가 예상됐다.

★ 신의 직장 ‘문 열린다’

몇 년째 신입사원 채용에 인색했던 공기업들이 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사업 진출과 부대시설 확충으로 에너지·보건 의료 분야 공공기관의 일자리 문이 열릴 전망이다.

‘신의 직장’이라는 닉네임도 간판을 내리게 생겼다. 잡셰어링으로 초임 연봉이 축소됐고 일자리도 늘어났기 때문. 한국공항공사(40명), 한국수자원공사(90명), 한국마사회(20명)와 국민연금공단, 경북대병원, 중소기업은행, 충북대병원 등은 상반기에 공략해볼 만하다.

★ 비정규직 채용 늘어난다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비정규직을 뽑는 기업이 증가한다’고 답한 이가 41.2%를 차지했다. 실제로 비정규직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전체 채용공고 대비 비정규직 채용공고 비율은 17.9%였지만 2009년 22.4%로 증가했다. 특히 ‘경력 비정규직’을 뽑는 공고가 ‘신입직’에 비해 훨씬 많았다.

★ ‘Y세대’를 어찌 하오리까

‘Y세대’는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언제든 기업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세대를 일컫는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인사담당자 중 34.0%는 ‘Y세대가 새해 채용시장의 키워드’라고 대답했다. 이미 기업들은 Y세대 인재들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Y세대를 다루는 법’ 연구가 시작된 셈이다.
[Special Report] “스토리·SNS·인턴십·경험·직무에 주목하라”
글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