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난 스피치 강사가 있다. 전국 기업 강의 섭외 1순위, 한국 최고의 강사료를 받는 ‘아트스피치’의 김미경 대표다. 그는 상대방의 표정·말투·몸짓만으로 직업을 맞히고, 명절이나 아침 TV 프로그램의 대표 초청 강사로 활약 중이다.

그런 김 대표가 지난 9월 29일 취업준비생을 위한 면접 비법을 전수하는 특강을 열었다. 그는 “면접은 질문에 답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이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면접 준비법, 알아도 도움이 안 되는 면접 요령 등에 식상했다면 주목하자. 1급 비밀로 통하는 ‘족집게’ 면접 비법을 전격 공개한다.
[현장스케치] 김미경 대표가 전하는 면접 스피치의 ‘1급 비밀’
면접 때 절대로 쫄지 마라

“인사담당자는 연봉 3000만 원을 주고 향후 회사에 3억을 벌어다줄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해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 도전적인 사람을 원하죠. 따라서 면접 때는 절대로 ‘얼어’ 있으면 안 됩니다.

면접에서조차 쫄아버리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기억하세요! 면접 때 탈락 대상 1순위는 바짝 주눅 든 지원자입니다.”

면접 최대의 무기는 ‘솔직함’ 예상 답안은 위급할 때만

“면접장에는 고만고만한 대학, 우수한 영어 성적, 얼굴도 잘난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다들 스펙이나 자격증 등으로 자신을 ‘A 등급 인재’라고 포장하죠. 하지만 가공된 매력은 누가 금방 카피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어요.

면접에서는 ‘나’다운 것이 최고예요.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면접은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나란 사람이 이 회사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충분히 드러내는 자리가 바로 면접이에요.

예상 답안은 당황하거나 위급할 때만 쓰세요. 면접관 귀에 익숙한 대답은 ‘아, 이 사람은 소신이 없구나!’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어요. 진짜 외워야 할 것은 그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이죠.”

기업의 성격에 나의 특성을 짝짓기하라
[현장스케치] 김미경 대표가 전하는 면접 스피치의 ‘1급 비밀’
“현대자동차에서 면접을 본다면 나와 현대자동차가 어울리는 점 세 가지를 이야기하세요. 현대자동차를 잘 알고 있으며 입사 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어필할 수 있어야 해요.

이렇게 이야기해보세요. ‘저는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밤새는 것도 선수예요. 여성이지만 남성의 조직 문화에도 잘 적응하죠.

그리고 여성 심리를 잘 알아서 현대자동차를 찾는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KT에 가면 이런 말을 해야지, 삼성에 가서는 이것을 중심으로 말해야지, 한화 면접 때는 꼭 이 말을 해야지’라는 기업 분석이 필요해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펙이에요. 나를 관찰하고 분석한 다음 기업의 성격과 나의 특성을 짝짓기해야 합니다.”

인터뷰 준비는 스펙이 아닌 콘텐츠로

“면접관이 ‘고향이 서울이네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예, 서울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해요. 인사담당자는 서울 안에 있는 ‘너’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거예요.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요?

‘집은 서울이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지방에서 서울로 왔습니다. 사투리는 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죠. 저는 6개월 만에 지방 전학생의 딱지를 뗄 수 있었어요. 사투리를 계기로 저의 도전 정신을 시험해볼 수 있었습니다’라고.

면접 준비는 스펙이 아닌 나만의 콘텐츠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콘텐츠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야 합니다. 내가 빠진 면접은 절대 금물입니다.”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하고 A-B-A1로 답하라

“인사담당자 24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지원자를 조사한 결과, 면접관들은 질문 요점을 잘 파악해 조리 있게 대답하는 ‘똑순이’를 선호한다고 해요. 지금부터 똑순이가 되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지원자는 조리 있게 말하고 그 이야기 속에 나를 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기업 이야기와 맞춰야 합니다. A-B-A1 순으로 말하면 평범한 대답도 똑소리 나게 들립니다. 면접 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자기소개를 예로 들어볼게요.

A : R&D 분야에 지원한 000입니다. 친구들은 저를 마술사라고 부릅니다.

B :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와 발명으로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 경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의 발명은 대단하진 않았지만 그런 잦은 시도와 도전들이 쌓여서 현재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제 주변 사람들은 특별한 동호회 모임이나 축제가 있을 때면 저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봅니다. 저의 이런 특기를 신상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사용하고 싶습니다. 제 발명의 역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A1 : 저는 00회사에서 고객이 마술처럼 느끼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A에는 질문에 대한 나의 정의, B에는 나의 스토리, A1에는 회사의 직무와 내가 적합하다는 내용을 담으세요.”

토론 면접, 다른 지원자는 적이 아닌 동지임을 명심하라

“토론 면접을 통해 인사담당자는 무엇을 알고 싶어할까요? 대부분의 학생이 토론 면접에서 ‘말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죠. 말하기만 빼고 전부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듣기, 맞장구치기, 팀워크(teamwork) 등이죠.

토론 면접에서는 상대를 이기려 들면 안 돼요. 다치는 사람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의 말이 끝나면 상대방에게 발언권을 넘겨주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세요. 토론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토론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세요. 그럼 토론 면접에서 여러분의 점수는 급상승할 것입니다.”
[현장스케치] 김미경 대표가 전하는 면접 스피치의 ‘1급 비밀’
당신은 유머 있는 사람인가요?

“면접관이 ‘당신은 유머 있는 사람인가, 나를 웃겨보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유머 감각이 없는 구직자라면 이렇게 대답해 보세요. ‘저는 유머 감각은 부족하지만 정말 잘 웃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사람들은 저더러 잔잔한 맛이 있다고 합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으면 신나게 웃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친구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 네가 없으면 재미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는 어느 집단에 가서도 잘 웃는 성격으로 팀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외수 씨가 ‘조화가 진화다’라고 말했듯이 저는 주변 사람들의 기를 팍팍 살려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라고. 잊지 마세요! 꾸밈없는 모습이 곧 최대의 경쟁력이에요.”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사진제공 아트스피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