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교수의 미국 유학 성공법
“어떤 책을 읽어야 도움이 될까요?” 늘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여기엔 하나의 답만 있을 뿐이다. 좋아하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읽으라는 것이다.일부 학부모나 학생은 책을 쿠폰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쿠폰(책)을 충분히 모으면(읽으면) 대학에 들어갈 허가를 얻는다고 믿는 식이다. 이러한 사고로는 공부의 요점을 놓치기 쉽다. 독서는 대학 공부를 위한 놀이의 장, 일종의 게임 보드와 같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많은 책을 읽는다면 이 게임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참여한 후부터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그러니 독서의 첫 번째 규칙은 좋아하는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만화책? 괜찮다. 그림이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유난히 높은 수준의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상과학 소설? 좋다.
전문 용어를 알려줄 뿐 아니라 대개는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다. 판타지? 훌륭하다. 서구 신화의 세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서구의 신화는 서구 문화의 중요한 개념과 어근을 알려주는 보물 창고다. 우선 즐겁게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높은 수준의 독서로 이어질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무 살 이전까지는 대체로 재미 삼아 공상과학 소설과 판타지를 읽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격려했다. 친구들과 책을 돌려가며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 학교에서 읽어야 하는 ‘위대한 문학서’는 싫었다.
하지만 어느 날엔가 늘 똑같은 장르에 싫증이 났고, 즉각 독서의 대상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나의 친구들도 열렬한 독서가였으므로 서로 책을 돌려가며 읽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위대한 고전 문학작품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논픽션 과학서의 세계를 발견했고, 그 후 10년 동안 공상과학 소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요즘에는 교양서와 장르 소설, 과학 논픽션, 인문학서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책을 1년에 150~200권 정도 읽는다. 내가 읽는 모든 책은 나의 사고와 글쓰기에 영향을 준다. 만일 부모님이 ‘좋은 책’만 읽으라고 강요했더라면, 나의 독서 사랑은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이따금 “책을 전부 삼키고” 싶다고 말한다. 한자리에 앉아서 책을 통째로 읽는다는 의미다. 그 책이 마음에 들면 천천히 재차 읽기도 한다. 단지 즐거움을 위해 열 번 넘게 읽은 책들도 있다. 훌륭한 독자들의 습관을 연구해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은 습관을 갖고 있었다.
● 속으로 스스로에게 읽어준다 = 머릿속으로 내용을 말해보라는 뜻이 아니다. 내용을 말하려 하면 해당 정보를 머릿속에서 처리하는 단계가 추가되므로 읽는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말로 표현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 = 강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읽으라. 이해하지 못할 단어나 문장을 만나더라도 강물이 장애물을 돌아서 흘러가듯이 그냥 통과하라. 한 문단 전체를 통과해도 좋다. 예를 들어 묘사에 치중한 문단은 이해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용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 그러한 문단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시작 부분은 술술 넘어간다 = 대개 처음 50쪽 정도가 가장 어렵다. 이 부분에서는 책에 사용될 언어, 등장인물, 배경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 모든 정보를 얻게 되며 그래서 어려울 수도 있다. 신념을 갖고 계속 읽어가라.
● 대화에 주의를 기울인다 = 등장인물의 대화는 대개 좀 더 단순한 어휘와 구문을 사용한다. 대화는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을 알려주기도 한다. 대화 속의 요점을 찾아보라.
● 문맥을 사용한다 = 줄거리의 구조와 인간의 행동에 대해 여러분이 아는 바를 활용해 모르는 것을 추측해보라. 추측이 틀렸다면 여러분의 상상력이 쉽게 바로잡아준다. 하지만 ‘옳은’ 답을 얻기 위해 읽기를 멈춘다면 상상력은 사라지고, 그와 더불어 이야기의 모든 즐거움을 앗아가 버린다.
● 사전을 이용하지 않는다 =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휘의 습득은 어휘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나 사전 없이 그냥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나 전적으로 똑같다고 한다. 훌륭한 독자는 사전보다는 독서를 통해 단어를 습득하는 방법을 안다.
수잔 디렌데(Susan diRende)
미국 산타모니카대학 ESL 프로그램 교수.
저술가, 영화감독, 아트디렉터로도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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