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카페띠아모’ 일산 햇빛점 사장

“진짜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길을 돌아가는 겁니다.”

일산 행신동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파는 아담한 카페 카페띠아모(www.ti-amo.co.kr)를 운영하는 김정규(28) 사장은 원래 연극배우 지망생이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02학번인 그가 휴학계를 내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는 마음껏 연극을 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경제적 기반부터 만들자”는 생각에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연극배우 꿈 위한 첫걸음…맛·서비스·청결 ‘완벽한 사장님’
꿈을 뒤로 한 채 59㎡ 남짓한 공간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노력한 만큼 수익이 나오는 덕에 늘 에너지가 넘친다. 누구보다 꼼꼼하게 창업을 준비한 결과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창업의 기초인 부동산 공부부터 시작했다. 사업의 터전이 될 상가 관련 정보를 뒤지고 임대차 계약부터 상권에 맞는 업종 비교·분석, 투자 비용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준비에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아이스크림+커피 ‘투톱’ 전략 적중

처음부터 ‘카페띠아모’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매장, 아이스크림 전문점, 커피 전문점 중에서 하나를 고르려고 했다. 보기 좋고 운영하기 쉽고 손님도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각 업종을 파고든 결과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계절 요인이나 수익성, 본사와의 계약 조건 등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걸렸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카페띠아모. 요즘 ‘핫 아이템’인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투 톱’인 데다 제조방식, 품질 등이 매력적이었다고.

“천연 재료로 만드는 저지방 젤라토 아이스크림인 데다 국내 브랜드여서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동네 상권과 잘 어울렸죠.”

그는 본사를 찾아가 자신이 점찍어 두었던 점포의 상권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자리는 나쁘지 않지만 수익은 보장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본사가 파악해둔 다른 점포를 소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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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바로 일산 행신동의 점포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계약을 한 건 아니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창업인 만큼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생각으로 입지를 확인, 또 확인했다

“당시 의정부가 집이었는데 일산까지 매일 아침 달려와 요일별, 시간별 유동인구를 파악했어요. 소비층이 다양하고 유동인구가 풍부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계약을 체결했죠.”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에게 창업 자금은 높은 벽이었다. 2004년 제대 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뜰하게 모은 돈에 부모님의 대출 지원을 받았다. 단, 대출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정식으로 차용증을 쓰고 공증도 받은 것.

“부모님께 공짜로 손을 벌린 게 아닙니다.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것은 물론, 상환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두고 있어요. 요즘처럼 매출 증가 수준을 이어간다면 내년쯤 상환을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4월 개업 후 김 사장은 한 달 평균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대비용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700만 원 선. 단기간 내에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비결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카페의 기본 조건인 청결, 서비스, 맛, 마케팅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남자 둘이서 하는 매장이라(점포를 총괄하는 매니저가 남자다) 위생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까봐 유난을 떨면서 청소를 합니다. 손님을 대할 때도 한 번 오신 분은 꼭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단골손님들이 즐기는 메뉴, 취향까지 다 외우고 있을 정도죠.”

맛에 대한 완벽함은 카페띠아모 본사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커피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두는 늘 진공 항아리에 보관하고 그라인더에도 소량만 갈아 맛과 향을 최상으로 지키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했을 때 크레마가 깨지면 바로 버릴 정도다.

“다른 커피 전문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바리스타를 매니저로 불러들였습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친구죠. 이런 매니저가 직원 교육을 하니 언제나 커피 맛이 일정하고 수준 높지요.”

와플에 대한 애정도 유별나다. 매일 와플만 20개씩 먹으면서 레시피를 수정하기도 했다. 와플의 고향인 벨기에의 요리사 레시피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 정성과 과학으로 굽기 때문에 이곳의 와플은 하루에 팔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다.

김 사장은 빠르면 내년 2학기에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다. 꿈을 위해 잠깐 길을 돌아가는 것일 뿐, 가야 할 길은 언제나 하나이기 때문.

“선배, 친구들이 대학로 무대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걸 보면 부러운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 그 무대에 마음껏 서기 위해 지금은 다른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지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마음을 늘 새기고 있어요.”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해당 분야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함께 일하는 종업원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요. 철저한 준비와 현장 경험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 아닌가 싶어요.”


[전문가 조언] ‘더하기’만 잘해도 성공한다!

매출 시너지 효과 내는 ‘아이템 더하기’ 궁합 잘 맞추는 게 포인트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연극배우 꿈 위한 첫걸음…맛·서비스·청결 ‘완벽한 사장님’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수학에서는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지만, 창업시장에서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도 되고 넷도 되고 때론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기본 콘셉트에 추가 메뉴나 아이템을 더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점포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더하기’ 전략은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같이 계절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업종의 경우 계절별 매출 편차를 해소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카페띠아모’ 김정규 사장의 경우도 ‘아이스크림+커피’라는 더하기 전략을 잘 활용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의 특징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편차가 거의 없다는 것.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서로 보완 작용을 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 매출을 끌어올리고, 봄과 가을에는 커피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점포를 만드는 데 별다른 장벽은 없다. 판매업에 서비스업의 기능을 더하고, 외식업에 판매업의 기능을 더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더하기 전략도 가능하다.
['취업 대신 창업' 케이스 스터디] 연극배우 꿈 위한 첫걸음…맛·서비스·청결 ‘완벽한 사장님’
화장품 전문점에 피부관리 서비스를 접목하거나, 카페에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좋은 예이다.

단, 섣불리 메뉴나 아이템을 더하려다가 매장만 어수선해지고 점포의 정체성이 흐려져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각각의 아이템이 전문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개별 경쟁력이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김정규 사장은…

1982년 생
2002년 단국대 연극영화과 입학
2002년 군 입대
2004년 군 제대. 각종 아르바이트 시작
2006년 복학
2008년 휴학. 각종 아르바이트 경험
2009년 본격적인 창업 준비
2010년 4월 카페띠아모 일산 햇빛점 창업
2010년 10월 현재 월 매출 2000만 원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