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전·국가 신인도 동반 상승 기대

한국과 호주가 5조 원 규모(50억 호주달러)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23일 글렌 스티븐스(Glenn Stevens) 호주 중앙은행 총재와 무역결제 지원 등을 위한 5조 원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유효기간은 3년이며 만기가 되면 양자 간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호주와의 통화 스와프는 양국 간 교역을 증진시키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美 달러화 변화에도 안정적인 무역 거래 가능
이번 통화 스와프 계약을 통해 양국은 무역 거래 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로 바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양국 간 교역에서 미 달러화 대신에 원화와 호주달러화의 사용을 확대하면 그만큼 국제 환율 변화에 따르는 위험이 줄기 때문에 교역에 도움이 된다. 또, 양국은 무역결제 지원을 위해 5조 원 이내에서 상호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호주는 한국의 7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300억 달러 수준이다. 호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5400억 달러(2012년 기준)로 세계 12위에 해당한다. 또한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의 국가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특히 호주는 철광석, 유연탄, 원유 등을 풍부하게 보유한 자원부국인 만큼 한국이 호주로부터 들여오는 원자재의 결제를 원화로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안정적인 천연자원 수입이 기대된다. 또한 내년부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되면 무역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호주 달러화는 기축통화는 아니지만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거래 비중이 미국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5위에 달할 만큼 활발히 통용되는 국제통화다. 양국의 화폐로 지급과 결제가 이뤄지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같은 대외경제 여건의 변동에도 양국 간 실물 거래는 안정될 수 있다. 무역결제 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결제용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곧 실질적인 금융안전망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 신인도 상승 기대
이번 통화 스와프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의 신인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에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던 한국이 이제는 국제통화인 호주 달러화와 스와프를 맺을 수 있을 만큼 한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해 통화 스와프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경제무대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원화가 활용된다는 점은 향후 원화의 국제화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은 평상시용 통화 스와프를 중국(5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54억 달러), 인도네시아(100억 달러), 말레이시아(47억 달러) 등과 체결했다. 여기에 위기 대비용인 한·일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 100억 달러와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192억 달러까지 합하면 한국의 통화 스와프 규모는 모두 129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호주와의 통화 스와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지닌 호주가 한국을 통화 스와프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 통화 스와프 (currency swaps)
두 나라가 약정된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중앙은행 간 외환거래. 해당 국가의 통화를 맡기고 상대방 국가의 통화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어느 한쪽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계약을 맺은 상대국이 통화를 맞교환해주어 유동성 위기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주로 이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통제와 간섭이 수반돼 돈을 빌린 나라의 경제주권과 대외 이미지가 실추되지만, 통화 스와프는 그런 위험성 없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 기축통화(key currency)
국제외환시장에서 금과 더불어 금융거래나 국제결제의 중심이 되는 통화. 미국 달러화가 대표적이다. 기축통화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군사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어 국가의 존립이 문제되지 않아야 하며, 기축통화 발행국은 다양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고도로 발달한 외환시장과 금융ㆍ자본시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영국의 파운드화는 19세기 중반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였던 영국을 배경으로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특수로 경제가 급성장한 미국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무역적자, 재정적자로 인한 국제적인 지위 약화에 따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글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