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품전략팀 사원

‘삼성전자’는 별다른 수식어 없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존재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게 된 것도 오래전 일. 삼성전자는 TV, 모니터, 생활가전과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까지 장악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톱 컴퍼니다. 우수한 기술력과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다. 삼성전자 상품전략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근우 씨가 무한 자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COVER STORY_선배의 조언] “공모전은 마케팅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금융인이 되겠다며 스터디에 열중하던 때, 친구가 공모전에 함께 나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호기심으로 참여한 공모전에서 이근우 씨는 자신의 길을 찾았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마케터’에 매력을 느낀 것. 우연히 참여한 공모전은 삼성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부서의 인턴사원으로까지 이어지며 4년째 삼성전자 마케터로 일하는 원동력이 됐다.


해외마케팅 담당 부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삼성전자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요. 해당 법인은 유통업체에,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죠. 이 때, 판매 전략을 한국 본사에서 제시하는데, 그 일을 마케팅 부서에서 하는 거예요. 경쟁사에는 없는 제품의 기능, 경쟁사보다 뛰어난 사양, 차별화한 디자인 등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해외 법인에 알려주는 거죠.


해외 법인과 소통하려면 어학능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아요
부서에 따라 달라요. 마케팅팀 안에서도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부서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거든요. 회의를 할 때 영어가 많이 필요한 부서가 있는 반면에, 1년 동안 공식적으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부서도 있죠. R&D나 개발 쪽 분들과 회의를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일 수 있으니까요. 영어를 잘 하면 좋겠지만 원어민처럼 하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돼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나요?
제가 속한 상품전략팀 같은 마케팅 부서에서는 해당 제품의 사양을 결정하는 일을 해요. 예를 들어, TV 담당부서라면‘TV에 3D기능을 넣을 것인지’, ‘이번 신제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할지’ 등을 결정하는 거죠. 여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제품을 판매할지, 높은 가격으로 이익을 많이 남길지’등에 대한 결정까지 맡아서 해요.


마케팅 지식뿐 아니라 제조업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사업 분야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마케팅의 성격이죠.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사업분야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에요. A라는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제품의 기능, 사양에 대해 알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지식들은 기업에 입사하고 충분히 배우고 익힐 수 있어요. 대학교 때 관심이 많아서 공부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뿐이지 그것이 합격·불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진 않아요. 입사 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죠.


마케팅의 영역이 넓다 보니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영업과 마케팅의 차이 같은 부분이요
영업과 마케팅을 전쟁에 비유해볼게요. 격전지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이 영업이라면 마케팅은 그들이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일하는 마케팅 부서의 무기는 제품인 거죠. 전쟁을 잘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고, 제품에 맞는 전략을 짜서 영업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이죠. 영업과 마케팅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이해하면 돼요.


일하면서 느낀 해외마케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삼성전자 매출의 90%는 해외 시장에서 창출돼요. 그래서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해외 시장을 전략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소비성향, 문화 등을 연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 마케팅의 매력인 것 같아요. 트렌드를 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도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마케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열심히 세운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봤을 때 보람을 느껴요. 그 결과로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각종 어워드에서 상을 받으면 더 좋죠. 또, 지고 있던 시장에서 좋은 전략과 제품으로 점유율을 높일 때 정말 기뻐요.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자부심도 느끼고요.


마케터에게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한가요?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나 창의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사이트(Insight)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논리가 있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통찰력이요. 논리적으로 사안을 보려면 어느 하나를 파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겠죠. 통찰력이 있으면 트렌드를 읽고 시장분석을 하는 데 있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역량이죠.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한 부분이고요.


대학생활에서 마케터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마케팅 공모전에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마케팅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거치는 과정들이 기업의 마케팅 과정과 많이 닮아 있어요. 일단 공모전에 참여한다고 해볼까요? 우선, 주어진 공모전 주제에 맞게 시장조사를 해야 해요. 자사는 물론 경쟁사, 정부 정책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까지 철저히 조사한 다음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열광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내야겠죠.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결정해야해요. 마지막으로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지 전략을 세우죠. 이런 과정은 한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거치는 마케팅 과정과 같아요. 마케팅 팀에는 보통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담당하는 직무가 나눠져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죠. 회사에는 개발 부서, 상품 기획부서처럼 세분화 되어 있어요. 공모전은 마케팅 실무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니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하고 싶은 일을 확실히 정하고 그 다음에 준비했으면 해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다양한 선배와 멘토의 도움을 받으면 빨리 찾을 수 있어요. 학부에서 재밌게 배웠던 전공 지식이 실무와 달라서 괴리감을 느끼고 그만두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대학생 때 실무자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죠.

또 하나, 목표 직무를 세부적으로 정해야 해요. 마케팅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전략인지, 상품 기획인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할 필요가 있죠. 삼성전자 면접을 본다고 했을 때, ‘삼성전자 해외마케팅’이 하고 싶어서 지원한 사람과 ‘삼성전자 TV 분야의 브라질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사람은 완전히 다를 테니까요. 가고 싶은 기업을 찾았다면 해당 직무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해당 기업에 다니는 선배를 만나려고 노력하세요.
[COVER STORY_선배의 조언] “공모전은 마케팅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글 김은진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인터뷰 함께한 대학생 기자 김다롱(고려대 세종 경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