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내 몸에 배어야 살아 있는 영어”

[COVER STORY] 족집게 멘토링 - 스타 영어강사 레이나
‘인강(인터넷 강의)의 아이돌’, ‘영어계의 김태희’, ‘얼짱 강사’…. 그녀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줄줄이 나오는 수식어들이다. 강의보다 그녀의 외모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강의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실력을 학생들로부터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고, 영어를 진정 즐길 줄 아는 쌤, 레이나(31·본명 김효은) 씨를 만났다.


영어강사라서 행복한 레이나
레이나는 강의뿐만이 아니라 예능 출연, 인터뷰, 강연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명인’이다. ‘스타킹’, ‘연애시대’, ‘위대한 탄생’ 등에도 얼굴을 비친 그녀 아닌가. 기자와 만난 곳도 그녀의 다음 촬영 스케줄이 있는 건물 바로 옆이었다. “요즘은 그래도 여유 있게 지내는 편이에요. 어머님들을 대상으로 자녀 교육법, 영어 학습법 등에 대한 강의도 하고요. 학생들과 주로 소통하는 저로서는 이런 기회가 새롭고 소중한 것 같아요.” 그녀가 주문한 딸기빙수를 한 숟갈 뜨며 말을 이었다.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어요. 영어는 늘 해오던 거라 때론 영어 초급자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할지에 대한 생각을 미처 못 하고 강의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중국어를 배우며 초급자들의 입장에서 외국어 학습을 다시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강사로서의 직업의식이란 이런 게 아닐까.

‘레이나’라는 이름은 그녀가 활동했던 밴드의 동료들이 붙여준 것. 영국의 록 밴드 ‘퀸’을 좋아했던 동료들이 밴드의 홍일점이었던 그녀에게 스페인어로 여왕을 뜻하는 ‘레이나’라는 이름을 붙여준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래 제 영어 이름은 따로 있는데 좀 어려워요. ‘레이나’는 부르기도 편하고 기억하기에도 좋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유명 걸그룹 멤버의 이름과 같아서 묻히는 경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가 이 이름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대화하는 중에 나오는 유창한 영어 발음. 하지만 그녀는 경북 영천 출신이다. 시골에서 라디오로 팝송, 회화 등을 들으며 영어와 친숙해졌다는 그녀는 어떻게 영어강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대학생 시절 파트타임 영어강사를 했었어요. 저는 원래 누군가에게 설명을 잘 하지도, 성격이 그렇게 밝지도 않은 편이에요. 그런데 그 시절 파트타임 강사에 불과했던 저를 바라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하나하나 알아가며 만족해하는 학생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학생들의 눈은 반짝거리는 조명 같았고, 저는 그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사람 같았어요. 짜릿했지요.” 그래서 그녀는 영어강사로 사는 지금, 매우 행복하단다.


최고의 영어 학습법은 자연스러운 체화
작심삼일. 금연, 운동, 다이어트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어쩌면 저리도 잘 어울릴까’ 하는 사자성어다. 영어 공부에도 예외는 없다. “학원을 다녀도 꾸준히 하기 힘든 영어 공부를 방학 때 혼자서 하려면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에요. 먼저, 두 달 남짓한 방학 기간 동안 어떤 쪽을 보완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 말하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볼 것을 추천해요. 특히 이제 하반기 채용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면접에 대한 대비를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테죠. 자신의 장점, 특기, 전공 등을 감안해 예상 질문 목록을 만들고 그 다음 세부적으로 다듬어가며 키워드를 뽑아내야 해요.”

영어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책이나 인강은 어떨까. “‘방학 때 책 한 권 마스터하겠다’, ‘인강이 꿈에 나올 정도로 돌려 보겠다’ 등의 자세로 책과 인강을 통해 영어 공부하는 것도 물론 좋아요. 하지만 제가 권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부법이에요. 영어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 영어가 될 거라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그것보다는 자신의 입과 모든 근육이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진짜’예요.” 30초짜리 인터뷰를 녹음해서 만들어 놓고, 그것을 수없이 수정·반복해보는 식으로 습관화하거나, 되도록 자신을 영어 환경에 많이 노출시켜 생활화하는 식이다. 책과 강의로 영어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영어를 자기 자신에 체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OVER STORY] 족집게 멘토링 - 스타 영어강사 레이나
살아 있는 영어 공부하기
토익, 텝스, 오픽 등 소위 ‘죽은’ 취업영어를 공부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영어에 지쳐간다. 어떻게 해야 ‘살아 있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영어와 가장 가까운 과목이 뭘까요? 저는 체육이라고 생각해요. 체험을 통해 익힌 것이 진짜 내 것이라는 말이에요. 축구에서도 포지션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동작이 다 다르잖아요? 자신이 원하는 혹은 해야 하는 영어 공부의 방향을 확실히 잡았으면, 자기 몸에 맞게 수백 번 연습해야 하지요. 학문처럼 영어를 대하지 말고 운동처럼 반복적·자동적으로 나오게 훈련해보세요.”

그러면서 레이나는 미드 얘기를 꺼냈다. “‘모던 패밀리’ 같은 미드를 통해 영어를 접하는 것도 추천해요. 거기엔 연령층에 따라 각기 다른 표현이 다양하게 나와요. 다만, 미드를 볼 때 에피소드별로 배역을 하나 맡아서 롤 플레이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주인공은 저 상황에서 저렇게 표현했는데, 나라면 이렇게 표현해 보겠다’라는 식으로요. ‘생활형’ 미드를 통해 가볍고 자연스럽게 영어에 녹아드는 거죠.”

영어에는 인풋과 아웃풋이 있다.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인풋이라면 말과 글을 통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풋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다. “배웠으면 자연스럽게 쓸 줄 알아야 하지요. 그렇지 못하니까 ‘죽은’ 영어가 되는 거예요. 토익, 토플 등을 배울 때도 아웃풋을 생각한다면 그 과정도 지루하지 않고 나중에도 써먹을 일이 많을 거예요.”

그녀는 영어 학습에 ‘웨이브’를 강조한다. ‘인토네이션(억양)’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웨이브는 근육과 신경들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성인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솔직히 발음이 안 좋으면 남 앞에서 주눅 드는 게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웨이브만 신경 써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하나의 문장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어들만 강조해주면 되는 거죠.”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단어와 단어들 사이에서 웨이브를 즐겁게 타라는 얘기다.


진정한 위너는 영어로 재밌게 노는 사람
빙수를 뜨던 숟가락을 갑자기 내려놓고 그녀가 힘주어 말했다.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거예요. ‘난 토익 몇 점짜리 인간이야’라는 식으로 영어 때문에 좌절하지 말았으면 해요. 솔직히 제가 생각하는 영어 ‘위너’는 영어 시험 고득점자가 아니라, 이태원 같은 곳에서 자신감 있게 친구를 사귀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저도 학창시절 노는 것을 꽤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영어라는 저만의 수단을 잘 갈고 닦아 즐겁게 살고 있잖아요. 영어에 발목 잡힐 것도, 잡혀야 될 이유도 없고 그저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세요.”

대학가에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는 해외연수, 교환학생 등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뚜렷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해외연수나 교환학생은 당연히 도움이 돼요.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시야도 넓어지고요. 하지만 ‘남들 다 가니까’, ‘스펙에 도움이 될까 봐’ 등과 같은 이유로 가는 것은 별로예요. 제 주변에도 별 생각 없이 떠났다가 소득 없이 돌아온 사람들이 많거든요.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이력서에 그저 한 줄 적으려고 다녀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원자들이 눈에 보인다고 해요. 잘 생각하고 다녀오길 바라요.”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장두원(연세대 국어국문 2)

장진욱(국민대 전자공학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