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입사원 리얼 스펙 대공개

학벌·학점보다 전문성·사회성 뛰어나
해마다 8만 명의 지원자가 삼성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원서를 낸다. 4400명을 뽑은 2009년 하반기 채용의 경쟁률은 10.3 대 1. 인크루트가 매년 조사하는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에 삼성은 늘 1위다. 2004년부터 7년째 변함이 없다. 게다가 올해 득표율은 지난해(6.3%)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대학생들에게 삼성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 인기가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나 삼성맨이 되는 건 아니다.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에 높은 학점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삼성의 신입사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캠퍼스 Job&Joy’는 전국 50개 대학 취업지도실과 삼성 계열사 인사 담당 부서, 취업 커뮤니티 ‘닥치고 취업’을 통해 삼성 신입사원 개개인이 쌓은 스펙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이 갖춘 ‘조건’을 조사해, 삼성 신입사원의 ‘표준’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 표준 범위에 들어간다면, 당신은 삼성맨이 될 만한 객관적인 자격을 갖춘 셈이다. 최근 2년 내 삼성 프레시맨이 된 228명의 ‘리얼 스펙’을 공개한다.
학벌·학점보다 전문성·사회성 뛰어나
삼성은 매년 상반기(3월) 하반기(9월) 두 차례 졸업시즌에 대졸 신입사원(3급 사원)을 채용한다. 올 상반기에는 19개 계열사에서 350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 또 4000명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1000명이 늘어난 규모다.

삼성은 각 계열사가 따로 인력을 채용한다.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가 전체 채용 인원의 절반가량을 뽑고, 나머지 계열사가 100~200명을 나눠서 채용한다.

하지만 공통의 필기시험인 SSAT(SamSung Aptitude Test 삼성직무능력시험)는 같은 날 동시에 치러진다. 올해는 3월 21일에 시행됐다.

삼성맨이 되기 위해선 서류전형과 삼성만의 직무능력시험인 SSAT, 그리고 면접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각 관문이 모두 까다롭지만 최근 들어 특히 SSAT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소한의 지원 자격을 갖춘 사람에겐 거의 SSAT를 치를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본격적인 전형은 SSAT부터’라는 말도 있다.

하루 동안 진행되는 면접전형은 당락을 결정하는 최종 관문 격이다. 인성, PT(프레젠테이션), 집단면접 등 세 가지 유형의 면접을 통과해야 마침내 신입사원 이름표를 목에 걸 수 있다.

흔히 삼성 채용에는 정확한 패턴이 없다고들 한다. 글로벌 기업 치고는 비교적 단순한 채용 제도라는 평도 있다. 특정 대학 특정 전공을 우대한다는 불평도 적은 편이다. 취업 커뮤니티 등에선 학벌, 학점, 자격증이 ‘빵빵’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는 증언을 흔히 볼 수 있다.
학벌·학점보다 전문성·사회성 뛰어나
그렇다고 삼성이 아무나 뽑는 건 아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촘촘한 그물망이 존재하는 셈이다.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자 입사하기 어려운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학벌·학점보다 전문성·사회성 뛰어나
삼성에 입사하기 위해선 삼성이 원하는 인재상부터 살펴야 한다. 삼성의 채용 관련 사이트인 디어삼성(www.dear-samsung.co.kr)에는 ‘열정과 몰입으로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 ‘학습과 창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재’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인재’를 원한다고 돼 있다.

삼성이 원하는 인재는 ‘공부 잘하는 인재 + 사회생활 잘하는 창의적 인재’로 요약된다. 자신의 전공에 전문성이 확고하면서, 원활한 협업이 가능한 사회성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캠퍼스 Job&Joy’가 수집한 삼성 신입사원의 모습도 대략 이 기준에 부합한다. 학점만 관리한 게 아니라 전공에 대한 충실한 몰입으로 관련 자격증 등을 따고, 각종 봉사활동과 인턴활동으로 사회적 관계까지 쌓은 사람이 많다.

이번 조사에는 최근 2년 내 삼성 신입사원이 된 총 228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대학시절 학점은 평균 3.69(4.5점 만점 기준), 토익 점수는 평균 836점 수준이다. 또 3명 중 1명은 평균 9.3개월의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10명 중 8명은 각종 자격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와 공인한자능력시험 2급. 두 가지 자격증을 함께 보유한 사람은 39명(17%)이었다.

또 3명 중 2명은 국내외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으며, 공모전에서 입상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사람도 4명 중 1명 꼴로 적지 않았다. 직접 자영업을 꾸려 보거나 공장, 유통업체, 과외 등을 통해 돈을 벌어 본 경험을 가진 사람도 3명 중 2명 정도로 흔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