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곤의 잡 멘토링

각 퍼즐의 색깔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먼저 ‘목표’의 퍼즐을 풀어보자.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24세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해 27세에 졸업하게 된 한 구직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녀는 필자에게 컨설팅을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전에 입사지원서를 넣어둔 HR(인사)컨설팅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녀는 입사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기쁜 목소리로 필자에게 전화했다.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는 거예요.”

한 달 후 그녀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그러나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었다. 연봉 결정을 한 달간 미루던 회사에서 제시한 근무 조건이 기대와 달랐던 것이 문제였다. 연봉은 1400만 원, 근무시간은 아침부터 사장 퇴근하기 전까지, 컨설팅 업무 투입은 입사 후 2년 정도가 지난 시점이라는 ‘도제식’ 근로 조건을 내놓았던 것이다.
[Column] ‘백수’와 ‘구직자’의 차이점
그녀는 이미 한 달을 근무한 처지라서 포기하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취업했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필자의 조언은 “다시 시작”으로 정리되었다. 결국 그녀는 사표를 냈고 이틀 후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이제 다시 백수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필자는 엄한 목소리로 그녀를 나무랐다.

“자네가 왜 백수야! 그런 단어를 쓸 만큼 자네가 지금 한가한 나이며 경제적 상황이 넉넉한가? 자네는 이제부터 구직자야!

매일 구직과 관련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매일 저녁 하루 일과를 평가하고 주간·월간 계획까지 세워가며 살아야 한다고. 그 계획표를 만들어서 보고하도록 해!”

그녀는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 마음 어찌 몰랐겠는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이 없으면 백수라는 단어로 신분을 슬쩍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목표가 없는 사람이 일을 안 하면 백수가 된다. 그러나 목표가 있으면 ‘구직자’다. 구직자는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더 치열하고 강도 높게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더 긴장하며 하루하루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한 우리나라 대학생의 목표는 참으로 ‘단순’했다. 한번 살펴보자.

목표 유형 1 : 대기업
목표 유형 2 : 공기업
목표 유형 3 : 고시를 포함한 공무원
목표 유형 4 : 외국계 기업
목표 유형 5 : 대학원 진학 또는 유학

목표가 ‘단순’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목표에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직업적 목표는 없고 소속의 변화에 대한 목표만 있다는 것이다. 즉 ‘대기업이면 다 된다’ ‘공기업이면 어디든 좋다’ ‘공무원 5급 준비하다 안 되면 7급 하면 된다’ 등 막연한 목표 의식이 문제다.

하루속히 구직 목표를 세우기 바란다. 구직(직무) 목표가 생기면 구직 과정에서 신문을 보거나 평소 생활할 때 태도가 완전히 바뀐다. 가장 큰 변화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예들 들어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야 할 즈음에는 주변 사람들의 휴대전화만 보고 다닌다. 운전면허 학원을 다닐 때는 운전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이는 현상이다. 구직 목표도 이와 같다.

단순히 스펙만 준비해서는 기업의 굳게 닫힌 채용문을 뚫을 수 없다. 목표 지향적 경력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외국의 정보와 인맥도 얻을 수 있다.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Column] ‘백수’와 ‘구직자’의 차이점
이우곤 이우곤HR연구소장

취업 전문가. 다양한 미디어에 취업 관련 특강과 기고를 하고 있으며
‘20대, 취업은 연애다’ 등 7권의 저서를 냈다. 건국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