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허영진(교보문고 리딩트리)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서 가장 ‘힙’한 테마 중 하나는 ‘공부’입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린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건축가이자 전 국회의원인 김진애 박사의 <왜 공부하는가>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최근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를 냈죠.

공부에 대한 책들은 사실 ‘OO 수업’, ‘OO 강의’ 등과 같은 제목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샀습니다. 21세기 들어 국내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정의란 무엇인가> 역시 하버드의 ‘정의론(Justice)’ 강의를 옮겨온 것이었죠. 이런 흐름은 식을 줄 모르는 강연 열풍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여전히 TED식의 짧은 강연에서부터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인문학 강연까지, 배움의 기회가 열려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책들이 인기를 끄는 건 결국 독자들에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공부라는 단어·행위의 심각한 오용 아닐까요. 우리는 갤럭시나 아이폰이 아닌데 ‘스펙’을 붙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의 공부는 결국 자신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펙을 최적화하는 방편으로 쓰이고 있지요.

인상비평일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이런 방식의 공부에 대한 피로가 꽤 쌓인 것 같습니다. 공부 관련 책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피로 누적에 대한 반작용이겠지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 지식의 알짬이나 지혜의 고갱이를 지닌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강연을 좇고 TED를 검색하는 것은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요컨대 ‘진짜 공부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혹자는 ‘공부’라는 키워드에 수렴되는 ‘강연’, ‘멘토’, ‘인문학’, ‘TED’, ‘강의’, ‘수업’ 같은 단어들을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싸구려 취급하려고 합니다. 물론 자기계발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지닌 통찰이나 사상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를 뒤지고 제목에 ‘공부’가 붙은 책을 사보는 건 좋은 조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고서만 찾고 검색해볼 것이 아니라 교과서도 좀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라는 키워드에서 파생되는 레퍼런스들을 실제로 읽어보자는 것이죠. 그 레퍼런스가 바로 인문학 고전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참고서 말고 교과서를 펴보면 어떨까요?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강신주 | 오월의 봄

강신주가 자신의 공부 기원이 된 장자와 노자를 다룬 책이다. 10년 전 낸 초기 노자와 장자에 대한 각각의 책을 한 권으로 엮었다. 보통 ‘무위자연’ 철학에 대한 창시자요, 철저한 계승자로서 노자와 장자를 이해한다. 둘의 철학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매우 독창적인 사유를 펼친다. 자신만의 공부를 통해 얻은 독특하고 새로운 관점이란 점에 주목해서 보면 좋을 책.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프레데릭 르누아르 | 판미동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프랑스의 대표 지성 중 한 명인 저자가 인류의 위대한 세 인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현재 문명사회의 위기를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위기가 아닌 영적이고 철학적인 위기로 본다. 무엇보다 세 성인의 삶과 가르침 중에 어느 것을 따르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윤리적으로 창조적인 삶을 강조한다.



눈에 띄는 신간

신 백과사전·악마 백과사전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마이클 조던 | 프레드 게팅스 | 보누스

전 세계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신과 악마를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한 책. 2800개의 신과 3000개의 악마를 각각의 책으로 묶어 소개한다. 신과 악마라는 문화현상을 통해 사람이 지닌 선과 악, 욕망과 죄의식 등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화 유전자 전쟁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칼레 라슨, 애드버스터스 | 열린책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운동이 펼쳐졌다. 이 운동은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캐나다의 비영리 잡지인 <애드버스터>에서 비롯되었다. 애드버스터의 편집장 칼레 라슨과 애드버스터 편집진들이 공저한 이 책은 신고전파 경제학의 논리가 완전히 실패했으며 이를 극복할 새로운 경제학적 문화 유전자(meme)를 습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한국현대사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이제는 ‘교과서’로 공부할 시간
유시민 | 돌베개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유시민이 55년간의 세월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그대로다. 형용모순의 조국을 자신의 출생 해인 195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역사적 사건들을 하천으로, 자신의 체험을 지류로 빼내어 서술했다. 냉정한 역사가나 관찰자가 아닌 당대를 고민하고 회의하며 살아온 동시대인의 시각에서 살피며 세대와 세대 간, 진영과 진영 간의 소통을 제안하고 있다.


제공 : 교보문고 리딩트리
(http://www.facebook.com/kyobobook.Reading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