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_저축보다 ‘보장’에 중점 둬야
보험은 ‘돈 모으기’라는 재테크 속성에서 조금 벗어나고 있지만 분명 우리네 재테크에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어필하고 있는 것이죠.하지만 보통 20대에게 ‘보험’ 이야기를 꺼내면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대부분이 보험을 엄마가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가입하는 상품쯤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변액보험 등과 같은 재테크 속성이 강한 상품까지 잘 알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험에 대한 이해는 굉장히 부족하죠.
아프면 얼마를 받고 죽으면 얼마를 받고, 그러기 위해선 한 달에 얼마를 내야 하고, 만기 후에 돈을 돌려받거나 받지 못한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을 필수 재테크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몇 가지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보험이라는 것이 일정 시기 이후 우리네 재테크에서 갑자기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 말이죠. 게다가 현실에서는 정작 보험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설픈 실수로 안타까운 일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사들은 모든 사실을 공개하지만 이런 공개된 사실에 무관심해 보장을 놓치는 경우죠. 따라서 여러분은 보험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보장과 저축에 대한 선택입니다. 보험 상품은 아프거나 다치거나 죽는 상황을 대비한 ‘보장성 보험’과 이런 보장은 미미하지만 돈 모으기 속성이 강화된 ‘저축성 보험’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보장성 보험은 암보험, 상해보험, 생명보험 등이고 저축성 보험은 연금보험, 변액보험, 저축보험 등의 상품입니다. 보험에 가입하기 전 스스로 ‘보장이냐, 저축이냐’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보험은 ‘보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축’이라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재테크 상품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보장성 보험은 다시 보장보험료만으로 구성된 ‘순수 보장형’과 약정한 적립 보험료를 추가 부담해 만기에 적립금을 돌려받는 ‘만기 환급형’으로 구분되는데요, ‘보장’이라는 목적으로 가입한다면 보험료를 최소화하는 순수 보장형을 선택하는 것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둘째는 고지 의무입니다.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원하는 정보에 대해 솔직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보험 계약은 고객의 ‘청약’과 보험회사의 ‘승낙’을 통해 완성되는데요, 일반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때는 청약서, 상품설명서, 건강 고지 의무 관련 서류 등 다양한 서류 작업을 거칩니다. 중요한 건 이때 가입자들은 무조건 솔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개월 내 치료 사실이라든지 5년 내 입원, 한 달 이상 투약 사실 등에 대해 모두 고지해야 하고, 디스크 등 척추 관련 질병 같은 사안이라면 전 기간에 걸친 발병 사실을 보험회사에 통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보험회사가 어떻게 알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험회사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고지 의무를 어길 경우 정작 보험금이 필요한 순간 강제 해지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비례 보상(실손 보장)과 중복 보장에 대한 개념 정리입니다. 어떤 사람이 암보험 100개를 들었는데 이를 통해 받게 될 총 보험금 규모가 100억 원(진단비 기준)이라고 해볼게요. 어느 날 실제로 암에 걸렸는데 병원비는 약 2억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때 이 사람은 보험사들로부터 병원비 2억만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당초 100억을 모두 받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100억을 모두 받을 수 있다’입니다. 이처럼 암보험은 물론 보험사의 모든 상품은 원칙적으로 중복 보장을 받습니다. 사망 보장은 물론이고 진단, 수술, 후유 장애 등이 모두 해당되죠.
하지만 예외적으로 중복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손해보험사의 ‘실손 의료비(상해의료비, 질병입원의료비, 질병통원의료비) 담보 특약’ ‘벌금 담보 특약’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 담보 특약’ 등 세 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실비보험 3개(총 보험금 1200만 원)에 가입했는데 막상 병원비(의료비)는 600만 원이 나왔다고 할게요. 이 경우에는 1200만 원을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세 곳에서 200만 원씩 총 600만 원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중복 보장 불가 상품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는 저축성 보험 대부분이 대표적인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금리 상승 시기엔 높은 금리를 적용받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낮은 금리가 적용됩니다(주식에 일부 투자하는 변액보험은 예외입니다).
‘월 100만 원씩 10년 납입 시 만기 환급금 2억4000여만 원(원금 1억2000만 원 포함)을 보장한다’는 카피가 있다고 해볼게요. 이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조그맣게 ‘변동금리(연 복리 5.6%) 적용’이라는 대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해 이후 금리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만기 환급금 규모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다섯째는 ‘특약’에 대한 적절한 활용입니다. 어떤 보험도 세상 질병을 다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수술비와 입원비 보장은 보험사가 임의로 정한 3대 질병(암·뇌졸중 또는 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6대 질병 및 10대 질병 등으로 한정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질병을 보장받으려면 추가 보험료를 내고 ‘특약’에 가입해야 하는데요, 이때 특약 범위를 넓힐지, 아니면 중요 질병 보장에 만족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여섯째는 이해될 때까지 꼬치꼬치 물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변비가 심한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치질까지 보장되나요?”라고 물어보세요. 해당 상품이 항문 관련 질병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직장에 생긴 용종 제거 수술을 받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합니다.
암보험을 들어놓고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보험사로부터 “고객님의 암보험 상품은 전립선암을 보장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고요. 하나씩 따져봐야 합니다. 보험에 가입하면 청약서에 반드시 본인이 서명을 해야 하는데요, 바로 이 ‘자필 서명’은 가입 전에 귀찮을 만큼 물어보라고 보험사가 우리에게 준 특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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