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힘든 마당에 연애·결혼·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 시대 청춘들을 일컫는 말 ‘삼포세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도 포기한 ‘사포세대’, ‘오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은 했지만 취업이 안 된 사람, 수십 개의 입사 서류를 ‘광탈’ 당한 사람, 군 입대를 앞두고 앞날이 막막한 사람 등 ‘아프니까 청춘’인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그저 남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도 희망과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되는 법. <캠퍼스 잡앤조이>에 추석을 맞아 부모님을 떠올리며 쓴 취준생들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부모님 전 상서] 명절 앞,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들딸 믿으시죠?”
[부모님 전 상서] 명절 앞,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들딸 믿으시죠?”
송재연 여사님, 엄마의 첫 열매 두원이예요. ‘엄마’의 이름을 참 오랜만에 불러보네요. 가끔 집을 나설 때 “송여사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으니 말이죠.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지도 어느덧 22년이 흘렀고, 내년 초면 군 입대를 하게 되네요. 돌이켜보면 엄마가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엄마의 눈물과 정성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제가 존재하지도 않았겠지요. ‘송재연’이라는 이름보다는 ‘한 남자의 아내, 두원 엄마, 다연 엄마, 복동이(친할아버지의 애칭), 장씨 종가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20년을 넘게 살아온 우리 엄마. 이제는 제가 열심히 살아서 ‘송재연’이라는 이름을 빛내드리고 싶어요. 엄마가 22년간 저에 대해 기록하신 일기장. 지난달 제 생일에 그동안 엄마가 쓰셨던 일기장을 열어봤어요. 첫 머리카락, 손톱, 귀지까지 테이프로 붙이고 보관해주신, 엄마의 사랑이 담긴 일기장을 보면서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네요.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엄마께 등록금 걱정을 시켜드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 지난 3학기 동안 전액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엄마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제게 늘 힘이 돼요. 제가 직접 작성한 콘텐츠들을 엄마께 보여드리면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주시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종종 이야기를 했지만, 제 목표와 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을 못 드렸던 것 같아요. 대학 졸업 후 한국언론진흥재 단 읽기문화진흥팀에서 종이신문의 생활화를 위해 일하는 게 제 꿈이에요. NIE(Newspaper In Education)의 경우도 핀란드와 다른 선진국 수준만큼 체계적으로 만들고 싶고요.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항상 노트에 기록하고 있어요. 엄마가 저를 위해 일기를 써주셨던 것처럼 미래의 저에게 일기를 쓰고 있고요. 엄마의 아들이 아름다운 꿈을 펼쳐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건강이 최고인 것 아시죠? 건강하셔야 해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요.



[부모님 전 상서] 명절 앞,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들딸 믿으시죠?”
“엄마가 주신 사랑만큼 멋진 사람이 될게요” - 장두원

장두원 씨는 평소 그가 들고 다니는 수첩이 까매질 정도로 바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도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를 비롯해 네댓 개의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내년 2월 군 입대까지 최선을 다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뭐든지 열심인 그의 마음 한 가운데에는 어머니가 있다. “엄마, 저를 힘들게 키우신 만큼, 앞으로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부모님 전 상서] 명절 앞,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들딸 믿으시죠?”
엄마, 아빠! 큰 딸 지영이예요. 두 분께 편지를 쓰는 게 참 오랜만이네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버이날에 몇 자 적기라도 했었는데 요즘은 ‘어디에요?’ ‘밥 먹었어요?’ 같은 말 말고는 연락도 자주 하지 않은 것 같아 죄송해요. 큰 딸이라고, 워낙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고 저를 믿어주신 세월이 벌써 10여 년이 훌쩍 넘었어요. 혼자서 공부도 잘하고 어느 대학에 가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착착 잘 해나가던 제가 취업 문턱에서 3년이나 고배를 마시니 많은 걱정이 드실 거라는 거 알아요. 제 나름대로 남들보다 일찍 진로를 정하고 준비해왔기에 금방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러 번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이제는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 버거워져서 힘이 빠지네요. 변함없이 저를 믿어주시는 두 분을 보며 버텨야 함을, 이겨내야 함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탈락과 획일화된 스펙 쌓기에 지쳐 자꾸만 현실을 도피하게 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해요. 요즘은 ‘스토리 시대’라고,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달라는 철없는 딸의 응석에 가슴도 아프셨겠죠. 첫 월급으로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해외여행도 보내드리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너무나 간절히 꿈꾸는 일상인데 저에게는 쉽게 허락되지가 않기 때문이죠. 대놓고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아빠 친구 아들은 무슨 회사 들어갔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듣게 될 때마다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 가 숨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저에게 부담 한 번 안 주시고 “다 때가 있고 길이 있다”고 격려해주실 때마다 ‘아, 정말 잘해야지. 꼭 효도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시 다잡곤 한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햇수로 3년간 해오던‘영혼 없는’ 취업 준비를 접는 것이에요.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회사,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만을 좇는 보여주기식 인생을 버리기로 했어요. 슬럼프를 겪는 동안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취업하면 30년은 훌쩍 넘게 일해야 할 텐데 1~2년 늦는다고 초조해하기보다 그 기간을 부모님과 더 가깝게 보내면서 취업 준비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회사원 되면 바쁘다는 핑계, 피곤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제대로 신경을 못 쓸 텐데, 지금처럼 시간 여유가 많을 때 가까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도를 하기로요.(변명은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하면 졸업식에 초대하겠다던 큰 딸의 약속 때문에 이번 코스모스 졸업식을 내년 전기 졸업식으로 미룬 만큼, 남은 4개월은 큰 곳이 아니라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좀 더 열정을 쏟을게요. 조금 걷다 픽픽 쓰러지던 큰 딸은 인생의 목표를 돈이 아닌 ‘행복’에 두고 다시 걸으려 합니다. 걱정은 조금만 미뤄두시고 이왕 믿어주신 거 4개월만 더 믿어주세요. ‘이렇게 행복하려고 그동안 고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드실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될게요. 제 행복플랜을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효도는‘지금부터’ 하겠습니다. 사랑해요.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부모님 전 상서] 명절 앞, 부모님께 띄우는 편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들딸 믿으시죠?”
“제 행복플랜을 응원해주세요.” - 방지영
방지영 씨는 지난달 ‘졸업생’이 됐다. 졸예자(졸업예정자)보다 취업에 불리한 졸업생 신분이지만, 그녀는 더 이상 졸업을 미룰 순 없었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게 벌써 3년. 늘어가는 취업 준비 기간만큼 시름도 깊어지고 있지만, 그녀를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다고.

“다른 집 자식들보다 조금 늦다고 해서 저 불행해하지 않을게요. ‘용돈 얼마’로 정해진 효도가 아니라 부모님 곁에 있을 때 더 살뜰히 챙기며 웃게 해드리고 싶어요.”


글 박상훈 기자 I 편지 보내준 취준생 방지영(서경대 금융정보공학 졸)·장두원(연세대 국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