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어떤 직업이 세상을 주름잡을까
미래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특히 직업을 선택해야 할 대학생이나 구직자 입장에선 미래의 경제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생활이 더 편리해지고 인간 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본적인 수준의 기대치에서 더 나아가, 어떤 산업이 부상하고 돈맥이 어디로 흐를 것인지까지 알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10년, 2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미리 안다는 것은 미래를 내 세상으로 만드는 일과 같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서 돈 잘 벌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만한 행복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면 행여 만날 수 있는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정보는 곧 실패를 줄이는 지름길인 셈이다.
하지만 미래를 미리 엿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측’이 갖는 근본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제아무리 설득력 넘치는 예측도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명제 앞에선 가치가 반감되고 만다.
이에 대해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 대표는 “각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예측한 보고서를 통해 큰 흐름을 제대로 잡아낸다면 분명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으로 만들어내는 미래 예측이라면 ‘미래도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미래에 각광받을 직업을 미리 알아내 준비하는 것은 평생에 걸쳐 든든한 자양분을 마련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www.krivet.re.kr), 한국고용정보원(www.keis.or.kr) 등이 발표하는 미래 직업 관련 연구 결과나 유엔미래포럼(www.unfuture.org)이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에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엔미래포럼의 보고서는 한국에서도 매년 말 책으로 엮어 발간되고 있다.
◆ 나노·유전자·가상현실 ‘키워드’
미래의 직업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산업의 흐름을 살피는 게 먼저다. 일례로 카메라 필름 제조업체인 코닥을 보자. 미래학자들은 코닥이 1988년에 이미 ‘피크를 쳤다’, 즉 하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또 IBM은 10년 전인 2000년에, MS는 6년 전에 피크를 찍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구글도 지난해 이미 피크를 찍었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던 기업들도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례가 많다. 1980년대부터 아동복 회사들이 크게 성장했지만 2000년 이후엔 저출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산부인과 등 관련 업종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직업은 앞으로 부상할 산업에서 창출된다. 각광받을 산업에서 좋은 직업이 나오기 마련이다.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인 ‘포어사이트 네트워크(foresight network)’는 수백 명의 전문가가 내놓은 분석을 통해 2030년에 부상할 직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이름조차 생소하다. 현존하는 직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정도다.
하지만 이 속에서 20년 후 산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나노 산업, 유전자 연구, 노화 방지 기술, 가상현실, 기후변화 대응, 질병 검역, 사회 네트워크, 개인 브랜드 등을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이런 키워드는 이미 사회적 이슈로 부상 중이거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일치하는 분야가 있다면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 적극 공략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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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 대표
“성공 원한다면 리더십보다 네트워크에 투자하라”
“앞으로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10~20년 미래에 대한 보고서인 ‘유엔미래보고서’를 매년 펴내고 있는 박영숙(55) 유엔미래포럼 한국 대표는 “한 가지 일, 나 혼자 하는 일로는 미래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미래에 잘 나가는 전문가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멀티플레이어로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박 대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대사관, 호주대사관 등에서 28년간 홍보 전문가로 활약했던 박 대표는 요즘 미래학 전문 저술가이자 강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문화 가정과 싱글맘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봄문화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또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마친 사회복지 전문가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보기 드문 멀티플레이어인 셈이다.
박 대표는 팀워크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탄탄한 네트워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에게서 미래의 직업과 직업 선택의 지혜를 들어봤다.
Q 신간 ‘유엔미래보고서 2’에서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간호사를 꼽았습니다. 간호사처럼 미래에도 수요가 꾸준할 직업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미래에 각광받을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부상하는 산업부터 살펴야 합니다. 가장 성장세가 뚜렷한 분야는 기후 산업이죠. 날이 갈수록 물 부족, 환경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식량자원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나노, 바이오 관련 산업도 중요성이 커지는 분야로 손꼽힙니다.
고령화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해야 할 현상입니다. 노인을 돌보는 간호사, 노인복지사 수요가 꾸준할 것입니다. 헬스케어 관련 산업의 전망도 밝아요. 건강관리, 장수와 관련한 업종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여성, 고령 인구, 장애인들이 생산 활동 인구로 편입되면서 이들을 위한 서비스 업종도 부상할 것입니다.
Q 많은 구직자가 직업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A 미래에는 고정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미 혼자서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는 1인 기업들이 커다란 변화의 물결로 등장했어요. 1인 미디어, 1인 방송, 1인 블로거, 1인 트위터 등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현존하는 직장, 직종 가운데 80%가 10년 후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또 호주 정부는 지금 은퇴하는 사람들은 10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은퇴하지만, 앞으로 10년 후 구직하는 이들은 은퇴할 때 40개의 일자리를 가지고 은퇴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앞으로 평생 직종 평생직장은 없다’는 생각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부담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Q 홍보 전문가, 미래학자, 저술가, 사회복지전문가 등 1인 다역을 하고 계십니다. 여러 직업의 세계를 경험한 입장에서, 앞으로 직업을 선택할 대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이제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미 사회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1인 기업이 대표 사례입니다. 스스로 상품을 창조하고, 그 상품을 홍보하고 마케팅하고 네트워크해서 결국은 팔아야 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지요. 수많은 분야의 다양한 사람과 사귈 수 있어야 멀티플레이어도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팀워크,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으로 단련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미래에는 리더십보다 팀워크 교육이 각광받을 것입니다. 왕자 공주로 살던 사람도 사회에 나와 팀워크를 이뤄야만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유투브, 위키피디아 등을 이용한 네트워크 형성은 기본이죠. 1999년에 발표된 ‘21세기 신종 직업’
브로드밴드·경영리스크 전문가 ‘상한가’ 적중 11년 전인 1999년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21세기에 각광받을 신종 직업 21개’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당시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목전에 두고 21세기에 대한 기대감과 예측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던 때.
이 기사는 특히 인터넷, 환경, 생명공학 관련 직업에 주목하면서 예상 연봉 수준까지 실어서 화제가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사에 언급된 신종 직업들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망 직업으로 부상한 분야가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 이름이 생소한 분야로 남아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예측치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급부상한 직업은 광대역(브로드밴드 broadband) 콘텐츠 설계사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급부상한 한국에서 특히 각광받는 직업이 됐다. 인터넷, TV, 전화 등이 하나의 데이터 통신망으로 묶이는 지금의 브로드밴드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주택자동화 전문가, 식물유전학 전문가, 경영리스크 관리사 등도 지난 10년 사이 지명도가 높아진 직업군이다. 주택자동화 분야의 경우 미래형 주택 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력 수요나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리스크 관리 분야는 최근 들어 인재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첫손에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앞으로도 주목받는 분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에 비하면 기술재활용사, 웹프로모션 전문가 등은 이미 보편화된 직업군에 속한다. 기술재활용사는 쓰레기 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수많은 구형 컴퓨터를 안전하게 재활용해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 부품 속에서 금을 수집하는 등 이미 관련 산업이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눈길을 끄는 직업도 있다. 가상무대 디자이너, 노인식품 설계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상무대 디자이너는 방송기술이 발전하고 전파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직업이다.
자재나 인력 소모가 심한 무대 설치 대신 그래픽 등을 이용해 완벽한 3D 무대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건축학 공부를 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노인식품 설계사는 노인만을 위한 영양 가치와 맛을 지닌 레시피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문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 기사에서는 식품 영양과 신경과학 계통 전공자에게 적합한 미래형 직업으로 추천했다.
박수진 기자 s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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