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민 삼성엔지니어링 공정설계팀 사원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플랜트(전력, 석유, 가스, 담수 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공급하거나 공장을 지어주는 산업)와 관련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곳에서 플랜트 공정 설계 부분을 맡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3년차 엔지니어, 홍경민 사원을 만났다.
[COVER STORY_선배의 조언]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
삼성엔지니어링 홍경민 사원은 지난해 진행된 삼성멘토링(삼성 임직원이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본인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최다모임상’을 수상했다. 대학시절 자신이 선배들이나 멘토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였다. 봄비가 내리던 오후, 직접 삼성엔지니어링을 찾은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에게도 그는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직무에 대한 멘토링뿐만 아니라 대학생 기자가 털어놓은 여러 가지 고민도 진지하게 경청한 뒤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함께했던 대학생 기자는 홍 사원을 “좋은 멘토의 표본”이라 말하며 “많은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2012년 6월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CBDC(카본블랙&딜레이트 코커) 프로젝트에서 공정설계를 수행하고 있어요. 플랜트를 짓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공정 쪽의 설계를 하며 프로세스에 관련된 도면이나 도큐먼트를 만들어 내는 업무를 하고 있죠. 보통 엔지니어라고 하면 직접 기계를 다루면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무직의 경우에는 컴퓨터 작업이 대부분이에요.


좀더 구체적인 업무를 소개한다면?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나 도면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엔지니어링은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무예요. 다른 팀의 요청사항에 대해 대응해주고, 추가 수정사항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 후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인가요?
그럼요. 엔지니어가 만들어내는 산출물은 다른 팀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각 팀에서 원하는 방향이 아니면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 있고, 다른 방향을 제안할 수도 있는데 그걸 원활히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죠. 그 외에도 엔지니어에게는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가 시작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죠.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그것을 ‘그릿(grit)’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그릿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능력,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죠. 어려움이 닥치면 넘어가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좋은 엔지니어가 되려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힘이 필요한 것 같아요.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요?
팀마다 조금씩 분위기는 다른 것 같아요. 사업팀은 분주한 편이고 제가 근무하는 설계팀은 독서실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죠.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랄까. 그리고 이건 ‘삼성’만의 특징인 것 같은데, 개인적인 부분을 많이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어요. 예전에 몇몇 회사에서 인턴십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 근무했던 회사들과는 그런 부분에서 차이를 느끼고 있죠. 어떤 회사에서는 회식을 무조건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삼성은 개인 약속이 있으면 인정하고 배려해주려고 하거든요.


엔지니어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큰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라 느껴요. 게다가 제가 어떤 부분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뿌듯하죠. 또 사업주에게 어떤 근거를 들며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스스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아직 경력이 많이 쌓이지 않아 그런 경우보다는 당황해서 제대로 답을 못할 때가 많지만요.(웃음) 그럴 때는 윗분들께 바로바로 질문하고 도움을 요청하죠. 모르는 게 있을 때 혼자만 고민하고 있는 것은 곤란해요. 바로바로 물어보고 답을 찾는 것도 엔지니어에게 중요한 덕목 같아요.


해외 관련 사업이 많으니 영어 실력도 중요하겠어요
해외 사업주와 만나거나 메일로 연락을 할 때는 영어를 사용하죠. 또 도면 자체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기본적으로 영어를 자주 접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입사할 때 영어 실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도 어학점수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영어성적보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엔지니어들이 많은 회사이다 보니, 남자 직원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회사 전체로 봤을 때 여성 직원이 20~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저희 팀의 경우에는 여성이 40% 정도 되고요. 최근 들어 젊은 여성 엔지니어들이 입사를 많이 하고 있어요.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여성들이 장점을 발휘할 기회가 많죠.


직무와 관련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요즘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 당장 스페인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은 아니지만 중남미와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됐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중이에요. 제가 하는 일에만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야를 접하면서 세상을 크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려고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학시절 저도 멘토링을 많이 받았고, 입사 후에는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멘토링을 통해 어떤 조언을 듣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성공이 실패를 낳기도 하거든요. 우연히 성공한 경우를 정답이라 믿고 그대로 따라가다가 실패할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조언을 받더라도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난 뒤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을 자신에게 적용해보면 더 효과적일 거예요.
[COVER STORY_선배의 조언]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심수정(성신여대 IT학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