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김민우(27·가명) 씨는 건설시공, 건설안전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 방’을 갖고 싶다는 집념 하에 뒷마당에 직접 방과 화장실을 만들었을 정도로 남다른 구석이 있다. 그 열정만큼 자소서도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임연빈 위너스잡 컨설팅(www.winners-job.com) 대표는 “어릴 적 경험을 직무에 연관시키는 것은 좋지만 연결이 매끄럽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또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거나 성의 없는 표현은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자기소개서

성장 과정

나만의 아지트

저는 부모님을 포함하여 누나와 저 이렇게 4식구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왔습니다.

제가 6살되던 해에 헌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었을때 일 입니다. 그 당시 제 방 하나가 있었으면하는 커다란 기대감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결국 방은 하나밖에 만들지 못했고 누나와 저 이렇게 방을 같이 사용해야만 했었습니다. 저는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실망은 배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서 그치지않고 집 뒷마당의 적당한 장소에 자리잡아 남은 공사자재들로 저만의 아지트를 계획하여 벽돌로 방을 나누고 심지어 화장실까지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서 구슬땀 흘려가며 만들었던 조그만한 아지트가 지금의 제가 가장 열중할 수 있는 건축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비록 어렸을때 경험이었지만 그것이 제가 지금 학업하고 있는 건축에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구태의연한 문구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력서에 가족사항을 이미 작성했을 것인데, 자소서에서까지 언급해 다른 내용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없앨 필요는 없다.

▶ 문장이 외롭다. 사전에 배경이 되었던 이유를 써주면 더욱 좋은 문장이 될 것이다.

▶ 무엇을 그치지 않는다는 것인가? 실망을? ‘실망은 했지만 나름대로의 자구책으로’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한결 매끄러운 문장이 될 것 같다.

**Comment

어릴 적의 경험을 건축 관련 직무에 연관시키는 것은 좋지만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어릴 적의 사건은 관심을 갖게 된 배경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건축에 열중’하거나 ‘지금 학업을 하는 원동력’이라는 표현은 조금 과한 듯하다. ‘어릴 적 사건을 통해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결국 전공 선택으로 연결되었다’라고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어린 시절과 지금까지 건축과 관련된 일들을 나열하는 것도 좋은 자소서가 될 것이다.

본인 성격

몸꽝에서 몸짱까지~

단점부터 말하자면 약간의 소심함이 저의 단점입니다.
뚱뚱했을 때 자기관리가 되지 않아 생긴 마음의 생채기 일 수 있으나, 64kg의 몸으로 만들고 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고 운동동호회 활동으로 소심한 성격이 단번에 외향적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는 기적은 없었지만 인간관계의 수준과 분위기에 맞춰 윤택하게 만드는 성격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심함은 자신감 형성과 더불어 보는 사람에 따라 ‘겸손’으로 비춰져서 인간관계의 플러스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도 지나치면 자만으로 흐르나, 한때의 소심함은 넘치는 자신감을 견제해주는 겸손으로 거듭나 저의 성격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항상 “모든 것은 디테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자세와 “최선을 다하면 최고는 따라온다”는 생각은 저의 소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많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장점을 주장하기에도 부족한 공간에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자소서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 방법은 임팩트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뒤에 받쳐주는 문장들이 현재 작성한 단점을 잘 커버하지 못하고 있기에 단점만 뇌리에 남는다.

▶ 문장이 길어지면 문두와 문미의 내용이 일관성 없는 경우가 많다. 세 문장 정도로 나누어서 작성하면 훨씬 전달력이 높아질 것이다.

▶ 성격 형성에 대한 자기주장에 불과한데,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자신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 때문에 오히려 작성자가 어떤 성격인지 더 혼란스러워진다.

** Comment

전반적으로 문장을 너무 어렵게 작성했다. 성격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는 사례보다는 성격에 대한 변화와 평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단점을 먼저 풀어놓고 장점으로 주장하려다 보니 논리적 모순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소제목에서 ‘몸꽝에서 몸짱까지’라고 해놓고 그에 대한 내용은 한 줄에 불과하니, 적절한 소제목이라고 할 수 없다.

지원동기

나에게 맞는 업

무엇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건축적 소질과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의 경험, 경력들과 현실적 직장의 모습을 일치시키고,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배우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저는 아직 구체적인 직장의 경험이 없고 아르바이트로 유명건설 아파트 현장과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의 작은 경험이 전부이지만 그곳에서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취업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 보다는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제가 실력을 발휘하면 얼마만큼 더 잘할 수 있는지 정규 직장에서 직접 부딪혀 보고 싶습니다. 저의 생각이 직접 실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의 노력과 노동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현장에서 일에 대한 저의 가치를 발견해보고 싶기 때문에 지원을 결심했습니다. 입사할 수 있다면 얼마 전 읽었던 책처럼 회사와 함께 이기는 습관을 만들겠습니다.

▶ 직장은 본인이 자신을 실험하고 배우기 위한 곳이 아니다. 이 문장은 압박 면접을 피해나갈 수 없다.

▶ 본인이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름대로’라는 표현은 너무 비적극적인, 즉 성의 없는 표현으로 보인다.

▶ 위에서 지적했듯 직장은 실험터가 아니다.

▶ 이 문장 또한 성의 없는 표현이다.

▶ 제목을 이야기할 수 없는 책은 인용하지 마라.

** Comment

작성자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즉, 자신을 넘어선 자만이 눈에 보인다. 또한 합격하기 위해서 작성한 지원서로 보이지 않는다. 대등한 관계에서 본인이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용 또한 겸손하면서도 진취적인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회사에서 본인이 기여할 미래 성과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이익을 전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입사 후 포부

최고보다는 최선

먼저 배우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 학교에서 절대 배울 수 없는 직장 내의 또 다른 분위기와 흐름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업무와 주어진 직무에 대하여 큰 흐름과 작은 흐름을 파악하고 제가 본 회사와 계약을 맺은 업체인 것처럼 일하겠습니다.

제가 입사한 한명이 아니라, 본 회사에서 오더를 받아 처리해나가는 파트너 회사인 것처럼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 선배 분들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가며 일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회사는 바로 ‘생존’을 배우는 곳이라고 읽었던 책의 내용처럼 저에게 생존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 이므로,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 ‘최고’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직무를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때 배운 분위기와 업무 등을 토대로 다양한 책을 통해 공부해나가며 회사에 부담을 주는 사람이 아닌, 정말 필요한 ‘한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많은 경력을 가지고 계신 선배님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인맥을 길러 나가며 끊어지지 않는 인간관계의 끈을 유지하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지혜들을 얻어가겠습니다.

▶ 회사는 교육장이 아니다. 처음에 단문으로 쓰는 것은 큰 임팩트를 제공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문장으로서는 좋지 않은 표현이다.

▶ 반대로 받아들이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어 보일 수 있다.

▶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이라고 바꾸면 어떨까.

▶ ‘최고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도록’.

** Comment

현실적으로 측정 가능한 목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입사 후 포부는 뜬구름 잡으라고 만들어놓은 공간이 아니다. 자신이 입사 후 어떠한 인재가 되어 회사에 성과로 기여할 것인지를 보이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신이 꿈꾸는 인재상과 더불어 그를 위한 수행방법과 전략, 목표 등을 기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총평
[자기소개서 리터치] 주관적이고 성의 없는 단어 선택은 ‘감점 요인’
▶ 전반적으로 띄어쓰기가 틀린 곳이 많다. 기본적인 문법은 워드나 한글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서 작성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진 않을 것이다.

▶ 소제목에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자소서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문구나, 자소서의 중심내용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특별하게 표현하는 문구를 만들어보라. 소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과 비슷한 자소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전반적으로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표현법 중에서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이러한 표현법을 제외한다면 이 자소서는 10~20%밖에 쓸 것이 없다.

▶ 이 자소서는 자소서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을 잊고 있다. 자소서는 자신의 색깔을 보이는 곳이다. 무조건 다 잘한다가 아닌, 나만의 색깔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소개서 리터치] 주관적이고 성의 없는 단어 선택은 ‘감점 요인’
그래서 자소서를 읽고 난 후에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이 인사담당자의 뇌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이 자소서에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은 사건이나 사례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표현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들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