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성공 노하우

[COVER STORY] 이근욱 ‘키노빈스’ 대표 “확고한 가치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창업 준비 기간 및 비용 : 7개월, 1억 원
●현재 수익 : 월 매출 1500만 원
●앞으로의 계획 : 키노빈스가 만들어가는 영화제가 세계 4대 단편영화제 중의 하나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
●창업 리얼 팁 :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이른바, ‘섬씽뉴(something new)’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회사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어떻게 공략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이근욱(32) 대표의 원래 꿈은 드라마 PD였다. 실제 그는 명문대 신문방송학과 출신. 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취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그 사이 뮤지컬에 탐닉한 이 대표는 연출도 해보고 배우 생활도 5년이나 했다. 그러다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문득 알게 됐다. 바로 영화였다. “한마디로 ‘영화광’이었어요. 물론 가공되지 않은 아이디어만 있던 학생이었지만 영화라면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죠.” 영화판에 몸을 담았던 그가 커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열악한 환경에서 밤샘 작업을 하며 마셨던 커피 때문이었다. “영화 일만큼 밤을 새는 직업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영화 관계자들 대부분이 질 나쁜 믹스커피를 습관처럼 마셔요. 영화와 영화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커피를 마시며 일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커피 사업을 시작했지요.”

그는 최근 ‘키노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차리고 영화 배급도 하고 있는데, 올 10월에 있을 제1회 DMC단편영화페스티벌을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열 예정이다. “뭐든지 기초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영화 꿈나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기적인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어요.” 지금도 수익의 10%를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그는 그야말로 ‘영화를 끔찍이 사랑하는 카페 사장’이다.


커피와 영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으로 뚜벅뚜벅
‘키노빈스’는 영화를 뜻하는 ‘키노’와 커피를 뜻하는 ‘빈스’의 합성어로 커피 및 원두 판매, 교육 등을 하는 카페다. 지난해 8월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키노빈스는 현재 강북청년사업센터 내 1호점을 비롯해 같은 해 2호점과 3호점이 문을 열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카페로 발돋움하고 있다. 직원도 처음 세 명에서 현재 여덟 명으로 늘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는 맛보다 디자인이나 분위기에 좌우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커피도 음식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고객을 대하고 있어요. 커피는 신선해야 하거든요. 볶은 지 30일 이내의 원두로 갈아 마셨을 때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한데, 다른 건 몰라도 원두에 대한 이 원칙만큼은 분명히 지켜 나갈 거예요.”

이 대표와 키노빈스의 초창기는 어땠을까.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대부분 넉넉하지 않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커피 사업 자체가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제대로 된 홍보는 꿈꿀 수조차 없었죠. 현재도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아요. 월급이란 개념보다는 격려금 조로 지급을 하고 있어요.” 웹 구축이나 서버 운영하는 인력이 없어서 외부 인원을 쓰려고 하다 보니, 사기를 당할 뻔도 했단다. 빠듯한 살림살이지만 이 대표의 얼굴에선 자신감과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키노빈스의 구성원들은 24살부터 41살까지 다양한 삶의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커피와 영화라는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요. 핵심가치에 대한 강한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죠. 힘들어도 같은 미래를 꿈꿔 즐겁답니다.”

이 대표는 ‘네 꿈은 뭐니?’라는 질문을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다고 한다. 질문 자체가 특정 직업을 명사로 딱 대야만 하는 단답형 대답을 유도하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꿈은 한 단어가 아니라 여러 수식어가 있는 문장이었으면 좋겠어요. ‘변호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두기보다는 ‘공정무역을 하는 커피 회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분쟁을 해결해주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 같은 식으로요. ‘내가 왜 그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있는지’가 바로 드러나지 않나요? 취업이든 창업이든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길 바라요.”


글 박상훈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