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할까 말까.’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학 예정이거나 이미 해봤다’고 대답한 이는 조사대상 320명 중 50%가 넘었다. 한 집 건너 한 명꼴로 한다는 휴학이지만 돌아서면 후회하기 딱 좋은 게 또한 휴학이다.

제대로 된 목표와 계획 없이 ‘이대로 졸업할 수 없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하면 자칫 시간 낭비하기 십상. 중요한 시기에 덜컥 휴학을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휴학을 해서 취업이 잘된다면 모르겠지만 그 누가 이를 보장하리오. 휴학은 어떤 경우에 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 얼마나 해야 할까. ‘휴학 잘하는 법’ 휴학의 기술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휴학의 기술] 무턱대고 휴학했다가 거지꼴 못 면한다?
언젠가부터 대학 생활에서 한 번쯤 쉬는 것은 관행이 돼버렸다. 학생들은 졸업 유예 이외에도 스펙, 어학연수, 시험 준비, 여행 등을 이유로 휴학을 결정한다. 특히 대학 3, 4학년이 되면 다급한 마음에 덜컥 휴학계를 내기 쉽다. 동국대 취업지원센터 김해덕 계장에 따르면 3학년은 어학연수를 위해, 4학년은 스펙을 위해 평균 1년 정도 휴학을 한다.

휴학 신청 절차는 간단하다. 학교 차원의 상담이나 심사는 없다. 개인의 의지만 있으면 온라인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손쉽게 휴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휴학 잘못해서 망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대 환경공학과 3학년 김민경(24) 씨가 대표적인 예. 그녀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휴학을 하고 1년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지만 실패했다. 3개월이 지나니 의지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제 와 1년을 버린 것은 아닌지 후회가 막심하지만 다시 학과 공부를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김 모(26) 씨도 마찬가지. 토익 900점을 목표로 1년간 휴학을 했지만 결과는 토익 700점과 MOS 자격증이 전부였다. 토익 학원을 다니고 혼자서 공부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한두 달이 지나니 생활 패턴이 엉망이 돼버렸다. 단지 그들만의 문제일까? 아무 소득도 보람도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고 돌아온 복학생이 내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대학 진로담당 교수들은 “뚜렷한 목표와 준비 없는 휴학은 하나 마나 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정유성 서강대 학생문화처장은 “누구나 하니까 나도 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휴학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해외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돈만 허비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공이 맘에 들지 않아 막연히 하는 휴학도 주의해야 한다. ‘이국헌 교수와 함께하는 취업 프로그램’의 강연자 이국헌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의 말을 듣거나 ‘욱’하는 마음에 고시나 의학전문대학원, 공인회계사, 편입 등의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고 했다.

무턱대고 휴학했다가 실패할 경우 손해 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칫 6개월 코스모스 졸업을 하면 취업 준비를 늦게 시작할 수 있다. 2월 졸업생의 경우 상반기에 취업문을 두드리면서 워밍업을 할 수 있지만 코스모스 졸업생은 8월까지 졸업에 여념이 없다가 취업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반기 공채에 뛰어드는 셈이다.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것도 시간 낭비할 확률이 높다.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은 “학기와 방학 기간을 활용해 필요한 점수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굳이 휴학을 하고 딸 만큼 취업에 크게 도움될 만한 자격증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나이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휴학으로 2~3년을 보낼 경우 취업하기에 늦은 나이가 돼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 “기업에서는 팀 단위로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나이가 많으면 기업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취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휴학은 최대 2년을 넘기면 손해다. 대학 생활 4년과 휴학 2년을 포함해 여성은 26세, 남성은 28세 나이를 넘기지는 않는지 셈해보자. 만약 재수 삼수를 했다면 휴학에 대해 더욱 고심해야 한다.
[휴학의 기술] 무턱대고 휴학했다가 거지꼴 못 면한다?
목표·준비 없는 휴학은 ‘독약’

그렇다면 휴학은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상황별 ‘휴학의 기술’은 무엇일까? 우선 휴학을 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스펙, 인맥, 돈벌이, 경험 등 상황별로 카테고리를 정해서 시간, 단계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실천 의지 또한 갖춰야 한다.

만약 ‘단순한 스펙 쌓기가 아닌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면 휴학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나 체험을 꼽을 수 있다. 점수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 이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자아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때는 ‘차별성’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을 가더라도 관광이나 유럽여행 이외에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프랑스의 테제 공동체, 인도의 아쉬람 등 종교단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2년 휴학을 하고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는 자칭 ‘휴학의 달인’ 이대훈 씨(가명)는 “2년 중 터키, 히말라야 산맥 등을 돌아보고 왔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학기와 방학 동안 할 수 없는 중·장기 인턴십을 위한 휴학도 추천할 만하다. 이때는 취업 희망 분야와 관련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해외 인턴십을 할 경우 ‘국립공원 청소’와 같이 개인 활동을 할 거라면 가지 않는 편이 낫다. 사람들과 부딪치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효과적이다.

어학연수는 일반적으로 많이 가는 지역 외에 제3세계나 한인이 별로 없는 곳을 택해야 언어 사용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단지 나갔다 오는 것보다 현지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하다. 만약 해외 연수를 자원봉사와 연계한다면 이해심이나 주도성을 기를 수 있다.

교환학생을 생각할 경우 해외 대학은 대개 9월에 학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 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오려 해도 한국에선 1년을 휴학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 것이다.

스펙이 부족해서 휴학을 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토익점수가 필요하다면 토익 스피킹과 컴퓨터활용능력과 같은 공부를 함께하면서 이와 별개로 아르바이트, 커뮤니티 자치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정된 스케줄을 만들어보자. 게을러지기 쉬운 아침에 학원을 다니거나 약속이 많은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어떨까.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 경우에는 최대한 자신의 취업 희망 분야와 연계된 일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한 경우에는 각종 ‘영업 활동’을 해보자. 기업의 업무에서 영업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현실 속에서 부딪치며 영업 정신을 배웠다는 것을 강조하면 환영하지 않을 곳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활동에 앞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상담을 받는 것이다. 이미 휴학을 경험한 선배, 멘토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마땅히 찾을 사람이 없을 경우 학교 취업지원센터를 방문해서 개인별 맞춤 상담을 받으면 된다.

확실한 계획을 세워 이를 잘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은 휴학의 기술이다. 설령 한 학기 휴학을 하고 계획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젊은 날의 짧은 방황은 실패가 아닌 경험일 수 있다. 한 학기의 생활을 쓰라리게 반성하고 자율적으로 시간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 될 일이다.
[휴학의 기술] 무턱대고 휴학했다가 거지꼴 못 면한다?
글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