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 말고, 정석대로 갈래요”

[스타 인터뷰] 40만 원 받으며 시작한 배우생활
배우 최윤영
1986년생
안양예고 졸업
단국대 연극영화 휴학 중
2008년 KBS 21기 공채 탤런트 데뷔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2012년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역전의 여왕’
영화 ‘코리아’, ‘무서운 이야기’
2013년 드라마 ‘열애’
2014년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 출연 중



‘최윤영’을 만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어떤 최윤영?’이라 물었다.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방송가에는 ‘최윤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무려 3명이나 된다. 그녀를 만나 이름을 바꾸지 않고 데뷔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제 이름이 좋아요”라고 답했다. 둥글둥글한 것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는 귀여운 이유를 덧붙이면서.


요즘 윤영 씨가 여기저기서 자주 보여요. 드라마, 영화 등 굉장히 바쁘죠?
KBS 일일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의 촬영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일주일에 다섯 편을 찍어야 하는 만큼 촬영 일정이 빡빡해요. 또 영화 ‘그대 나의 뱀파이어’ 개봉 시기가 겹쳐 홍보를 위해 무대인사도 다니고 있고요. 사실 영화는 2년 전에 촬영했던 것인데 드라마 촬영과 개봉 시기가 맞물려 제가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느낌이에요.(웃음)


‘29초영화제’ 홍보대사로도 초청됐더라고요.
가끔 버스를 타고 다닐 때가 있는데, 강남 가는 버스를 타면 29초영화제 영상이 나와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29초영화제 수상작들은 모두 다 본 것 같아요. 그래서 홍보대사가 됐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영화를 찍을 수 있잖아요. 29초라는 시간도 매력적이고요. 저도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관심 있던 영화제의 홍보대사가 돼서 영광이에요.


홍보대사 외에도 처음으로 드라마 여주인공을 맡았고, 영화도 주연 캐스팅이에요. 둘 다 반응도 좋고요. 20대의 마무리가 화려한 것 같네요.
제가 올해 나이 스물아홉이라 흔히들 말하는 ‘아홉수’를 걱정했어요. 그런데 일도 다른 때보다 더 많이 하고 있고, 영화 크레딧에도 제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아요. 서른이 되기 전에 일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계획대로 되는 것 같아요.


뿌린 대로 거둔 것 아닐까요?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로 떠오른 이들과는 시작이 좀 다르잖아요. 극단 막내부터 시작했죠?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극단에 들어갔어요. 대학로에 가면 바로 연극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1년 동안 청소하고, 음향, 조명 오퍼 일을 하고, 티켓 판매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공연 연습을 할 때가 됐는데 KBS에서 공채 탤런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좋게 봐주신 덕분에 합격했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그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극단에서 일할 때 포스터를 붙이다가 경찰에 끌려간 적도 있어요.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 힘들다고 투정을 많이 부렸을지도 몰라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편하게 일하고 있는 거죠.


극단 생활은 가난의 또 다른 이름 아닌가요? 돈 없이 궁핍한 생활 좀 했을 것 같아요.
극단에 다닐 때 한 달에 40만 원을 받았어요. 월요일만 빼고 매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꼬박 일하면서요.

통장에 찍힌 40만 원을 보면 왠지 모르게 씁쓸하더라고요. 그 생활을 1년 정도 했었죠. 극단에 들어가기 전에도 연기 연습을 하고, 꿈을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그게 제대로 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그냥 ‘난 연기할 거야’, ‘배우가 될 거야’라는 꿈만 있었죠. 미래가 없었어요. 지금은 비싼 밥도 가끔 먹고 커피숍도 가지만, 예전에는 꿈도 못 꿨죠. 매일 자판기 커피만 마시고…. 엄마한테 용돈 받아쓰고 그랬으니까요.
[스타 인터뷰] 40만 원 받으며 시작한 배우생활
“사실 방송 핑계대고 학교를 나가지 않고 졸업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싫더라고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많이 배우고 싶어요.
여러분도 소중한 기회를 즐기면서 열심히 배우고 사회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오디션을 보고 기획사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공채 탤런트를 지원했던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예고에서도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대학에서도 그랬던 만큼 뭔가 정석대로 가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공채 출신 연기자들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게 정석이라 생각했죠. 공채에 합격하면 바로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극단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죠. 동기가 21명인데 제가 가장 늦게 캐스팅됐어요. 그나마도 한 회에 한 신 정도 나오는 단역이었죠. 혼자 늦게까지 연습실에 남아 연습하면서 걱정도 많이 했어요. 기획사가 있는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고, 오디션을 보며 언젠가는 저도 회사를 찾아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갖게 된 건가요?
정말 어릴 때부터 막연히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예고로 진학해 연극을 하게 되면서 진짜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예고는 연기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춤을 좋아하고 공부가 하기 싫어서 지원했었어요. 집이 일산이었는데 안양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처음에는 울면서 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연극을 해보니 무척 재미있고, ‘이게 내 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1학년 때 준비했던 공연에서 좋은 평을 받으니 더 신이 났던 것 같아요.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게 사실이군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춤을 췄던 것 같아요. 각종 응원단, 댄스팀 등에서 활동했어요. 그래서 가수 오디션을 본 적도 있어요. 극단에 들어가기 전에 대형 기획사에 가서 3차까지 오디션을 봤죠. 덜컥 합격해 다음날부터 연습을 나가야 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려니 겁이 나는 거예요. 이 기획사에 들어가면 가수가 되는 건데, 연영과를 전공한 내가 노래하고 춤만 추며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다음날 나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주일 쯤 지나니 미련이 남더라고요.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죠. 하지만 그 분이 그새 회사를 옮기셔서 기획사에 다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된 일이죠.


그때 연습실에 나갔다면 지금은 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겠네요.
글쎄요.(웃음) 그런데 저는 가수는 못할 것 같아요. 특히 걸그룹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요즘 걸그룹 보면 매우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잖아요. 저는 그걸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요.


댄스팀, 응원단 이력이 있어 굉장히 활발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중학교 때까지는 그랬어요. 그런데 예고에 진학하면서 좀 소심해졌어요. 선배들에게 치이고, 예쁜 친구들도 많아 경쟁도 심하고 해서 성격이 내성적으로 바뀌었죠.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밝고 활발한 역할들을 맡으면서 예전의 제 성격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낯가림도 되게 심했어요.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사람에게 말 한마디 안 걸 정도였죠.


프로필을 보니 대학교 휴학 중이라고 나오더라고요.
6년째 휴학 중이에요. 학교가 한남동에 있을 때는 잘 다녔는데 죽전으로 옮기고 나니 멀어서 다닐 수가 없어요. 게다가 요즘은 일도 바빠서 갈 수가 없고요. 이제 한 학기 남았는데 그걸 못 가고 있네요. 같은 소속사의 이요원 선배님이나 영화를 함께 찍었던 하지원 선배님도 학교를 12년, 13년씩 다니셨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이해가 안됐는데, 저도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졸업이 참 힘들긴 하지만 꼭 할 생각이에요.


학교생활은 어땠어요?
연영과라서 동아리 활동보다는 공연을 많이 했죠. 워크숍도 많이 참여하고 남들보다 2~3작품씩은 더 했던 것 같아요. 수업은 잘 안 들어가도 소극장에서 밤새 연습하고 공연에는 열정적으로 참여했어요.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는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많이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함께 공연하는 팀원에게는 착하고 만만한 선배였죠. 데리고 다니면서 밥도 많이 사주고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12월까지는 드라마 촬영을 하느라 바쁠 것 같아요.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휴식을 좀 취할 예정이에요. 그동안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거든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사실 방송 핑계대고 학교를 나가지 않고 졸업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싫더라고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많이 배우고 싶어요. 주변에 연기를 일찍 시작한 친구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를 다니는 그때가 굉장히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소중한 기회를 즐기면서 열심히 배우고 사회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 I 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