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땐 대학로로 발길을 돌려보자.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와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돌발 상황이 무료한 일상에 엄청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대학로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코미디 연극의 매력에 빠져보자.
코미디 연극의 살아 있는 역사 ‘뉴보잉보잉’
연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보잉보잉’은 ‘라이어’와 쌍벽을 이루며 오랫동안 대학로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보잉보잉의 2탄 ‘뉴보잉보잉’은 바람둥이 남자 주인공인 성기가 직업이 스튜어디스인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만나며 들킬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연출한 연극이다. 성기는 세 여자의 비행 일정이 적힌 ‘시간표’ 하나로 계획적인 만남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비행 스케줄 변경으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주인공이 이를 아슬아슬하게 극복해나갈 때마다 관객들은 짜릿함과 재미를 느낀다. ‘뉴보잉보잉’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연기력 ★★★★☆
폭소 빈도 ★★★★★
관객 호응도 ★★★☆☆
공감 ★★★☆☆
‘뉴보잉보잉’ 여신우(순성 역)
Q 코믹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코미디라고 일부러 웃기게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관객들을 웃기려고 연기할 때보다 정말 진실하게 연기할 때 더 많이 웃어주시고 재밌게 보시더라고요. ‘진실성’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아요.
Q 슬픈 연기와 코믹 연기 중 어떤 게 더 힘든가요?
A 제가 코믹한 연기를 많이 해서 웃긴 연기를 더 쉽게 할 거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더 힘들어요. 사람들을 울리거나, 감동을 주는 건 대사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웃기는 건 그렇지 않거든요. 코믹 연기는 힘들지만 관객들이 웃어주면 그만큼 기분이 좋고 힘도 나요.
어깨가 들썩이는 경쾌한 연극 ‘작업의 정석’ 흥겨운 음악, 배우들의 신명나는 춤으로 시작하는 ‘작업의 정석’은 초반부터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뮤지컬 같은 느낌을 준다. 건축 디자이너인 남자 주인공 ‘서민준’은 여자를 사로잡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일명 ‘작업의 귀재’다. 달콤하게 유혹하다가도 상대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면 쿨 하게 헤어져 버린다. 이에 못지않게 여자 주인공 ‘한지원’도 남자들이 꼬일 때마다 성취감에 젖는 ‘작업의 여신’으로 통한다. 연극 ‘작업의 정석’은 사랑을 단순히 ‘작업’으로만 여겼던 남녀가 진짜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 연애 코미디다. 능숙할 줄만 알았던 두 남녀가 고전적인 연애 수법을 쓰고 평범한 연애를 하는 모습에 관객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한번에 20개에 달하는 역할을 소화하는 멀티맨과 멀티걸의 활약도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다.
연기력 ★★★★☆
폭소 빈도 ★★★☆☆
관객 호응도 ★★★☆☆
공감 ★★★★★
살벌하게 웃긴 ‘죽여주는 이야기’ 새빨간 불빛, 작은 종잇조각들로 가득한 무대,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코미디 연극을 상상하고 온 관객들은 잠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연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이 입을 열 때마다 여기저기서 폭소 만발이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유명한 자살 사이트 운영자 ‘안락사’가 베일에 싸인 여성 ‘마돈나’의 죽음을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관객들 한 명 한 명이 자살에 필요한 소품이 된다.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배우들의 입담과 애드리브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으며 때로는 진지한 배우들의 모습에 더욱 몰입해서 보게 된다.
재미뿐만 아니라 교훈까지 남는 ‘죽여주는 이야기’로 블랙코미디의 매력에 빠져보자.
연기력 ★★★☆☆
폭소 빈도 ★★★★☆
관객 호응도 ★★★★★
공감 ★★★☆☆
‘죽여주는 이야기’
홍다빈 (안락사 역) , 문지현 (마돈나 역) , 김동현 (바보 레옹 역)
Q ‘죽여주는 이야기’만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A 문지현: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저희 공연은 관객 분들의 호응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요. 결말이 바뀔 수도 있고요. 다른 공연은 대부분 각본이 딱딱 정해져 있는데, ‘죽여주는 이야기’는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애드리브가 나와요. 관객들이 공연에 직접 참여해서 연극을 함께 이끌어간다는 것이 저희 공연의 장점이에요.
Q ‘죽여주는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떤 연극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A 홍다빈: 저희가 ‘자살’이라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내긴 했지만,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혹시라도 자살할 마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A 김동현: 아무 생각 없이 와서 웃다가, 집에 갈 때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연극이 되었으면 해요.
글 김수아 대학생 기자(건국대 국어국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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