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

[Humanities] 장애자도 재벌 상속자도 ‘책’에서 길을 찾는다
“정원에 말뚝을 꽂으려고 호두나무를 베러 갔었지요. 자른 나무 막대기를 자동차에 싣고 돌아오는 도중, 갑자기 막대기 하나가 떨어져서 급히 커브를 돌렸는데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차는 제방 밑으로 굴러 떨어졌고, 그 때문에 다리를 못 쓰게 되었지요. 그때가 제 나이 스물넷이었는데, 그 후로는 한 발자국도 걷지 못했습니다.”

이는 뜻밖에 장애를 얻게 된 벤 포트슨의 이야기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였다. 그는 일생을 바퀴의자에서 보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 길길이 날뛰고 반항하며 운명을 저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런 반항은 다만 자신을 괴롭힐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쇼크와 원한에서 회복되자 곧 새로운 세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학과 친하게 되었고, 14년 동안 1400여 권의 책을 독파했다고 한다. 이러한 책들은 그의 시야를 넓혀주었고, 그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그의 생활을 풍성하게 했다.

그는 음악과도 친해져 전에는 지루하게 들렸던 교향악에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었다.

“난생처음 이 세계를 지켜보고 사물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옛날에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의 대부분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점차 정치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공공 문제를 연구했으며, 바퀴의자로 강의를 다녔다. 그는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도 그를 알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조지아 주의 국무장관에 올랐다.

분별 있는 사람과 바보의 차이

데일 카네기(1888~1955)는 그의 저서 ‘행복론(원제: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에서 사고로 인한 장애를 딛고 성공적인 삶을 일군 벤 포트슨의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포트슨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이고 쾌활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덕분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또 반드시 “감사합니다”를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세상 사람이 모두 친절하게 마음을 써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 자신도 세상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그 사고를 무서운 불행이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이제는 오히려 기뻐할 정도입니다.”

벤 포트슨의 이야기는 과거의 일이지만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거나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기도 하지만 이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삶은 전혀 달라진다.

이때 진실로 중요한 일은 ‘손실에서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이 점이 분별 있는 사람과 바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고 데일 카네기는 조언한다.

데일 카네기는 자기계발서 분야의 대가로, 지금의 자기계발서들은 그의 아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고 그 이후 수많은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등장했기에 자기계발서들도 데일 카네기보다 질 높은 콘텐츠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동은 오히려 데일 카네기의 책들보다 덜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물론 데일 카네기 이전에 ‘자조론’을 쓴 새뮤얼 스마일즈(1812~1904)도 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보면 데일 카네기나 새뮤얼 스마일즈보다 고전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오늘날 현대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지혜나 삶의 준칙들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독서를 하지 않는 현대인들이 그런 책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유익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에 사랑하며, 쾌락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쾌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또한 그들은 상대의 인품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거나 유쾌한 범위 안에서 사랑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대의 유익함 때문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에게 얻을 어떤 좋은 것 때문에 사랑한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나 우리 사회에 그대로 대입해놓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주변의 ‘이기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이보다 적확한 분석은 없을 것이다. 무려 2350년 전에 쓴 이 글이 오늘날 인간관계의 핵심을 찌르고도 남는다.

“비판하지 말고, 욕하지 말고, 불평하지 마라… 비판은 사람들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변명하게 만든다. 비판은 매우 위험하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부심에 상처를 주며, 자존감을 해치고,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존경받는 부자 워렌 버핏은 여덟 살 때쯤 데일 카네기가 쓴 ‘인간관계론(원제: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을 읽었고 ‘비판하지 말라’는 내용에 감명받아 평생 이를 실천해오고 있다. 버핏을 성공하게 한 좌우명인 셈이다.

“나는 성공자의 경력을 연구하면 할수록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신하기에 이른다. 실로 대다수의 사람은 핸디캡을 짊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즉, 그것이 노력과 성공에 자극제가 되었던 것이다.”

카네기가 수많은 성공한 사람을 분석한 통계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다. “우리의 약점 그 자체가 뜻밖에도 우리를 돕는다.” 이는 윌리엄 제임스(‘의식의 흐름’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심리학자)의 말이다.

자기계발서의 고전, 얼마나 읽어봤나요?

취업전쟁의 살풍경이 펼쳐지는 요즘, 약점이 많다고 스스로 의기소침해 있거나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면 이 말을 되뇌어보자.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긍정의 말이 긍정의 에너지를 낳고 긍정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자기 긍정과 함께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자조론’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같은 자기계발서의 고전을 읽는 일이다.

“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할 수 있다.” 한비의 ‘한비자’에 나오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여기에 다음을 덧붙이고 있다. “머릿속에 책이 5000권 이상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싫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부딪쳐보는 거다. 연봉 400만 달러(50억 원)를 받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처럼 도전정신을 발휘해보자. 그는 예일대(정치학) 졸업장을 들고도 ABC방송사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겠다고. 곧 ‘가짜 기자증’을 만들어 미얀마(옛 버마)의 전장으로 달려갔다. 입국한 것만도 행운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반군을 취재하며 나만의 첫 뉴스를 만들었을 때 ‘나의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간절해야 하고 무모할 정도로 실행에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쿠퍼는 1990년대 초 미국 고교에 뉴스를 공급하는 ‘채널 원’의 기자로 소말리아, 보스니아, 르완다 등을 누볐다. 서서히 이름을 알리며 1995년엔 주류 방송사인 ABC 특파원 자리를 꿰찼다. 가짜 기자증으로 시작해 연봉 400만 달러를 받는 최고 기자가 되었다.

그런데 쿠퍼 역시 기자가 될 생각을 책을 읽으며 했다고 한다. “예일대를 다닐 땐 베트남 종군기자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때 기자가 흥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이래저래 아무리 살펴봐도 성공하려면 책을 가까이해야 할 것 같다.

쿠퍼는 또 책을 썼는데 최근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덧붙이자면 쿠퍼는 록펠러 가에 이어 미국 부자 서열 2위였던 벤더빌트 가의 상속자를 어머니로 두고 있다. 그래도 그는 도전에 나섰다. 이처럼 장애자도, 재벌 상속자도 ‘책’에서 길을 찾았다.


[Humanities] 장애자도 재벌 상속자도 ‘책’에서 길을 찾는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