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크리에이티브’는 핵심역량으로 통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자신이 가진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끄집어내 단련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 설원을 누비는 스키선수에서 상상력이 가득 담긴 모자를 만드는 예술가로 변신한 이마이 호노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놈의 ‘크리에이티브’가 무엇인지 감이 좀 잡힐 것이다.
[인터뷰] 이마이 호노요 모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것!
세 번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건축가인 아버지, 패션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유전자죠. 부모님은 ‘스포츠, 아트 무엇을 해도 좋으니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라!’라는 말씀을 늘 하셨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스포츠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결국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본 대표 스키선수로 활약했지요. 그런데 겨우 18살에 부상을 입어 은퇴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스키를 그만두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했답니다. 예술을 사랑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영국 예술 대학으로 떠나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오페라, 뮤지컬 등의 세트를 만드는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죠. 4년 동안 공부한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의 무대 디자인 분야는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인터뷰] 이마이 호노요 모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것!
부모님이 계신 교토에 머물던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모자 교실 수강생 모집 중’이라는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오는 거예요.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 게 또 다른 인생으로의 터닝포인트가 된 거죠. 모자 만들기는 3개월 만에 마스터했어요. 3년 걸려 배울 양인데 금세 뚝딱 해치웠죠. 마침 프랑스에서 모자 콘테스트가 있다기에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우승까지 하고 말았어요. 바로 모자 디자이너 ‘호노요’로서 첫 발을 내디딘 계기죠.”
[인터뷰] 이마이 호노요 모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것!
나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자!
“호노요의 모자는 재미있어요. 다양한 디자인의 원천은 관찰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일단 밖으로 나가서 거리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요. 늘 박물관, 디자인 워크숍, 다양한 이벤트 등을 찾아다니며 직접 보고 느끼려고 했어요.

영국에서부터 숙제처럼 따라다닌 생각이 있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등이었어요. 결국 ‘호노요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죠.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감각을 살리면서 일본의 세심한 기술을 접목시킨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헤드피스(Headpiece·머리에 하는 액세서리)에 일본 전통 문양을 접목하고 원단도 종이, 메탈 등 다양하게 이용해요. 모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로 세상에 없던 작품을 만드는 게 ‘호노요 디자인’이죠.”


[인터뷰] 이마이 호노요 모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것!
[인터뷰] 이마이 호노요 모자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것!
집 밖으로 나가 만지고 느껴보고 경험하라
“무조건 특이한 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크리에이티브가 탁월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제 아무리 창의적이고 멋진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기본은 ‘나 자신’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스스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는 크리에이티브는 겉멋만 든 쇼피스(showpiece·전시용 작품)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전에, 밖으로 나가길 권해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는 과정에 답이 있을 거예요.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하고 스스로를 알게 되면 10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자신만의 컬러가 생겨요. 끊임없이 경험하고 만지고 느껴보세요. 크리에이티브는 멀리 있지 않답니다!”.


글 문경림 대학생 기자(메이지대 정보커뮤니케이션 4)