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범의 패션 제안

영화 ‘러브 레터’에서 ‘오겡키데쓰카’란 대사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속에 기억된 것은 나카야마 미호가 입은 따뜻하고 두터운 니트웨어다. 고베의 하얀 설원에서 하얀 니트를 입고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스러우면서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성이 입으면 포근한 모성애를, 남성이 입으면 이지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니트가 올겨울 보다 부피가 크고 여유 있는 벌키(bulky)한 스타일로 다가올 예정이다.
[Fashion Tip]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다면? ‘보호 본능’을 부르는 벌키 니트
벌키한 니트 룩은 말 그대로 얇고 기본 스타일이 아닌 오버사이즈 핏의 두툼한 스타일의 니트를 말한다. 이렇게 벌키한 니트를 입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정도 관리된 몸매가 필요하다. 통통한 몸매에 벌키한 니트를 걸치면 설상가상으로 살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십상이다.

따라서 날씬한 몸매를 만든 후 사랑스러운 요소를 더하고자 한다면 벌키한 니트를 활용해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입어야 벌키한 니트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여성의 경우 벌키한 니트 룩을 자주 선보인 KBS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의 문근영을 떠올리면 도움이 되겠다.
[Fashion Tip]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다면? ‘보호 본능’을 부르는 벌키 니트
마치 할머니가 뜨개질한 듯한 두터운 털실로 짜인 컬러풀한 니트 안에 프린트가 있는 원피스를 매치해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에 굵게 웨이브 진 헤어스타일부터 레그 워머나 폼폼 장식의 부츠 등을 레이어드하면 귀여운 소녀 스타일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렇게 벌키한 니트는 빈티지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본인 사이즈보다 한 사이즈 정도 크게 입어 남자들에게 마치 니트 속으로 들어간 듯한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다.

주의할 점은 벌키한 니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온성과 부피감이 크다는 사실이다. 빈티지한 재킷이나 코트를 걸치는 것은 좋지만 소재가 두껍지 않은 것과 믹스&매치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하의는 스키니한 피트로 선택하는 것이 그래도 조금은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같은 의미에서 굽이 어느 정도 있는 부츠 역시 현명한 선택이 되겠다. 하지만 벌키한 니트가 늘 작고 귀엽고 어려 보이게만 연출되는 것은 아니다. 컬러를 없애고 그레이나 네이비 등 모노톤의 컬러를 선택하면 커리어우먼의 세련됨과 따뜻하고 정돈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Fashion Tip]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다면? ‘보호 본능’을 부르는 벌키 니트
남성의 경우 벌키한 니트를 통해 남성미를 강조하면서도 부드러운 요소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두터운 니트가 주는 빈티지한 매력은 남자들의 교복과도 같은 청바지와 매치하기에 더없이 좋다.

여기에 터프한 매력을 살리려면 군화 같은 부츠를 매치하고, 지적인 요소를 더하려면 송치나 스웨이드 소재의 로퍼와 매치하면 완벽하다. 기본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벌키한 니트는 안에 반드시 티셔츠를 받쳐 입어야 몸과 부딪히는 데 불편함이 없으므로 반팔 티셔츠를 활용해 매치하자. 이때 니트의 컬러가 어둡다면 그린이나 옐로 등 원색의 티셔츠를 레이어드해 살짝 겉으로 나오게 하면 훨씬 감각적으로 보인다.

여성은 더욱 여성스럽게, 남성은 더욱 부드럽게 표현해주는 벌키한 니트는 현재 그 인기에 걸맞게 다양한 브랜드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빈티지한 느낌이 들수록 운치가 있으므로 동대문 광장시장 같은 빈티지 시장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만~3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말만 잘하면 벌키한 니트와 매치하기 좋은 실크 스카프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Fashion Tip]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다면? ‘보호 본능’을 부르는 벌키 니트
이현범
‘anan’ ‘Esquire’ ‘Numero’ 등의 패션 에디터를 거쳐 브랜드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케이블 채널 M.net의 ‘트렌드 리포트 필’에 출연 중인 만능 재주꾼이다. 키 작은 남자를 위한 스타일링 북 ‘키보다 큰 남자’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