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희망을 말하다, 일자리 대토론회

구직자, 눈높이 낮추고 자립심·도전 정신 키워야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4월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전체 실업률 3.8%에 비해 2.2배가 높다. 그러나 8.6%가 다가 아니다. 실업률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 구직자가 66만 명, ‘쉬었음’으로 잡히는 24만 명의 청년층이 있다.

실업률만 보면 청년 100명 중 91명이 취업했을 것 같지만 주위에 취업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대학생 취업·라이프 스타일 잡지인 월간 CAMPUS Job&Joy 창간을 기념해 개최한 ‘2010 희망을 말하다, 일자리 대토론회(5월 13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는 대학, 기업, 연구소, 취업시장 관계자, 대학생들이 참여해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찾아라
김정철 잡코리아 본부장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 본부장은 취업 정보 제공 업체 관계자답게 청년 실업의 해결책으로 ‘잡(job)에 대한 정보의 다양화·세분화’라는 실용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일자리’와 ‘일거리’를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일자리는 직장을 말하지만 일거리는 ‘할 일’을 말한다. “창의적인 분야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반면 일거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거리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인력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보를 공식적인 채널로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일거리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꾸준하게 이어지면 이것이 곧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또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정부의 일자리 관련 웹사이트인 ‘워크넷’ 같은 곳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제공하는 상세한 기업 정보를 올려주면 청년들이 ‘묻지 마 취업’으로 중소기업에 무작정 취업했다가 이탈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박사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찾아라
“CAMPUS Job&Joy 제호가 마음에 든다. 일은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는 것으로만 여기는데, 일이 기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뗀 박 박사는 고용 형태의 유연화를 근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1명이 10시간 할 일을 10명이 1시간에 하면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1명이 하루 종일 일하는 것 외에 2~3명이 시간을 나눠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무 형태가 나와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도 없애야 합니다. 또 교사의 예를 들면 정규·전임·시간제에 대한 처우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협력·상생 모델을 만들어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계약 관행을 없애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도 줄어들 것입니다.”

박 박사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 초임 평균 연봉은 1993만 원이지만 대학생들이 원하는 평균임금(의중임금)은 2456만 원으로 약 500만 원의 차이가 난다.

“핀란드에서는 치과의사와 청소부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아 젊은이들이 치과의사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처럼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과 인력 사이의 미스매칭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취업·인턴·산학 담당)

김 교수는 중소기업의 취업을 활성화해야 청년 실업이 해결된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에 대한 교육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직도 기성세대인 부모들이 지닌 ‘펜대를 굴려야 한다’는 인식이 학생들에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교 1, 2학년 때부터 자신의 적성과 직업 선택에 대한 소양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1, 2학년 때는 놀고 3, 4학년 때 부랴부랴 취업시장에 뛰어드니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기보다 주위에서 좋다는 직장만 고집하는 것입니다. 학습 커리어도 중요합니다. 인사담당자는 학습 로드맵도 관심 있게 보는데, 학생들은 학점 잘 주는 학점 인플레 과목에만 몰리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창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비즈니스 모델로 키울 수 있는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금 대다수 창업보육센터가 텅텅 비어 있습니다. 3, 4학년 때 창업센터에 자리를 잡아도 졸업하면 비워주어야 합니다. 이것만 채워도 창업이 상당히 활성화될 것입니다.”

김준성 연세대 직업평론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찾아라
김 평론가는 전국 대학에 ‘CPA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어떤 직장, 어떤 일, 어떤 자세로 일할 것인지 ‘콘셉트(Concept)’를 설정하지 않고 ‘묻지 마 취업’을 하다 보니 U턴족(취업한 회사에 만족하지 못해 바로 그만두고 다시 구직자가 되는 것)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콘셉트를 설정한 뒤에는 구체적으로 이를 준비(Prepare)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Achievement)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어 김 평론가는 “미래 사회는 환경 사회다. 환경 관련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인력 양성을 체계화해야 한다. 또 21개로 시작한 마이스터 고교 육성 계획을 현재 50개에서 더욱 늘려나가야 한다.

독일은 900개 직업에서 마이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스터 스쿨을 만들어 대졸자도 마이스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영 SK텔레콤 인력팀장

김 팀장은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거대한 파도처럼 닥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SK텔레콤의 경쟁사는 KT와 LG텔레콤이었지만 이제는 애플, 구글 같은 기업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일의 복잡성이 커져 과거처럼 공부 잘하는 범용(汎用) 인재는 회사에 맞지 않습니다. 또 기존 스펙 위주의 채용을 해 보니 헝그리 정신, 즉 자립심과 도전 정신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야생형 인재’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학교·전공·학점을 (평가 항목에서) 다 없애고 ‘이 일을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최근 입사자 중 ‘철권’ 게임에 미쳐 세계 대회 2등까지 한 친구가 있는데, 과거 같으면 우리 회사에 입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어 김 팀장은 “채용 담당자로서 전국 대학을 돌다 보면 스펙 쌓기에 맹목적인 학생들이 많은데, 이제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찾아라

대학생 참석자


청중의 질문 순서에서 한 남학생의 뼈아픈 지적이 토론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준성 평론가가 제안한 환경 관련 자격증 육성에 대해 이 학생은 “자격증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토익 점수를 높이려면 매달 시험을 봐야 하는데 수험료 3만8000원은 너무 부담스럽다. 이런 것은 소득이 없는 학생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해결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학생은 하루 4시간 이상 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한국은 아르바이트 시간이 너무 길고 또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 학생이 금전적인 어려움과 시간의 부족함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데 청년 실업 관련 대책은 학생들의 현실은 외면한, 그저 어른들의 말장난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기업·학교가 생각하는 청년 실업의 대책과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해법 사이에는 온도 차가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지적이었다.

한편 토론자들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적성에 맞는 직업 체험’이라는 소양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 훈련뿐 아니라 소양 교육까지 포함한 직업 교육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4학년 때 1년 동안 직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보다 주위의 평가 위주로 직업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