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코피 루왁’을 만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텁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방금 전까지는 목도리를 꽁꽁 싸매도 몸을 웅크려야 했던 겨울에 있었는데, 지금 나는 여름에 있다. 창 너머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 잔디 위에 야자수가 늘어져 있다. 안녕, 인니!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지역은 동자바에 위치한 반유앙이라는 곳으로, 발리에서 3시간 정도 차로 이동한 후 배를 타고 1시간 동안 더 가야 한다. 밖으로 나오니 핑크 빛 하늘이 머리 위로 펼쳐졌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 하늘을 담았다. 이 하늘을 1%라도 담아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농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를 기다리는 커피콩은 다름 아닌 ‘코피 루왁’.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바로 그 커피가 아닌가! 다들 그것의 ‘정체’를 잊은 채 손에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이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하고 파우더로 만들어 한 잔의 커피를 탄생시켰다. 때마침 내리는 비가 커피 맛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아마도 다시는 먹어보지 못할 맛이리라.

우리가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들은 커피 한 잔이 외국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까? 커피를 마실 때 오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정말로 마음에 남았던 것은 현지 주민, 아이들과의 교류였다. 우리가 무엇이라고 그들은 그렇게 우리를 향해 웃어주었을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고,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지 않는 그들이 있어 지친 마음이 하나 둘 따스함으로 채워졌다. 고맙습니다. 뜨리마까시!

박은정 동아대 국제법무학과 4
[카페베네 해외청년봉사단 체험기] 인도네시아 커피농가에서 쌓은 잊지 못할 추억들
눈부시게 빛나는 ‘첫 단추’를 끼우다

내가 정말 그곳에 다녀온 게 맞나? 4박 6일이라는 시간이 잡히지 않는 꿈만 같다. 너무도 생생해서 색깔, 향기까지도 잊어지지 않는 꿈. 그러나 그곳 사람들, 봉사단원들과 함께한 사진, 영상, 아직도 흙이 묻어 있는 운동화와 땀으로 얼룩덜룩해진 카페베네 티셔츠가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커피의 탄생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현지의 모자란 일손이 되어드리기 위해 떠난 카페베네 해외봉사단.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활동을 했다. 파랗던 원두가 우리가 아는 까만 원두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에 마치 쌀 한 톨을 생각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커피 한 모금이 값지게 다가왔다. 커피는 ‘쓰지’ 않고 ‘진하다’!

처음엔 봉사라는 명목으로 서투른 우리가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오히려 너무나 따뜻하게 반겨주고 작은 실수에도 환하게 웃어주는 그 마음에 감동하고 감사했다. 커피를 만들며 살아가는 분들이라 그런 걸까. 마을 사람들이 참 찐~하고 향기롭다.

봉사단 지원서에 “첫 봉사활동 경험이 반짝반짝 빛날 나의 첫 단추가 되길 소망한다”고 적었다. 빛나다 못해 아주 눈이 부신 첫 단추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이 4박 6일의 기억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향기롭고 진한 꿈처럼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

김연주 경기대 시각디자인과 4
[카페베네 해외청년봉사단 체험기] 인도네시아 커피농가에서 쌓은 잊지 못할 추억들
‘진실된 마음’을 선물로 받다

수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신다. 그중 커피의 탄생을 고민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언제 어디서나 원하기만 하면 쉽게 마실 수 있는 이 시대의 대표 음료인 커피. 우리는 그 맛의 이끌림에 의해서 혹은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신다. 나 또한 혼자든 여럿이든 어느 공간에서든 손에 커피를 들고 있다.

이런 나에게 카페베네 해외봉사단 활동은 커다란 의미였다. 한국에서 재배되지 않는 커피나무와 열매를 직접 보고 만지고, 한 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수많은 이의 정성 어린 손길과 노력이 있어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커피가 만들어진다는 것!

브랜드를 따지고 가격을 재면서 마시던 커피. 조금 달거나 조금 쓰다고만 생각하며 마시던 커피. 하지만 이제는 그 정성을 생각한다. 한 잔의 커피가 내 손에서 그윽한 향을 풍기며 가슴을 적시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알게 됐다.

“언니 얼굴은 하얀데 왜 내 얼굴은 까매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내 짝꿍이었던 뉴로는 손짓 발짓으로 나에게 말했다. 외국인을 처음 본 반유앙이의 커피농장 사람들. 우리는 그들의 순수함과 밝은 모습이 너무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정을 느끼고 왔다. 카페베네에서 머그컵을 판매해 모은 성금을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선물도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그 선물보다 훨씬 값진 ‘진실된 마음’을 받았다. 마지막 날 농장을 떠나면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창밖으로 보며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22명 봉사단원 모두의 마음속에 설레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인도네시아 반유앙이에서의 시간.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박은경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카페베네 해외청년봉사단 체험기] 인도네시아 커피농가에서 쌓은 잊지 못할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