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체험기 _ 국내

[Internship] 인턴에게 필요한 건 뭐? 젊은 감각과 꾸준함!
"성철 씨, 메일로 자료 보냈으니까 확인하고 콘셉트에 맞게 홍보 문안 작성해보세요.”

오늘부터 작업에 들어가는 홍보물은 지하철 교통약자 배려 서비스에 대한 안내 포스터다. 교통약자란 임산부,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를 동반한 고객, 어린이 등을 일컫는 말이다.

지하철역은 태생적으로 계단이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 배려가 없다면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대중교통은 아니다. 이번 홍보물은 휠체어 대여나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이용, 기존의 노약자석 외에 추가로 설치한 교통약자 배려석 등을 널리 알려 교통약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 제작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모시고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나중에 내 아내가 만삭이 돼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어떨지를 상상하며 문구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지난 4월 말부터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는 나, 인턴사원 김성철의 모습이다. 사실 처음 지원할 때만 해도 행정인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단순히 ‘노느니 돈이라도 벌자’는 마음이었다. 뉴스나 신문에서 행정인턴제 비판 기사를 많이 본 탓에 경력이나 업무 경험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예상과 달랐다. 여러 기관에서 행정인턴을 모집했는데 미리 꼼꼼하게 살펴보고 지원한 것이 도움이 됐다. 복사하고 놀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살펴봤는데, 공사의 홍보 분야 모집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홍보 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에는‘스토리 홍보’라고 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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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한 홍보 방식이 활성화돼 있었는데,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살펴보니 수준이 민간 기업의 홍보와 견줄 만해서 마음이 끌렸다.

놀랍게도 나는 지원한 대로 홍보실에, 그것도 스토리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에 덜컥 배치됐다. 직접 와서 보니 홍보실은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다양한 업무가 있을 뿐 아니라 인턴사원이 참여해 진행하는 업무도 많았다.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인턴 동기들 역시 각 부서로 배치돼 디자인, 촬영, 인터넷 방송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잠시 왔다 가는 인턴 주제에 무슨 업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일하는 동기들은 상당히 열심이다. 물론 그만큼 적절하게 업무를 할당받기도 하지만 대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행정인턴이라고 사무실에 앉아서 자리만 차지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당당하게 뒤집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결과가 아닌가.

인턴사원에게 업무를 맡기는 조직도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장점은 다름 아닌 젊은 감각과 객관적인 시각이다. 이 말은 처음 인턴에 합격하고 교육받을 때 들었던 것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뛰어난 능력과 엄청난 결과물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신입만이 가지고 있는 젊은 감각과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원한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사원이 수년간 일해온 프로들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그들은 우리의 가능성과 열정을 찾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열정의 다른 말은 지치지 않는 꾸준함이리라.

나의 인턴 생활은 시한부다. 올해 말이면 계약도 끝나고, 이곳은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다. 그렇더라도 내가 이곳에서 보고 배운 것은 모두 나의 것이 된다. 이곳을 떠나고 나서 “공사에서 무엇을 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보여줄 무엇 하나 만들어놓는 일이 인턴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