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의 토닥토닥 솔루션] 지방대라는 이름에 갇힌 너에게
인서울, SKY, 지잡대, 지거국…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나라여서일까요? 우리 사회에선 대학의 서열과 등급을 일컫는 표현이 일상용어로 쓰이곤 합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사람의 등급까지 자동으로 매기는 풍토도 분명 존재하지요.

10여 년 전 필자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습니다. 한 투자자와 직원들이 회식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투자자는 처음 보는 직원들에게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차례로 물어보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투자자가 어이없는 실례를 범한 것이지만, 그때만 해도 처음 보는 사이에 출신 학교를 묻는 일이 비일비재했지요.

고등 교육기관이 대학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대학의 위상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고 지식을 공유하며 토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오직 대학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습니다. 게다가 대학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곳도 많습니다. 최근 한 유명 스타트업 투자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출신 대학을 보고 투자를 하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핵심 요소인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실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제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경우도 꽤 많지요.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서 대학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며, 졸업 대신 사업을 선택하는 경우입니다.

아직도 많은 대학생이 소속 대학을 ‘꼬리표’처럼 생각하고 지레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출신 대학 때문에, 대학이 위치한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취업에 제한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짐작한 적 있습니까? 이런저런 노력을 하며 알찬 대학생활을 꾸려 나가고, 남부럽지 않은 실력과 경험을 갖추었는데도 ‘간판’ 때문에 저평가를 받을 것이라 지레 걱정한 적 있습니까? 대기업이 주최하는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경쟁률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게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입니다. 지레 짐작으로 걱정할 시간에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해 보는 게 어떨까요. 멋지고 큰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 얹어 그 밥상에 손님으로 앉아 있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작더라도 내가 직접 차린 밥상, 동료들과 함께 차린 상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이야깁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말은 ‘실력과 역량이 학벌을 이긴다’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어느 유치원 출신이세요?”라고 묻지 않듯, 출신 대학의 의미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대신 그 사람이 가진 실력과 역량을 더 궁금해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이름에 갇혀 날개를 펼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실력만이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도구임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경희 링크스타트 대표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취업·진로 분야를 강의하는 동시에 교육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