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과 소년 황상의 ‘준비된 만남’

▶ QUESTION
역사 속의 만남을 통해 ‘겸손함’에 대해 생각해보자.


▶ SOLUTION
우리의 삶은 많은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남 없이는 삶이 없다. 그중에서도 인생을 바꾸는 만남은 아주 드물다. 어떤 만남이 인생을 바꾸는 것일까? 그것을 아는 방법은 없을까? 역사적으로 귀중한 만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애인, 친구, 배우자, 스승, 제자, 회사 상사 등 많은 만남들이 친근하고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만남은 반드시 준비를 필요로 하고,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만난다.

그러면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기회가 오면 준비된 자가 늘 성취하게 된다. 준비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항상 준비하면서 산다. 취업을 위해, 시험을 위해, 내일을 위해. 하지만 우리는 오늘을 위해 살지는 못한다. 오늘을 바로 사는 것이 내일의 준비가 아닐까?

비워 두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가 되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 꽉 채워 두고서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가 없다.

‘공자와 안회의 만남’, ‘예수와 베드로의 만남’,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다산과 황상의 만남’은 그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만남이다.


겸손하게 준비하는 자세
유배객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소년 황상(1788~1863)은 26세 터울의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둘은 다산이 유배시절 임시로 거처하던 전남 강진의 한 주막집에서 처음 만났다.

황상이 다산에게 물었다. “저는 재주가 둔하고, 앞뒤가 막히고, 답답합니다.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다산은 “민첩하면 소홀하고, 날래면 들뜨고, 재빠르면 거칠다. 너에게는 세 가지 병폐가 없으니 다잡아 공부하라”며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계(三勤戒)를 전했다.

그 뒤 황상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부지런히 공부하여 최고의 제자가 됐다. 그의 제자들이 황상에게 ‘늙은 나이에도 어찌 그리 공부하시느냐’고 물으면 황상은 늘 “다산께서는 글을 읽고 책을 편찬하시느라 발목의 복숭아뼈가 바닥에 붙어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 내가 어찌 그 정신을 버릴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우리는 황상처럼 자신을 잘 알고, 겸허하게 가르침을 받는 자만이 성장할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자신의 능력이 대단한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사 초년생에게 주어지는 허드렛일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그러고는 얼마 견디지도 못하고 그만둔다.

이런 자세로는 어떤 기업에도 입사할 수 없고,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다. 기업과 개인의 관계도 만남이다. 만남은 늘 준비를 필요로 한다. 그 준비는 자신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옛이야기나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을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배울 수만 있다면 인문학만한 스승은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삶의 만남이다. 그것도 아주 소중한 만남이 될 것이다.


글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