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매점에는 금고가 없다? 믿음을 사고파는 매점 이모 이석영

“자기야, 가격표 찍고 거기 거스름돈 알아서 가져가.” “네, 이모.” “그리고 좀 웃어. 자기는 웃는 게 훨씬 예쁘니까.” 단국대 자연과학관 매점에서는 돈을 내고 알아서 거스름돈을 챙겨야 한다.

매점 사장님 이석영 씨는 학생들을 ‘자기’라고 부르고 학생들은 그녀를 ‘이모’라고 부른다. 그 덕분에 매점에는 항상 웃음꽃이 핀다. 어떻게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비결을 묻고자 자연과학관 매점을 찾았다.

[대학생 기자가 간다] 대학가 화제의 인물 인터뷰 - 당신은 왜?
금고 없는 매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지만 학생들이 워낙 바쁘잖아요. 또 학생들을 믿으니까 불안감도 없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가게 문을 깜빡하고 안 잠그고 간 일이 있었어요.

경비 아저씨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갔는데 매점 카운터에 돈이 가득 있었어요.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이름과 상품명을 써놓은 거예요. 16만 원 정도였으니까 상당히 많은 금액이었죠. 요즘 사회가 너무 각박하잖아요. 학교 내에 쉼터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학생들을 믿고 이렇게 운영하다 보니 학생들이 과제하다가 물어보러 오기도 하고 인생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 세상이 무서운 만큼 학생들에게 경제 교육도 시키고요.

계산할 때 찍히는 가격표를 똑바로 보라고 하거나 카드로 1000원을 긁을 때 쩔쩔매는 학생에게는 자기 돈이니 당당하게 쓰라고 말하죠.

학생들과 잘 지내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5년째 매점 운영을 하면서 학생들이 참 순수하고 내 자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생들을 항상 위하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친하게 됐어요. 친근함의 표시로 반말도 쓰고요. 학생들이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학생들을 보면 웃음을 주고 싶고 표정이 어두운 학생에게는 웃으라고 얘기해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반품되는 상품이라고 그냥 주거나 기숙사 학생에게는 가끔씩 김치를 주기도 하고요. 매점의 상품들은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싸고 좋은 것 위주로만 들여오려고 노력하죠.

대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한다면.

살다 보면 세상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고 일이 일어나요. 학생들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먹거나 떨지 않았으면 해요.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면 목표한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믿어요.

권효정 대학생 기자(단국대 영어영문학과 2)


학점 4.5 만점의 늦깎이 대학생, 공부 욕심쟁이 육군 대위 윤병학

경영 전공 수업이 있는 날. 남들보다 10분 먼저 도착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군복 차림의 한 늦깎이 대학생을 만났다. 항상 나이 어린 동기에게 먼저 인사하는 육군 대위 윤병학(35) 씨.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 대위는 힘든 군 생활을 하면서도 두 번이나 4.5 만점을 맞은 공부 욕심쟁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든든한 ‘수업 반장’으로 통한다. 그는 성적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생활이 힘든 병사를 위해 쓰고 있다. 군인이면 군인, 학생이면 학생,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윤 대위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낱낱이 파헤쳐보자.

[대학생 기자가 간다] 대학가 화제의 인물 인터뷰 - 당신은 왜?
직업 군인이면서 대학을 다니는 이유가 있나요?

누구나 직업 군인이 되는 건 아니에요. 특히 저는 9차례의 실패 끝에 장교가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더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장교의 주된 임무는 남을 리드하고 단체 활동을 기획하는 일이에요.

후배 병사들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기초를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기본 조건이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하죠. 저는 대학을 2년만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기 때문에 아직 3, 4학년이 남아 있었죠.

이 두 가지 문제로 항상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우연치 않게 국가에서 위탁교육이라는 좋은 기회를 줬어요.

4.5 만점을 두 번이나 받은 비법은 무엇인가요?

군대식의 공부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무조건 외워버리죠. 공부할 때는 하루에 3시간도 채 안 자요. 특히 시험 때는 밤을 새다시피 해요. 일단 시험 일주일 전에 전 과목을 복습합니다.

시험 보기 하루 전날에는 초저녁에 자고 밤 10시에 일어나서 새벽 2시까지 공부해요. 잠시 쪽잠을 잔 후 다시 5시 30분에 일어나서 복습합니다. 총 3번 정도 정독한 다음 시험을 봐요.

한마디로 반복 학습! 모르면 일단 외우자는 군대식 교육을 응용해서 하얀 백지장에 하나하나씩 검은색 점을 채워나가고 있어요. 전 군인이니까요! 하하!

장학금을 좋은 일에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에게 보답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4.5 만점으로 받은 성적 장학금은 강릉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면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하루하루에 충실하자’예요. 하루라는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하루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내게 주어진 24시간 동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미쳐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염희옥 대학생 기자(관동대 경영학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