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시루에 담긴 콩나물마냥 사람 가득한 버스를 타고 등교해본 적이 있는가. 경험해본 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고단한 때라는 것을. 지난 3월, 지옥의 등교버스 탑승자들을 위해 분당과 신촌을 잇는 신개념 통학버스 시스템 ‘눈뜨면 신촌’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지금은 분당 - 신촌에 이어 분당 - 고대 노선까지 ‘눈뜨면 도착’으로 이름을 변경해 매일 아침 60여 명의 학생들을 태우며 분당과 신촌, 고대를 오가고 있다.
학생들의 구세주 ‘눈 뜨면 도착’ 대표 박주혁(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 13) 씨를 만났다.
[도전하는 청년] 박주혁 ‘눈뜨면 도착’ 대표, 집 앞에서 학교까지 ‘꿈의 통학버스’ 실현
Q.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통학버스라니, 참 기발해요. 직접 통학버스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인 불편함이 가장 컸어요. 저는 분당에서 신촌으로 통학을 해요. 통학을 하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신촌으로 오려면 반드시 한 번은 환승을 해야 되거든요. 아침 시간은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라 버스도 너무 붐비고, 환승하는 시간도 촉박할 때가 있어요. 버스를 타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지각을 하기 일쑤였고요. 때마침 생각난 것이 바로 통학버스였어요. 집 앞에 기업들의 통근버스가 많이 다니는데, 통근버스처럼 통학버스가 생기면 좀 더 편하게 통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Q. 처음 ‘눈뜨면 도착’을 시작할 때에는 혼자서 모든 업무를 다 했다고요.
처음부터 그룹으로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 아닌 단순히 저 혼자만의 생각에서 시작할 일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혼자서 ‘눈뜨면 도착’ 서비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요. 혼자서 시작했지만 버스가 한 대밖에 없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전세버스 회사에 이미 관례화된 사업 방식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통학버스를 이용할 사람들만 모집하고, 승객들을 관리하면 되는 일만 하면 됐어요. 과정이 어려운 건 아니었죠.


Q. 다들 사업을 시작할 때 자금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잖아요.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금전적인 문제가 아예 없진 않았어요. 버스를 대절할 때 계약금을 내고, 월말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돼요. 처음엔 신청자 수가 충족이 돼서 입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입금 인원이 신청자 인원에 비해 반도 안 되었던 것이 문제였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언젠간 모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기다렸죠. 다행히 겨우 계약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사람들이 모여 운행을 시작했고, 크지 않은 적자로 첫 버스 운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Q. ‘눈뜨면 도착’을 프로젝트성 그룹에서 스타트업으로 전환했다고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점점 ‘눈뜨면 도착’ 서비스를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통학버스를 함께 운영할 프로젝트성 그룹을 만들게 되었고요. 그룹 멤버 네 명이서 함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버스 규모도 차차 늘렸어요.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나고나니 프로젝트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동기 부여도 잘 되지 않다 보니 진이 빠지게 되더라고요. 내부적인 동력의 부재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있었어요. 처음엔 ‘눈뜨면 도착’이 시작되고 난 후 다른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통학버스 팀이 생겨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일이 제 생각대로 풀리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통학·통근버스 모델의 확대를 위해서, 기업으로 전환해 지속 가능하고 더 빠르게 확장될 수 있는 모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대학생활 하기에도 바빴을 텐데, 지금까지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눈 뜨면 도착’ 서비스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죠. 가끔 이 서비스가 사람들의 일상에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해요. 승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면서 아침에 한 시간이지만 그 분들의 하루를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Q. 많은 학생들이 노선 증설을 요청하더라고요. 노선을 더 추가할 계획은 없나요?
아직 스타트업 준비 단계라 바로 노선을 추가할 계획은 없어요. 서비스 론칭을 12월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에요. 대학생의 경우 신입생이 들어오는 3월에 신입생을 타깃으로 노선을 많이 확장할 계획이에요. 노선도 일방적으로 정해진 노선이 아닌, 해당 노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또한 지금은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학생에게만 제한된 서비스를 진행할 생각은 없어요. 이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누구든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Q. ‘눈뜨면 도착’ 팀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눈뜨면 도착’을 교통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눈뜨면 도착’ 이용자들에게 아침 시간 이동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다 보면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거든요. 또 한 가지 목표는 아침 시간에 장거리 통근, 통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에요. 내년에는 약 200대 정도의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통학, 통근뿐만 아니라 도시 내에서 사람들의 이동 수요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이동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Q. 도전을 두려워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도전은 습관이에요. 저도 처음부터 도전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얻은 도전에 대한 용기 덕분에 ‘눈뜨면 도착’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도전이 두려워서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면 도전이 몸에 밸 기회조차 없게 되잖아요. 뭐라도 시도하고 그것을 통해서 배워나갔으면 좋겠어요. ‘눈뜨면 도착’은 저에게 도전의 기회였고, 이것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도전하면서 좌절도 맛보고 성공의 기쁨도 얻는 것이 청춘만의 특권이 아닐까요?


글 원지윤 인턴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