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곤의 잡 멘토링

‘기업 입장’에서의 인턴십 ; 조기퇴사율을 줄이는 ‘충성도 필터링’

2000년대가 스펙의 시대였다면 2010년부터는 인턴십의 시대다. 채용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인턴십의 혜택을 늘렸다. 기존과 달리 인턴십 지원자가 원하는 희망부서에 가급적 배치시키며, 인턴십 수료자는 임원 면접만으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포스코도 모든 신입사원을 인턴십을 통해서 채용하기로 결정했고, STX도 인턴십의 수를 대폭 늘리고 인턴십의 유형 또한 다양화했다. 인턴십이 구직자를 두 번 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국에 가장 잘 맞는 인턴십 정책모델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신세계그룹이 신입사원을 인턴십으로만 채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퇴사율 감소’ 효과다. 인턴십을 거친 친구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하는 각오는 대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세계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한다.

즉, 1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기대와 다른 조건, 업무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에서 계속 일해 자신의 역량을 펼쳐 보이겠다는 각오로 회사에 충성도 높은 직원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은 인턴십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후 똑똑해졌다. 처음엔 인턴을 어떻게 가르치고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감을 잡은 듯하다. 인턴십 운영의 여러 성공사례가 보고되면서 각자 자신들의 회사에 가장 적합한 인턴십 문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화돼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에서만큼은 분명히 최고의 인재가 아닌 최적의 인재를 뽑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최적화라는 퍼즐 맞추기는 절대로 숫자와 보이는 액면으로만 파악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짧은 면접에서 걸러내기 힘든, 잘 훈련(?)된 구직자보다는 인턴십 기간을 통해서 확인된 인재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Column] 인턴십, ‘무엇을 얻었는지’에 주목하라
‘구직자 입장’에서의 인턴십 ;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증명자료

얼마 전 모 신문사에 공개 취업컨설팅을 신청한 서울소재 대학 4학년 여학생이 기자와 함께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매우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며 성공에 대한 열망도 강했다. 토익점수가 900점 초반대이고 전공은 인도어, 부전공은 경영학이며 학점은 3점 후반대였다.

그리고 인도에 있는 코트라(KOTRA)에서 인턴십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방학 때는 대기업 인턴십을 하거나 토익점수를 990점에 가깝게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좋은 전략인지 물어왔다. 필자는 우선 원했던 답부터 주었다. “그건 전략이 아니다.”

그는 무역 업무를 원했기 때문에 코트라 인턴십에 관련 대기업 인턴십 하나를 더하면 취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아주 단순한 액면 전략을 구사했다.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코트라 인도지사에서 무엇을 했는지 성과에 대한 충분한 정리와 그 인턴십을 통해서 얻은 무역 업종 목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다. 그는 순진하게도 ‘많은 경력=다양한 능력’이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경험의 양은 생각보다 넓지도 많지도 않다. 따라서 하나의 경력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충실하게 해냈고 어떤 평가를 받았으며, 그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면접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인도 코트라에서의 인턴십은 그의 역량을 모두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입사지원서를 검토할 때 코트라에 일하게 된 것이 그의 능력 때문인지, 전공의 희소성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진다.

만약 인도어 전공이란 희소성 때문에 선발된 것이라면 인도와 거래하지 않는 무역회사는 굳이 그를 채용할 이유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언어적 스킬이 아니라 무역 지원업무를 하면서 보여준 인턴과정의 모습과 끝난 후의 평가다.

따라서 이런 오해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무역 업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입사서류와 면접에서 펼쳐 보이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란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스펙 강박증에서 벗어나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얼마 전 모 기업 면접관으로 초빙됐을 때 인턴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인턴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들어올 때마다 임원 면접관들이 빠지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 있었다.

“인턴을 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무슨 대답이 나왔을까? 당신은 이 대답을 알고 있다.

인턴십을 했기 때문에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인턴십을 통해서 남긴 것과 달라진 것이 있기 때문에 취업이 되는 것이다!
[Column] 인턴십, ‘무엇을 얻었는지’에 주목하라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KTV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MC
건국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