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야간비행> 속 책임감 배우기

[2014 공채 대비 핵심 노트] “나는 오늘 밤 하늘 전체에 대해 책임이 있다”
▶ QUESTION

책임감은 사회의 필수 덕목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하는 일이 이어지며 정치 분야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책임감을 인문학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자.


▶ SOLUTION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은 책임감을 다룬 대표적인 소설이다. 야간비행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지배인 리비에르는 물론 그의 명령을 받는 파비앵, 팰르랭 등 조종사들이 우편배달이라는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30년 당시, 야간비행은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배인의 역할은 비행조종사의 생명을 담보하고 야간수송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

비행사 파비앵은 여느 때처럼 우편을 배달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야간비행을 하던 중 태풍을 만나 공중에서 길을 잃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공 우편국 지배인인 리비에르는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엄격한 인간이다. 조종사의 실종 소식이 알려졌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곧바로 다음 비행을 준비시킨다. 파비앵은 가까스로 태풍 위로 탈출하지만 비행기 연료는 이미 바닥난 상태. 결국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리비에르가 보여준 관리자로서의 사명감이다. 그는 파비앵의 실종 소식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우편을 무사히 운반하는 데 더욱 총력을 기울인다.

조종사들의 책임감도 투철하다. 앞서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팰르랭은 동료 파비앵의 실종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비행을 준비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남긴다. “그 바보 같은 리비에르가 글쎄… 내가 이번 비행을 두려워하는 줄 안다니까!”


리비에르가 보여준 책임감 통해 경각심 갖기
얼마 전, 소방관 5명의 순직 소식이 들려왔다. 사고현장은 아파트와 중학교 사이. 조종사가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 같다는 증언이 쏟아지면서 다시 한 번 책임감이 사회 이슈로 대두됐다. 꼭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아니어도 책임감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간비행>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사명감과 책임감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리비에르는 직원들이 날씨가 나빠졌을 때 휴식을 가질 수 있다고 즐거워하기보다는 날씨가 개기를 안타깝게 기다리도록 만들었으며, 하급 노무자까지도 일 없이 노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바꿔 놓은 인물이다. 감독관 로비노가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불평하자 그는 “불면증이 음악가에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게 한다면 그 불면증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리비에르가 인간의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파비앵의 실종 소식을 접한 뒤에는 ‘나도 사람들의 우정과 인간적인 기쁨 속에서 살고 싶다’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지도자로서의 임무를 다하고자 애쓴다.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훈련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생텍쥐페리는 이렇듯 리비에르에 자신을 투영하여 책을 통해 인간이 가져야 할 책임감과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우편배달’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종사 파비앵과 팰르랭의 모습을 더함으로써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일깨우고 있다.

글 이도희 기자

자문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