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 호황과 불황, 경기순환(cycle)에 맞서는 재테크
그동안 제가 재테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것인 것 같습니다. “재테크, 어떻게 하면 잘해요?”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었죠. 은행저축상품, 주식 투자, 혹은 채권에 대한 궁금증, 부동산 경매나 토지 투자 등과 같은 재테크 각론에 대한 질문이라면 오히려 편했을 텐데 다짜고짜 ‘재테크 비법을 알려 달라’는 물음에 단박에 해줄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이런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을 합니다.

“주기를 타야 합니다. 사이클에 아주 잘 올라타면 됩니다.”

우리네 삶이 늘 기쁨과 행복만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우리네 경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좋아 모든 사람이 풍요로움을 즐기는 호황이 있는 반면,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며 여기저기서 “못 살겠다”는 탄식이 쏟아지는 불황도 꼭 찾아오지요.

우리는 이런 경제(경기)의 호황과 불황 기간을 합쳐 ‘주기’라고 표현합니다. 혹자는 10년 정도의 주기를 말하기도 하고, 80년 이상 긴 시간에 대한 주기를 설명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호황과 불황의 주기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반복으로 해석되기도 하고요.

아, 실은 이번 두 번째 ‘재테크 편지’에서 말할 것은 이런 다양한 주기에 대한 이론 설명이 아닙니다. 앞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그럼 호황과 불황이라는 주기에 과연 재테크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에 대한 설명입니다. 바로 사이클을 제대로 타는 방법이지요. 재테크는 호황일 때만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주식이 폭락할 때 자신의 자산을 잘 보호했다면 이 또한 재테크를 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호황이 펼쳐지고 있는데 나 혼자만 ‘안전한’ 재테크를 한답시고 현금을 장롱 속에 보관하거나 은행 저축에 올인한다면 많은 기회를 날려버린 실패한 재테크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일반적인 주기의 흐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봄바람이 불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경제 주체가 행복을 느끼는 호황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열기는 더 뜨거워지면서 우리가 버블(거품)이라고 부르는 아주 짧은 순간의 극점이 오게 되죠. 그다음부터는 내리막입니다.

경기는 조금씩 위축되기 시작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게 됩니다. 이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주식과 부동산, 원자재(상품) 등이 모두 하락하는 자산 가격 급락이 이어집니다. 이후엔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요, 한순간 경제는 불황의 그늘 속으로 잠겨버립니다.

이렇게 경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한 번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후 일정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회복되지 않을 것 같던 경기가 살아나면서 새로운 주기가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세부적인 모습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늘 이런 흐름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재테크도 이런 주기의 각 국면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가야 합니다. 먼저 경기가 바닥일 때는 현금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입니다.

현금을 손에 들고 ‘생존’에 힘써야 하며, 앞으로 찾아올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 포인트는 불황이 극한으로 치닫기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각종 투자자산을 차익실현해 현금화시켜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최고 호황일 때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황의 정점에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 전에 주식을 사놓고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죠.

또한 경기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추락하는 초기 국면에는 채권 투자나 은행저축상품으로 맞서고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산가격 급락이 시작될 때는 부동산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보면 좋습니다. 반면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초기 국면에는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하거나 원유, 철광석 등과 같은 원자재 투자를 하면 유리합니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불황-회복-호황-하강’이라는 사이클에 맞춰서 우리의 재테크는 ‘현금-주식 및 원자재-주식-채권과 은행저축상품, 부동산’으로 바꾸면서 대응하면 성공한다고 말이죠.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여러분 중 일부는 혹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도대체 지금이 호황인지, 불황인지, 회복기인지, 하강기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맞습니다.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가령 지난 2007년 여름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인은 인류 역사상 최고 호황을 누렸지만 그 누구도 이것이 막바지가 될 줄은 몰랐죠. 또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사건이나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처럼 불황이나 경제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오고요.

많은 사람은 2001년 9·11 테러가 터진 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때는 오히려 회복기였고, 2008년 초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경기가 튼실하다고 주장했지만 지나 보니 이때는 경기 하강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정작 주기에 따라 어떤 재테크를 펼칠지 인식하고 있더라도 실전에서 타이밍 잡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 이런 타이밍을 잡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저는 이와 관련해 헝가리 태생의 전설적인 개인주식 전업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의견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투자 좀 한다는 개인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주기에 대한 타이밍을 잡는 지표로 ‘금리’를 골랐습니다. 즉, 금리의 상승(인상)과 하락(인하)을 통해서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단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일 경우가 불황이며, 이후 금리를 조금씩 인상해 가는 시기가 회복기, 금리가 최고조에 도달하는 상황이 호황(또는 버블), 그리고 금리가 반대로 인하하기 시작한다면 경제는 침체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이 ‘금리 사이클’에 맞춰서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현금-주식 및 원자재-주식-채권과 은행저축상품, 부동산’의 재테크를 펼쳐야 한다고 말이죠.

여러분 혹시 2010년 5월 말 현재 대한민국의 기준 금리가 얼마인지 알고 있습니까? 연 2%입니다. 역사상 최저 수준이죠. 미국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0%랍니다. 이처럼 금리가 바닥인 것을 보니 현재 경기는 바닥을 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자, 그럼 우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재테크를 펼쳐야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세 번째 편지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할게요. 6월입니다. 초여름의 에너지를 느끼며 자신감 넘치는 청춘을 알토란처럼 보내기를 바랍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