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_이색 직업

직업이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일하는 것을 말하지만 요즘은 조금 ‘배고프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생계 해결보다 자신의 비전에 뜻을 두고 있기 때문일 터.

에디터가 만난 사람은 연예인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는 ‘스타일리스트’다. 요즘은 스타일리스트가 TV에 나오는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전담하는 ‘연예인팀’과 화보나 광고를 통해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매체팀’으로 영역이 분리되고 있는 추세. 이번 호에는 동방신기, 비스트, 이요원 등의 화보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비주얼 컴퍼니(Visual Company)’의 이예지 씨를 소개한다.
[Trend Catch]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 엿보기
07:00 기상
08:00~09:00 요가
10:00 출근
10:00~12:00 국내 및 해외 매거진 리뷰
12:00~13:00 점심시간을 이용한 미팅
13:00~19:00 브랜드 쇼룸 혹은 홍보대행사에서 제품 홀딩&픽업
19:00~21:00 부족한 아이템 추가 홀딩&픽업
[Trend Catch]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 엿보기
[Trend Catch]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 엿보기
매체팀 스타일리스트는 ‘보그’ ‘엘르’ ‘마리끌레르’ 등 패션 잡지의 화보를 주로 진행한다. 때문에 틈틈이 다양한 이미지를 보고 분석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평소 잡지를 볼 때 화보의 스타일링뿐 아니라 의상의 브랜드, 스태프들의 이름을 메모해두면 나중에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 요즘은 스타일리스트에게 스타일링뿐 아니라 스태프 선정까지 맡기는 매체가 많기 때문이죠.

8~10페이지에 이르는 하나의 잡지 화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스태프 선정 외에도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많아 수차례에 걸쳐 사전 회의를 가져요. 서로 바쁘다 보니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주로 점심시간에 기자, 광고주와 미팅이 진행되는데 때론 끼니를 거르기도 하니 쉬운 일은 아니죠.”
[Trend Catch]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 엿보기
픽업(화보 촬영 시 필요한 물건을 받는 일)과 홀딩(촬영 전에 미리 예약하는 일)은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에서 마련한 쇼룸이나 매장에서 직접 이뤄지고 보통의 브랜드는 패션 홍보대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브랜드와 대행사에서 픽업한 제품으로 모델에게 입힐 착장을 미리 맞춰보고, 혹시 부족한 아이템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부족한 아이템은 다음 날 추가로 픽업한다. 8페이지를 기준으로 할 때 총 촬영 시간은 5~6시간 정도 소요되고, 인터뷰가 함께 진행되거나 2인 이상의 단체 촬영인 경우에는 1~2시간 정도 더 소요될 때도 있다.
[Trend Catch] 스타일리스트의 하루 일과 엿보기
“하루 5~6시간 동안 8~10페이지의 화보를 찍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화보를 찍는 시간 동안 신선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엣지 있는 스타일을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이죠.

스타일링을 위해 고가의 매장 상품을 협찬받아서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9억 원대의 모피코트, 8000만 원대의 미니원피스, 차 한 대 값의 가방이나 주얼리 등으로 촬영할 때는 몸을 던져 아이템을 지켜야 해요.(웃음)

작은 흠이라도 생기면 스타일리스트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이럴 땐 상품을 싣고 스튜디오로 가는 차 안에서조차 충격이 덜하도록 운전을 조심히 해요.”

매달 여러 개의 화보를 진행하는데, 스타일리스트에게 늘 힘든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힘들게 작업한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큰 기쁨을 주기 때문. 물론 하나의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따르지만 며칠 뒤 서점과 각종 포털사이트에 결과물이 올라오는 순간, 그 당시 느꼈던 모든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고 한다.

평소 자신을 꾸미거나 쇼핑을 좋아한다면 가끔 이뤄지는 샘플 세일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패션 피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가운데 하나다(단점으로 작용되는 경우도 있다). 힘든 점은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신체 리듬이 깨진다는 것이다.

의도한 콘셉트에 어울리는 아이템과 의상을 찾지 못했을 경우에 밀려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도 상당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 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교육과정과 기관이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신이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우선 실장급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몇 년 거친 후, 에이전시에 속하거나 프리랜서로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있다.

< 이예지 씨가 전하는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 >

여배우 A씨의 프로 정신

“우리나라 A+++ 톱 여배우와 화보 촬영한 날이 기억나요. 아름다운 그녀를 더 아름답게 연출하기 위해 준비한 의상들은 거의 전부 고가의 명품 상품이었어요. 하필 선택된 의상이 최고가 브랜드의 얇은 소재 블라우스여서 이 옷을 어떻게 입혀야 할까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비닐을 찾더니 의상에 메이크업이 묻지 않도록 자진해서 얼굴에 비닐을 쓰고 블라우스를 입기 시작하는 거예요.

화보 촬영 경험이 많았던 그녀가 제 마음까지 헤아리고 있었던 거죠. 촬영 후 비닐을 벗으면서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고 깔깔 웃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답니다. 사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고가의 매장 상품은 협찬받고 싶지 않지만 화보의 질과 새로운 이미지, 그리고 스타일링에 대한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인 것 같아요.(웃음)”

웬만한 연예인보다 지출이 많다?

“한 번의 화보 촬영을 위해 많은 옷을 협찬받다 보면 트렌드 파악은 물론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옷들을 발견하게 돼요. 자주는 아니지만 브랜드 내에서 이뤄지는 패밀리 세일과 각종 샘플 세일 초대장을 받으면 그냥 넘어가기 힘들 때도 많고요. 품위 유지를 위해 과도하게 지출한다면 뒷감당하기 어려우니 늘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해요.(웃음)”

솔직히 말해서 다이어트는 무리?

“스타일리스트들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일하고 적당히 먹으면 다이어트 효과 만점일 텐데…. 하지만 잘 안 되죠. 하루 온종일 정신적·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나면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면 폭식으로 이어져 필요 이상의 살이 찌기도 해요. 즐겁게 일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푸는 법을 지니고 있는 것이 중요해요.”

<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 4가지 >

패션 센스

패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완벽히 채울 수 없는 분야의 지식을 기본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는 다른 아이템과의 조합, 모델에 어울리는 착장, 시안에 충실한 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순발력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사건·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없다면 촬영이 원활히 진행되기 힘들다. 실제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때문.

인내력

교통비로 쓸 수 있을까 고민될 정도의 월급, 드세기로 소문난 패션 피플들의 구박과 험담을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는 인내심이 없다면 제대로 된 일을 해보기도 전에 나가떨어질지 모른다.

상상력

콘셉트에 따라 스튜디오의 배경, 헤어, 메이크업, 의상들이 조화를 이룬 전체적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진행·촬영 박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