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제자가 연구실 문을 노크했다. 방학 중에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상담을 하고 싶단다. 무슨 일인지 얘기나 들어보자고 했다. 그는 대학 1학년을 방황하며 보내다가 군대에 다녀온 후 2학년 1학기를 마친 지금, 본격적으로 진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몰라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제자와 나눈 이야기 가운데 직업을 선택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을 여기에 소개한다.
[Column] ‘평생 할 일’을 찾아 헤매는 당신에게
첫째, 누구를 위한 일인지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그 일이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인지, 더 나아가 가족이나 조직 또는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기여하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그 일을 자신이 정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권유에 따라 결정했다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포기할 확률이 높다.

둘째, 일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가? 기본적인 경제 문제 외에 자신이 그 일을 통해 얼마만큼의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직업은 ‘밥’뿐만 아니라 ‘꿈’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마라.

셋째,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 미리 그려보라. 상당히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으며 미래의 삶이 밝고 희망에 넘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지금 준비하는 일은 평생 직업으로 삼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 일에 더욱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훌륭한 전문성을 확보하라.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항목으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만일 지금부터라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마음속에서 꺼내보라. 그 일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꿈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뒷전에 밀려 시들해져버린 꿈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좋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꿈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보게 하라.

다섯째, 그 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목표를 시각화하라. 시각화하지 않은 목표는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취하기 어려워진다. 사냥을 할 때 멧돼지를 직접 눈으로 본 사냥개는 끝까지 추적하지만, 직접 확인하지 않은 사냥개는 쫓아가다가 이내 돌아서고 만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섯째, 그 일의 준비를 언제까지 할 것이며, 어떤 수단과 도구가 필요한지 열거하라. 마감 시한을 정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더욱이 학위나 자격증 또는 그 일에 필요한 유용한 준비물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가 완전 무장을 하는 것만큼이나 필수 요건이다.

일곱째, 단단히 준비하고 죽을 각오로 실천에 옮겨라. 결국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실천하기에 달렸다. 아무리 좋은 구상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노력과 인내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인내는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달콤한 열매와도 같은 것 아니겠는가.

그날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제자는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 동안 이상의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그리하여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평생 직업에 혼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런 멋진 제자가 되어 필자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기로 했다.

[Column] ‘평생 할 일’을 찾아 헤매는 당신에게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