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을 딸까, 적성대로 갈까’ 고3 수험생 시절을 거친 당신. 분명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상위권 대학의 비인기학과로 진학해 스펙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학교 레벨은 좀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전공을 선택해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것인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간판이냐 적성이냐’ 그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들어가도 갈등은 계속된다. ‘복수전공을 신청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바로 그것. ‘복수전공’은 ‘다전공’이라고도 불리며 입학 당시 들어온 학과, 즉 원래 전공 말고도 또 하나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졸업증명서에 전공학과가 2개로 표시되는 것이다.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학생이 날로 늘고 있다는데 왜 그럴까. 또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10개 주요 대학의 통계를 통해 ‘가장 인기있는 복수전공 베스트5’를 찾아보았다.

조사대학 : 건국대, 경북대,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가나다 순)
심각한 취업난 속에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에서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  20081119
심각한 취업난 속에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에서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 20081119
주요 대학들의 인기 복수전공 과목은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AMPUS Job&Joy가 전국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2010년 1학기 복수전공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 대학 모두 경영·경제학이 5위권 안에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신여대(1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제외한 9개 대학에서 경영 또는 경제학이 1위에 올랐다.

같은 상경계열 중에서도 ‘경영’의 강세가 뚜렷했다. 조사대상 10개 대학 모두 베스트5 안에 경영이 포함됐다. 인기 복수전공 넘버원은 역시나 ‘경영’이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복수전공 베스트5 공개] '또 하나의 간판'…경영·경제 압도적 인기
2위는 ‘경제’가 차지했다. 10개 대학들 중 7개 학교에서 베스트5 순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연세대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원자가 421명으로 경영학과보다 20명 이상 많았다.

3위에는 ‘신문방송(언론정보 포함)’이 올랐다. 총 5개 학교가 베스트5에 들었으며 서울대 언론학과는 113명이 지원해 절반 이상이 고배를 마셨다. 국민대와 한국외대도 경영학 다음으로 ‘언론’ 전공 지원자가 많았다.

다음으로 심리학 전공이 그 뒤를 이었다. 경북대와 서강대, 서울대, 성신여대 등에서 심리학이 순위에 올랐으며 경북대는 3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나타냈다.

5위는 국제무역·국제통상학이 차지했다. 건국대와 국민대, 성균관대 등 3곳에서 베스트5 목록에 올랐으며 건국대에선 4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였다.

이 외에도 영어영문, 통계, 광고홍보 등에 지원자가 많이 몰렸으며 세무회계, 홍보광고, 행정학, 정치외교 등 전문직 학과들의 인기도 높았다. 국어교육, 영어교육, 교육문화 등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전공 베스트5 공개] '또 하나의 간판'…경영·경제 압도적 인기
각 대학별 인기 전공 지원 현황과 특징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건국대의 경우 153명의 경영 전공 지원자 중 43명이 합격해 3.5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경영대학 안에 공학과 경영학을 결합한 기술경영학과를 신설해 이공계 학생들이 다중전공으로 경영학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10대 그룹 최고경영자 중 절반이 이공계 출신”이라며 “이공계 학생들도 경영·경제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대에선 425명의 경영 전공 지원자 가운데 196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국어교육, 영어교육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으며 유일하게 사회복지 전공이 순위에 포함됐다.

국민대는 순수학문인 ‘국어국문’이 4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서강대는 경영과 경제 다음으로 ‘신문방송’이 3위를 차지해 인기학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2008년 1학기 98명이던 경영학과 지원자가 2009년 1학기 113명으로 늘었다. 또한 ‘언론’과 ‘언론정보’ 두 학과가 모두 순위에 올라 언론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복수전공을 신청한 공대생 87명 중 51명이 ‘경영·경제’에 지원했으며 자연과학부는 72명 중 55명이 상경계열 복수전공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통계’가 강세를 보였다.

성신여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 1위를 차지했고 경영, 심리, 영어영문, 경제가 그 뒤를 이었다. 숙명여대는 1281명이 현재 ‘경영’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홍보광고, 세무회계 전공도 두드러졌다.
[복수전공 베스트5 공개] '또 하나의 간판'…경영·경제 압도적 인기
[복수전공 베스트5 공개] '또 하나의 간판'…경영·경제 압도적 인기
연세대는 지난해 1학기 상경대 복수전공 지원자가 모두 151명으로, 전체 지원자 312명 중 48.3%를 차지했다. 응용통계와 법학 지원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용인캠퍼스 간 복수전공만 가능한 한국외대는 지난 학기 복수전공 지원자 가운데 약 75%가 경영학을 택했다. 경영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학생 대부분은 용인캠퍼스 어문계열 학생이며 이들이 복수전공할 수 있는 과는 모두 6개다.

서정해 경북대 경영학부장은 “경영학은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용적 학문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전공하는 경우 현장 적용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고용시장의 최근 구인에 대한 특징을 보면 경영학 전공자를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이에 따라 경영학을 전공하면 취업의 기회를 높일 수 있고, 실제로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전공 베스트5 공개] '또 하나의 간판'…경영·경제 압도적 인기
한상미 기자 hsm@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