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속 직장인들은 어떤 직업에 다시 도전하고 싶을까. 9월 6일부터 4일간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이란 질문을 40명에게 던졌다.
반응은 다채로웠다. 현재의 직업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직업을 찾지 못했다는 행운아(?)에서부터 소박하지만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사람도 만났다. 예상과는 달리 높은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를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감춰둔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설가, 요리사, 펜화 이야기꾼,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지금부터 10명의 트위터리안이 전하는 ‘행복한 상상’에 물들어보자.
지금 나의 일이 가장 좋아!
지난 9월 7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 한화생명보험 권처신 대표,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가 깜짝 ‘트위터 회담’을 가졌다. 정 사장은 권 대표와 이 대표에게 “나도 처음 보름간은 팔로어가 20명도 안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회담은 회사 트위터 이야기부터 요즘 트렌드에 대한 의견으로 이어졌다. 짧은 침묵을 틈타 기자도 회담에 참석해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들!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시겠어요?” 정 사장이 먼저 대답했다. 그는 “그 많은 부러운 직업 중에서 어찌 하나를 고를 수 있겠냐”며 “지금의 일이 가장 좋지만 그래도 고르라면 건축가”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글쎄요. 지금 하는 일이 힘들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라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침묵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보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요리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씨는 “다시 기회가 와도 똑같은 직업을 갖고 싶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녀는 “음식을 더 맛있게 창조하는 나의 직업이 최고”라고 덧붙였다. ‘소박한’ 이유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이도 있었다. 금융 IT 관련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심정보 씨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손재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요. 평소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특히 나눠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이웃과 나눠 먹으면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소박하지만 꼭 하고 싶어요.”
KBS 최원정 아나운서도 자신의 직업에 무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답을 고민하는 그녀에게 ‘겸직’이라는 단서를 달아 다시 물었다. 그러자 최 씨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녀는 “창작의 재능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란 생각을 많이 해봤다”며 “내 손끝에서 그려지는 무한의 세계를 통해 독자들이 꿈을 꾸고 행복의 씨앗을 마음에 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작품을 구상하고 싶다는 그녀는 현재 KBS2 TV에서 ‘낭독의 발견’을 진행하고 있다.
나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은?
시대를 앞서야 하는 패션업계. 그곳의 최전선을 뛰고 있는 패션잡지 기자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을까. ‘인스타일’의 황의숙 기자는 “새로 갖고 싶은 직업은 시골 도서관 사서”라며 “조용한 곳에서 하루 종일 책 냄새를 맡으며 서고 관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씨는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마음껏 읽고 도서관의 예산으로 보고 싶은 책, 마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들여놓으면 뿌듯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칼’퇴근 후 누릴 수 있는 자유 시간을 시골 도서관 사서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새로운 직업을 발명(?)한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실장이다.
“새로운 직업이요? 만년필로 세상을 담는 펜화 이야기꾼이란 직업 들어보셨습니까? 종이랑 펜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수집하는 직업이죠. 아날로그적이지만 매력적일 것 같아요. 직접 손으로 써서 출판할 수 있다면 더 보람될 것 같고요. 사실 펜화 이야기꾼은 내가 생각해낸 직업이에요. 현실성은 좀 떨어지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한때 MBC의 ‘러브 하우스’에서 활약했던 양진석 씨는 이미 세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 그는 한양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건축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 묻자 양 씨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배우는 꿈꾸는 직업 같아요. 맡은 배역을 꿈꿔야 하니까요. 건축가도 상상으로 세계를 만드는 직업이지만 워낙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배역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김학영 씨의 특기는 관객 앞에서 ‘사라지기’다. 그는 모자 속에서 비둘기를 꺼내고 카드를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술사다. 김 씨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직업은 공연 기획자”라고 말했다.
여성 리더를 키우는 ‘위민인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 장혜영 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디어, 창조력, 풍부한 감성이 필요한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다”며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또 장 씨는 “디자이너란 직업을 통해 내가 만든 공간에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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