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보고 듣고 말하기 반복해야 ‘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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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로 하얗게 불태운 일주일
필리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할 때 매일 한 시간씩 미드(미국 드라마) ‘프렌즈(Friends)’를 시청한 적이 있다. 자막도 없이 미국식 유머를 받아들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생활 영어를 익힌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인내하며 미드를 시청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가십걸(Gossip Girl)’ 시청에 취미를 붙였다. 간혹 대사를 알아들을 때마다 느꼈던 그 기쁨이란! 사실 그동안은 비디오 감상 위주로 미드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본격적인 영어공부를 해보자며 다시금 미드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우선 재미로 보던 때와 달리 공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신중, 또 신중하게 드라마를 골랐다. 선택한 작품은 ‘모던패밀리(Modern Family)’.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많지 않아 20분 정도의 짧은 시트콤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문용어가 나오는 의학·수사물이 아닌 일상생활을 다룬 이야기라 실용 회화를 익히기 좋다는 장점도 있었다. 체계적으로 학습해볼 요량으로 인터넷에 ‘미드 학습법’을 검색하니 많은 게시글이 쏟아졌다.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시청자’가 아닌 ‘학습자’의 자세로 임하는 것과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


20분짜리 시트콤 한 편, 마스터하려면 최소 3일
처음에는 자막 없이 플레이했다.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 플레이 때는 영어 자막 ON. 모르는 어휘나 표현이 나올 때는 정지버튼을 누르고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한 편이 끝나면 노트에 적힌 문장을 분석해 문법을 정리하고, 어휘를 단어장에 따로 적어뒀다. 세 번째로 시청할 때는 한국어 자막과 영어 자막을 함께 띄웠다. 생각했던 의미와 전혀 다른 뜻이 나올 때는 따로 표시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자막 없이 한 번 더 플레이하며 흐름을 읽었다. 이렇게 한 편을 정리하고 보는 데 걸린 시간은 3일. 매일 아침 1시간 30분씩 공부한 결과였다. ‘이 정도면 완벽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영상 없이 음성만 들어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영상은 상황을 알고 보기 때문에 대사가 잘 들렸지만, 음성만 들으니 속도가 빨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미드 학습법’을 다시 찾아 놓친 부분을 살펴봤다. 표현을 외우려고만 했을 뿐, 활용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듣기, 말하기를 제쳐놓고 표현 익히기에만 급급했던 것. 이후 대사를 따라 읽는 ‘섀도잉(Shadowing)’ 과정을 거치며 학습법을 보완해나갔다.

미드 학습법의 가장 좋은 점은 일상 대화에서 쓰이는 표현과 원어민의 억양, 발음, 속도를 익힐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공부하는 동안 최대한 원어민의 음성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음악은 팝송을 재생했고,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미드 한 편을 학습법대로 꼼꼼히 보고 배운 표현을 실제 활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럴 듯한 핑계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혼자서 하는 만큼 확실한 목표가 없고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작심삼일’에 그칠 수밖에 없는 영어 학습법이다.


★ 이런 사람에게 강추 - 말의 속도가 빠르고 관용어가 많아 왕초보자에겐 부담. 문장 구조를 알고 있거나 어휘력이 좋은 사람에게 더욱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다.

★ 이런 사람은 비추 -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공부법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루한 학습법이 될 수 있다. 오롯이 미드만으로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도 지양해야 한다. 단순히 많이 본다고 해서 영어를 정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분의 공부까지 함께해야 효과가 나타 난다.


★★ 수준별 미드 추천 목록 ★★
● 초급자용
뉴걸(New girl)·모던 패밀리(Modern Family)·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더 오피스(The office)


● 중급자용
글리(Glee)·가십걸(Gossip Girl)·빅뱅이론(The Bigbang Theory)·위즈(Weeds)


● 상급자용
의학·수사·법정·SF 장르


글 김은진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