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분당 주상복합단지 사이, 초록빛을 내는 한 건물이 눈에 띈다. 27층의 이 빌딩은 지난 5월 23일 입주를 마친 NHN의 보금자리. 이 신사옥엔 NHN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사옥은 한마디로 밝고 쾌적하다. 여러 차례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일하기에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사옥=서비스가 뭔지 알게 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 이는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기업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네이버. 이재훈, 권효정 두 대학생 기자와 함께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NHN 그린팩토리’의 모든 것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NHN
● 설립일 : 1999년 6월 2일
● 대표 : 김상헌
● 주요 서비스 : 검색포털 네이버, 게임포털 한게임, 쥬니어네이버, 미투데이 등

1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에 계속 업데이트되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프로젝터를 통해 색색의 글씨가 벽에 비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도서관으로 통하는 책장이 자리해 있다.

이 문을 밀고 들어가면 확 트인 도서관이 나온다. 그린팩토리라는 사옥명도 ‘무형의 지식을 생산해내는 공장’이라는 뜻. 그만큼 네이버가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임직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는 직원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간접 조명을 쓰고, 바닥은 카펫 대신 나무를 깔았다. 블라인드의 단점을 보완한 전동 루버는 자연 채광으로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곳곳에는 재활용의 흔적이 있다. 선적용 나무 박스를 테이블로 쓰고, 복도의 빈 공간은 네이버의 ‘포토 갤러리’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회사에선 종이컵 대신 머그컵만 사용할 수 있다.

NHN은 업무 특성상 프로젝트가 많아서 회의가 잦은 편이다. 이 때문에 회의실 이외에도 여러 공간을 회의실처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4층과 23층에 있는 카페테리아. 음료 값은 모두 700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카페 중간 중간 놀거리도 풍부하다. 레고 테이블에서 레고 놀이를 할 수 있고, 엔 터치 존(N-TOUCH ZONE)에서는 최신 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핫도그, 콘플레이크 등 공짜로 제공되는 음식도 있다. 놀면서 먹으면서 회의도 하는 일석삼조의 공간인 셈이다.
[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아침 10시 출근, 복장 자유’라는 규정(?)도 솔깃하다. 일하기에 자유롭고 편한 환경임을 말해주는 대목. 직원들은 평균 하나 이상의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 회사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2층 콘서트홀에서 행사도 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은 ‘과일 데이’다. 직원들이 지나가면서 먹을 수 있도록 각 층 엘리베이터 앞에 과일을 수북이 쌓아둔다. 실제로 이런 아기자기한(?) 배려들이 임직원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준다고 한다.

‘오아시스 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한 달에 한 번, 누구의 허락 없이도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는 제도. 최근 유행하는 공연, 콘서트 등을 즐기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임직원 대부분이 금요일 오후에 이 비장의 카드를 쓴다고 한다. 또 자기 계발을 위해 매달 5만 원씩 대주고, 책을 사거나 학원을 다니면 7만 원까지 지원한다.
NHN은 특히 여성 친화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직원들의 성비는 5 대 5로 일반 기업에 비해 여성이 많은 편이다. 디자인 등 핵심 분야에 여성 인력이 많고 임원진 중에도 여성이 있다.

NHN은 요즘 사옥 내에 최고급 수준의 놀이방을 짓고 있다. 임신한 여직원들은 야근도 제외.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는 두 달간 재택근무를 하게 했다. 또 임직원 자녀들의 보험까지 지원한다. 이렇다 보니 많은 여직원이 육아 휴직을 다 쓰지 않은 채 다시 회사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만큼 근무 환경·복지 혜택이 잘돼 있다는 의미다.
3층과 5~26층은 모두 사무 공간이다. 사업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은 편이어서 사무실 책상에 모두 바퀴를 달아 언제든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HIVE’라는 공간도 특색 있다.

한 층에 여러 조직의 상이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마을회관 같은 중간 지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층마다 담소를 나누고 간단히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친목 도모의 장을 만든 것이다. ‘놀이터, 우물가’ 등 콘셉트는 층마다 다르다. 한쪽에는 커피, 음료수가 상비돼 있다.

반면 업무 강도는 녹록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프로페셔널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NHN의 조직은 네이버, 한게임 등 서비스에 맞춰 포털과 게임으로 나누어진다. 각 분야에 서비스 기획 및 운영, 개발, 디자인, 마케팅, 경영 지원 등의 직군이 있다.

여기에서 하나의 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서비스는 선보이기 전 ‘테스트 페이지’를 통해 여러 차례 검토한다.
NHN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하는 실패는 용인하지만 부주의로 인한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를 오픈했을 때 오타가 있다든지, 로그인 버튼이 아래쪽에 있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든지 하는 것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홍보실 직원은 “막연히 꿈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벤처+대기업’의 문화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방문자 수가 하루 평균 17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임직원에게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이상적인 생각만으로 NHN의 문을 두드린다면 오산. 꼼꼼하고 치열하며 무엇보다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이가 NHN에 적합한 인재다.

HIVE에서 가진 백도민 인사운영팀 부장과의 만남

[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Q
서류 면접 때 비중 있게 보는 점은?

A 학창 시절에 얼마나 ‘성실’했는지를 비중 있게 본다. 이것은 면접에서 확인되는 바가 아니라 오랜 기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학점이 있다. 또 오랜 기간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했다면 가산점을 주고 있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지원 분야에 대한 열정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도 중요하다.

Q 올해 채용 계획은?

A 올해부터 인턴십을 통한 채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실성은 서류에서 검토한다면 업무 태도는 이 인턴십을 통해 최소 두 달 이상 관찰하며 검토한다. 단순 업무가 아닌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본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했다.

올해 인턴십 모집은 마감했고 내년 5월 다시 모집할 계획이다. 100명에 가까운 인턴사원 중 가능성 있는 인재를 정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10월 말쯤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계획하고 있다.
Q NHN의 인재상은?

A NHN은 고객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을 원한다. 기본적으로는 지식 정보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야 한다. 개성이 있는 반면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고개를 끄떡일 줄 아는 겸손함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 연봉 수준은 업계 최고라고 봐도 좋다.
[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1 실제 햇빛에 비췄을 때 나오는 5가지 연두색을 사용한 전동 루버. 각도를 조절해 외관의 느낌을 달리하고 때로는 카드 섹션으로 활용한다.
2 N-TOUCH ZONE은 매달 해외 최신 제품 두 가지를 구입해 전시해두는 곳. 여분의 기기는 하루씩 직원들에게 대여한다.
3 계단마다 거리와 칼로리를 표시해 1층부터 걸었을 때 실제로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많은 임직원이 운동 삼아 걸어다닌다고.
4 도서관에는 주로 디자인, IT 전문 서적, ‘지식인의 서재’ 추천 도서 등이 비치돼 있다. 주말에도 이용 가능하고 동네 주민에게도 오픈할 예정.
5 카페에선 놀고 먹는 게(?) 가능하다.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밥을 제공하는데 남은 음식은 한쪽에 쌓아둬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한다. 이날의 메뉴는 ‘소시지 빵’. 식사 후 레고 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기업 탐방 후기

이재훈 대학생 기자 _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어국문 4
[기업 탐방] “회사야, 갤러리야?” 디자인이 살아 있는 ‘NHN 그린팩토리’에 가다
흔히 대기업이라고 하면 높은 연봉, 과도한 업무, 레고 블록같이 정형화된 공간이 떠오른다. 그런데 NHN은 일반인은 쉽게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대기업’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마주치는 사원들은 평상복 차림에 밝은 얼굴이었다. 건물 내부는 ‘미래도시’가 연상될 만큼 최첨단이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직원들이 고객인 것처럼 공간 하나 하나에 섬세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예컨대 직원의 건강을 위해 디자인된 계단, 머그컵을 걸어놓을 수 있는 벽, 양치질을 할 수 있는 CHICHA CHICHA ROOM 등이 그러했다.

‘이웃’이란 뜻의 ‘neighbor’와 회사 이름(naver)이 같은 발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굴지의 인터넷 기업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NHN은 사람들의 ‘이웃’이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기업 탐방을 마치고 난 후, 왜 이 회사가 우리 사회의 대기업이라는 간판을 얻을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권효정 대학생 기자 ­_ 단국대 영어영문 2

NHN 본사에 들어가자마자 대표 색깔인 초록색이 눈에 띄었다. 감각적인 도서관과 함께 친환경적인 그린 카페, 운동을 장려하는 신기한 계단, 청각을 이용한 주차장까지 직원들의 모든 능력과 감각을 이끌어내고 이용하여 창의력을 북돋게 하는 NHN의 기업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생각과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인 만큼 각 층마다 직원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만든 마을회관 같은 공간 HIVE가 가장 인상 깊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공간인 SUPPORT층과 여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 등을 보고 배려를 많이 하는 기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삶의 질과 가치 향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기업 이념이 NHN을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