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3%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 중 60.9%는 자신의 현재 직업이 ‘빈천한 편’이라고 대답했다.

원인으로는 ‘낮은 연봉’ ‘열악한 근무환경’ ‘스트레스’ 등이 꼽혔다. 그렇다면 70만 명의 국내 트위터리안은 스스로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8월 11일부터 일주일간 70명의 트위터리안에게 “당신의 직업이 가진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멘트를 던졌다.

취재 결과, 트위터 속 대다수의 직장인도 자신의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업의 매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침묵했다. 하루 평균 10명에게 2회 이상 취재를 요청했지만 8명 이상이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절대다수의 직장인이 그토록 매력 없는 일을 하고 있단 말일까. 점점 더, 자신의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트위터리안들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70명 중 11명의 트위터리안이 기자의 질문에 답해줬다. 그들이 보내온 답변에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도저히 140자 미만으로는 직업의 매력을 표현할 수 없다며, 기자의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달라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지금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11명의 트위터리안이 들려주는 ‘직업의 매력’에 귀 기울여보자.

전현무 아나운서는 줄기세포다?

전현무 아나운서는 요즘 예능계의 늦둥이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에게 아나운서란 직업의 매력을 묻자 느닷없이 ‘줄기세포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줄기세포는 어떤 기관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아나운서도 입사 후 뉴스·교양·예능·스포츠 어느 쪽으로든 성장할 수 있는 무한 잠재력을 지닌 줄기세포”라고 말했다. 덧붙여서 “전현무라는 줄기세포는 오롯이 예능으로 계속 담금질 중”이라며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영상 문화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라디오는 ‘상상의 매체’로 통한다. 그런 까닭에 라디오 PD는 ‘상상력’처럼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는 직업이다. KBS 라디오에서 ‘메이트의 라디오 플래닛’을 연출하고 있는 이정윤 PD는 “음악과 이야기를 엮는 일이야말로 라디오 PD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PD란 직업의 매력은 무한대”라고 강조했다.

엄정화의 ‘페스티벌’,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작곡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작곡가 주영훈 씨다. 기자가 만난 주영훈 씨는 작곡가로서의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작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대중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말하며 작곡가를 ‘요리사’에 비유했다.

작곡가는 “분명 다른 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소스나 노하우도 있어야 하며 대중을 중독시킬 나만의 그 무엇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나만의 무엇’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 작곡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감미로운 선율로 대중을 감동시키는 이루마 씨. 그는 현재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루마 씨의 직업이 갖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는 피아노 선율처럼 감미로운 대답을 보내줬다.

그는 “음악으로 일기를 쓰고 그 비밀을 가슴에 담았다가, 사람들에게 살며시 속삭여주는 일”이 자신의 주된 업무라며 “비밀이지만, 조금 더 들려주고 싶다는 설렘이야말로 나의 직업이 갖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만화가 강도영 씨는 ‘강풀’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작가가 생각하고 만들어낸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그림+글)할 수 있는 매체가 만화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 같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김영세 씨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트위터 멘토’로 통한다. 한 학생이 “선생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기쁜 일이며, 평생을 바쳐야 하는 직업”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디자이너는 나의 아이디어를 수많은 세계인과 나눌 수 있다”며 “140자로 디자이너란 직업의 매력을 모두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40자 인터뷰] 트위터로 알아보는 ‘직업의 매력’
내 직업은 매력 덩어리!

한국에서 정치인이란 직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요즘 시대가 “정치를 비하하는 시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 의원은 “정치는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은 편의와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불특정 다수가 제도와 법률의 개선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을 담당하는 정치인이야말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전했다.

조그만 e커머스 회사 마케팅부에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류민희 씨. 그의 업무는 고객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찾고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일이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야 하는 창의적인 부분이 직업에 대한 열정을 지속시켜주는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IT 엔지니어 최만균 씨가 전하는 IT 엔지니어의 매력을 들어보자. IT 엔지니어는 주로 IT와 관련된 장애를 해결하는 직업이다. 최 씨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했을 때 만끽할 수 있는 성취감과 보람이야말로 IT 엔지니어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패션의류업계에서 상품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재 씨는 “나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는 재미, 시즌을 앞서가는 재미, 적중했을 때의 희열”을 매력으로 꼽았다.

경영 컨설턴트 서명일 씨는 자신의 직업을 ‘나무’에 비유했다. 그는 “컨설팅의 매력은 나무 키우기처럼 씨를 뿌려 수확하는 과정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무가 잘 성장하여 팔리기까지 순간순간 긴장된 선택과 결과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며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