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접수부터 시작되는 취업 여정은 인적성 검사, 면접까지 이어지며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각 전형마다 자기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 남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사이사이에 껴 있다. 어디 그것뿐이랴.

매 단계가 진행되며 합격, 불합격이 나뉘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이라는 말이 담긴 안내를 받게 되는 자들은 또다시 다른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힘든 과정을 헤쳐 최종면접까지 이르렀다고 안심할 수 있을까?

최종 합격 여부는 당신 몸이 말해줄지도 모른다. 바로 건강검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취업 최종 관문 ‘검강검진’의 모든 것] 취업의 화룡점정은 ‘신체검사 합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건강검진 가볍게 여기다가
여태까지 쓴 입사지원서만 130장이 넘는다는 K(28) 씨. 그는 서울의 한 명문대 졸업예정자로 학점 4.3(4.5만점), 토익 960, 오픽 AL 등급, 미국과 캐나다 어학연수 1년, 다양한 인턴십 및 대외활동 경험, 관련 전공 자격증 다수 보유 등 소위 ‘고스펙’ 지원자다. 하지만 반복되는 불합격에 자신감을 잃어갔고 ‘고향으로 내려갈까’, ‘계약직이라도 일단 일을 시작할까’ 등을 심각히 고민했다. 그러던 중, 그는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에 ‘거의’ 합격했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또 불합격. 어찌 된 일일까.

그는 서류, 인적성 검사, 1차 면접, 토론, 조별 발표 등을 무난하게 통과했고 최종 임원면접도 잘 치러서 기대가 컸다고 한다. 그래서 최종 불합격이라는 결과가 더욱 믿기 어려웠다고. 그는 최종면접 바로 전에 있었던 건강검진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정상 범위보다 과도하게 높은 콜레스테롤·간수치, 혈압은 그도 평소에 신경 쓰여 관리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임원면접은 대개 지원자의 인성과 태도, 가치관 등을 보기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면접 전날 선후배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졌다. ‘이제 다 됐다’고 미리 축하파티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또 떨어졌다’를 외치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건강검진 왜 하나
채용 건강검진은 지원자 혹은 최종면접 합격자의 건강 상태가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지를 보기 위해 실시한다. 기업에 따라 인적성 검사와 동시에 실시하거나 1차 실무진 면접을 치르고 난 뒤 진행하기도 하지만, 보통 최종면접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실시한다.

채용 건강검진은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더 이상 사업체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신체검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법에 위배되거나 불합리한 채용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채용 신체검사 실시 여부는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는데, 검사 결과에 따라 기업은 합격·채용 보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취업 최종 관문 ‘검강검진’의 모든 것] 취업의 화룡점정은 ‘신체검사 합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건강이 최고의 스펙
여기서 잠깐! 검사 결과에 따라 합격과 채용 보류 결정을 내린다고? 그럼 앞에서 언급한 K 씨의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K 씨가 최종 불합격한 것이 자신의 좋지 않은 건강검진 결과 때문은 ‘공식적으로’ 아니다. 해당 기업에 문의해본 결과, K 씨의 불합격 사유는 최종면접에서의 역량 부족 때문이었다. 지원자의 높은 콜레스테롤·간수치, 혈압 등은 인사담당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보다는 지원자의 최종면접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게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공무원 채용이면 몰라도 일반 기업은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불합격 처리를 할 수 없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도 할 뿐더러 ‘건강검진으로 사람을 탈락시키는 회사’라는 사회의 인식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신체 상태가 안 좋으면 일단 ‘채용 보류’ 통보를 하고, 회복이 된 다음 입사를 하라고는 한다. 하지만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지장이 있을 정도의 몸 상태이거나, 단시간의 관리로는 회복이 안 될 상태의 지원자들에게는 다른 전형에서의 종합 점수가 경쟁자들에 비해 모자라 최종 불합격했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라고 밝혔다.

어떤 이유에서든, 채용 건강검진을 받은 다음 채용 보류나 불합격 통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건강이 최고의 스펙이다.
[취업 최종 관문 ‘검강검진’의 모든 것] 취업의 화룡점정은 ‘신체검사 합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채용 건강검진 항목과 통과기준은?
지원하는 기업·직종·업무에 따라 채용 건강검진은 다르게 시행된다. 하지만 건강검진 자체가 다르다고 하기보다는 해당 기업에서 눈여겨보는 항목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식품·유통 기업에서는 지원자의 피부 질환 유무를, 조선·철강 기업은 안 질환 유무를, 반도체·전자 기업은 호흡기 질환 유무를 좀 더 신경 써서 확인하는 식이다.

채용 건강검진 항목은 크게 여섯 부문 △신체 계측(신장, 체중, 가슴둘레, 혈압, 시력, 색신) △혈액 검사(혈액형, 빈혈, 콜레스테롤, 간기능, 당뇨, B형 간염) △소변 검사(요단백, 요당) △흉부 엑스레이 검사(폐렴, 폐결핵) △구강 검사 △진찰 상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업 채용 건강검진을 별 문제 없이 통과하기 위한 기준은 쉽게 말해, ‘정상 수치 범위 내’이다. 공무원 채용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을 두고 구체적인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 기준’을 마련해 불합격자를 가려내고 있지만, 일반 기업은 그렇지 않기에 정상적인 수치 범위 내로만 건강을 유지하면 건강검진은 최종입사 전 치르는 기분 좋은 통과의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취업 최종 관문 ‘검강검진’의 모든 것] 취업의 화룡점정은 ‘신체검사 합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건강관리는 학교에서부터
대학에는 ‘건강증진센터’, ‘보건의료센터’ 등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의료·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에 그런 곳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반 개인병원, 종합병원 정도의 진찰과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미한 부상, 두통, 생리통 등은 즉각 1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동국대에서는 동 대학병원 교수가 1주일에 1회 정도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침을 놓아주는 의료봉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폐소생술(CPR) 교육, 기타 보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동국대 건강증진센터의 박재숙 간호사는 “가벼운 통증에도 학교를 나가 일반 의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은데, 건강증진센터를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모든 진료가 무료인데다, 휴게실로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보건의료센터에서는 간단한 질병검사와 건강검진, 진료는 물론이고 금연 클리닉,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센터의 오선희 간호사는 “하루에 120~130명 정도의 학생이 찾아오는데 더 많은 학생들이 센터의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한다. 질병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생들 자신의 건강은 학교에서부터 잘 챙기면 좋을 것 같다”며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검진 항목 정상 수치(성인 기준)
혈압 이완기 80㎜Hg 미만, 수축기 120㎜Hg 미만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 0~240mg/㎗, 중성지방 0~200mg/㎗, HDL 콜레스테롤(남성 35~55mg/㎗, 여성 45~65mg/㎗), LDL 콜레스테롤 0~130mg/㎗

간수치 AST 0~40IU/L, ALT 0~40IU/L, GGT(남성 11~63IU/L, 여성 8~35IU/L)


글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